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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큐슈대학 한국인유학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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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일 전국에서 232만 개의 촛불이 밝혀지던 날, 바다 건너 일본 후쿠오카에서도 촛불이 켜졌다. 지난 11월 26일 촛불시위를 시작한 후쿠오카 교민과 유학생들은 3일에도 어김없이 촛불을 들었다. 고국에서 촛불이 켜지는 시간에 맞췄다. 특히 이번 집회는 큐슈대학 한국인 유학생(아래 큐대유학생회)의 시국선언으로 진행됐다. 

이날 교민들과 유학생회 소속 학생들은 후쿠오카 중심가인 텐진역에 모였다. 큐대유학생회는 <바람이 불어도 바다를 건너도 꺼지지 않는 촛불>이란 제목의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유학생들은 한글과 일본어로 된 시국선언을 통해 "'우리 헌법에는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바다 건너 고국에서 들려온 소식은 과연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인가를 의심케 한 놀라운 일들뿐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국정원의 부정선거, 역사 교과서 국정화, 한일 정부의 일방적인 '위안부' 합의, 세월호 참사, 백남기 농민의 죽음,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 등을 열거하며 "그 어떠한 민주주의도 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최순실 일가가 사적으로 휘두른 상황은 그 절정에 달한 것"이라며 아래와 같이 요구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부끄러움을 안다면 책임을 전가하지 말고 국민의 외침에 응답하라."
"박근혜 대통령은 검찰과 특검의 조사에 성실히 응하라."
"정부는 기강을 바로 세워라."

ⓒ 큐슈대학 한인유학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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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선언이 끝나고 교민과 유학생들의 자유 발언이 이어졌다.

유학생인 박수님씨는 박근혜 정부의 실정을 하나하나 꼬집었다. 박씨는 "최순실의 딸 정유라씨의 대학 부정 입학 의혹이 여론에 보도되었을 때 단지 어느 재력가의 부정한 행위라고만 생각했다"며 "그런데 이런 일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정말 당신이 밉다"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내세우는 창조 경제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이어 메르스 사태 당시의 무능, 세월호 참사와 직무유기, 국정교과서, 한일 '위안부' 협의 등을 언급하며 "박근혜씨, 당신은 처음부터 뜬 구름만 좇고 사람들의 의견은 듣지 않고, 고집불통인 무능한 대통령이다"라고 날 선 비판을 내놓았다.

그는 "당신에게는 대통령이 어울리지 않는다. 이전부터 그래왔고 대선 동안에도 그런 모습을 보였으며, 당선 이후에도 대통령이라는 직급이 부끄러울 정도로 무능했다. 자신의 자존심 때문에 그 자리를 지키려 하지 마라. 최순실과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서 그 자리를 지키려 하지 마라. 그 옹졸한 탐욕 때문에 그 자리를 지키려 하지 마라"고 지적했다. 박씨는 "즉각 하야하십시오. 부디 하야하십시오"라는 말로 자신의 발언을 마쳤다.

박씨에 이어 자유발언에 나선 이는 문지영씨(설치미술가, 42세)였다. 일본인 남편과 1남 1녀를 둔 엄마라고 자신을 소개한 문씨는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부터 엄마와 아빠의 나라를 어떻게 설명하고 이해시킬 수 있을지 고민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런데 요즘은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믿을 수 없는 이 상황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하고 이해시킬 수 있을까. 참담한 이 마음을 어찌해야 할까. 아이들에게 더는 부끄러운 한국을 보여주기 싫다. 그래서 절박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문씨는 "박근혜-최순실로 인해 대한민국의 헬게이트가 열렸다"며 "대한민국에서 고대 신권국가와같은 사사로운 제정(祭政)이 공공연히 자행되었다는 사실을 마주하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최순실과 박근혜의 국가농단이 정치, 경제, 문화, 교육, 의료, 군사 등 모든 분야를 망라한 곳에서 이어지고 있다"며 "세월호 참사에서부터 사드까지 도대체 마수가 뻗치지 않은 곳이 어디인지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권력의 개라며 조롱받던 검찰의 공소장에서조차 박근혜와 최순실의 공모 사실과 공범 관계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며 박근혜의 범죄 사실을 좀더 정확히 밝히기 위하여 보다 강도높은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을 묵인해온 새누리당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씨는 "그들에게 국민의 무서움을 보여줘야 한다. 더 강하게 요구하고 압박해야 한다"며 "국민의 뜻을 수용하지 않으면 청와대를 향하던 촛불은 횃불이 되어 국회로 검찰로 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촛불시위에는 주말을 맞아 후쿠오카에 여행을 온 한국인 여행자들이 참석하기도 했다. 대구에서 온 모녀는 후쿠오카에 도착한 지 3시간 되었는데 시내를 구경하다가 촛불 집회에 참석했다며 2시간 내내 자리를 지켰다.

일본인들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지나가던 일본인들은 박수를 보내기도 하고 어떤 이는 응원의 의미로 기부를 하겠다는 의사를 전하기도 했다. 일본 아사히신문도 집회 현장을 취재했다.


태그:#재외동포행동, #시국선언, #후쿠오카, #큐슈대학, #촛불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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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1급 시각장애인으로 이 땅에서 소외된 삶을 살아가는 장애인의 삶과 그 삶에 맞서 분투하는 장애인, 그리고 장애인을 둘러싼 환경을 기사화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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