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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빼기 작전 나흘째 돌입한 큰아이가 꽤 힘들어 합니다. 내일이면 끝내고 보호식을 먹는 답니다. 아예 안먹을 때보다 일단 죽이라도 들어가기 시작하면 그동안 억제했던 식욕이 왕성히 솟구쳐서 더 힘들 겁니다. 죽은 아무리 먹어도 배가 고프겠지요. 인류의 투쟁이 대부분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함이었을텐데 먹을게 넘쳐나니 현대인에게 살과의 투쟁도 무시못할만큼 일상이 됐습니다.

살을 뺄 때 가장 곤혹스러운 것이 역시 '배고픔'이겠지요. 아주 견디기 어렵습니다. 평상시에도 때를 놓치면 흔히 겪는 이 '배고픔'은 원시시대에는 없었습니다. 그저 소화액이 분비됐을 때 음식물이 없을 경우 대신 위벽을 자극하는 '어떤 감각'이었겠지요. 그것을 언어가 생기면서 '배고픔'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어려서부터 그 감각에 대해 '배가 고프다'라고 말해왔으니, 배고픔은 우리 몸이 일정 조건에 반응하면서 느껴지는 '어떤 감각'이라고 할수 있겠습니다.

우리 몸의 반응을 감지하는 감각은 때로 쉽게 무뎌질 수 있습니다. 냄새를 맡는 후각이 가장 쉽게 무뎌지지요. 몸의 반응이 냄새에 가장 취약하기에 후각이 쉽게 무뎌지는 방향으로 진화된게 아닌가 싶습니다. 후각뿐 아니라 모든 감각은 훈련을 하면 무뎌집니다.

청양고추를 잘먹는 친구가 있습니다. 남들은 매워서 눈물을 다 흘리는데 이 친구는 표정하나 바뀌지않고 보란듯이 맛있게 먹습니다. 하는 말이,

"계속 그냥 씹어.  그럼 안 매워져."

사실은 계속 씹어서 안매운 것이 아니라 어떤 계기를 통해서인지 몰라도 이 친구가 매운 맛에 저항을 하지 않고 그 매운 것을 그대로 느끼려고 한 것입니다. 그러면 이내 매운 맛에 반응하는 감각이 사라집니다. 눈살을 찌푸리고 '어후 매워' 하며 찬 물을 마시거나 하는 식으로 몸이 저항하면 매운 맛이 오래 지속됩니다. 그 친구의 몸은 그런 과정을 통해 본인도 모르게 매운 맛에 익숙해진 것이지요. 그 맛을 즐겼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위가 자극을 받을 때 뇌의 식욕중추를 통해 느껴지는 그 '어떤 감각'을 무뎌지게 하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끼니 때가 돼도 배가 안고픈 거겠지요.

"그럴 필요 뭐있나. 배고프면 맛있게 먹고 또 먹는 즐거움 없이 어쩌라고."

배고플 때 식사를 하는 우리의 태도를 살펴보면, 음식을 즐기는 것이 아니고 고픈 배를 채워 포만감을 느끼는 것이 주 목적이기 쉽습니다. 욕구에 대한 충족의 형태지요. 배고파서 많이 먹고 배가 불러 후회하면서 순간적으로 마음이 불편한 것을 일상에서 자주 경험합니다. 모르는 사이에 죄책감까지 들지요. 그 틀에서 벗어나 배고픔이나 살찌는 걱정없이 언제든 음식을 즐길수 있다면 너무 좋겠지요.

우리는 수십년간 어려서부터 정해진 시간에 식사를 했습니다. 자동적으로 길들여져 있습니다. 우선 그 습관을 깨려면 이렇습니다. 저녁 식사 무렵 배가 고플때 식사를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잠시 앉아서 배고픔이 아닌 그 '어떤 감각'에 집중합니다. 그 감각을 고스란히 느껴보려고 하면 청양고추처럼 몸이 저항하지 않을 경우 그 감각은 곧 사라집니다. 배고픔이 지속되는 시간은 그 배고픔에 저항할수록 길어집니다. 배가 고프면 잠이 안온다는 분은 계속 그 감각에 몸이 저항한 것입니다.

그 '어떤 감각'이 사라진 후 두세시간 지나서 맛있게 식사를 합니다. 배고픔에 쫓기어 허겁지겁 먹을 때와 상당히 다른 맛을 느끼게 됩니다. 이렇게 매끼니 삼사일만 하면 포만감을 느끼기 위해 음식에 달려드는 것이 아니고, 먹고 싶을 때 즐겁게 먹을 수 있습니다.

그 다음부터 '어떤 감각'이 아주 완화된 형태로 느껴지고 이내 가시게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배고프지 않아 잘 안먹기에 살이 막 빠지는 것인데 조절해서 잘 먹어야지요. 그때는 이미 배고파서 먹는게 아니기에 음식 고유의 맛을 느끼면서 즐겁게 먹을수 있습니다. 회식이나 고기를 먹을 기회가 생기면 마음껏 먹습니다.

"불규칙하게 식사하면 위염에 걸리지".

그럴수 있습니다.  마음에 저 생각이 믿음으로 심겨져 있으면 불규칙한 식습관이 위염이나 위궤양으로 드러날수 있습니다. 마음에 심겨진 생각은 조건이 형성되면 몸으로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불규칙한 식사가 위궤양을 일으키는 것은 하나의 가능성일 뿐입니다. 그렇지 않은 사람도 부지기수로 많으니까요.

저녁을 일찍 먹거나 아예 안먹는 사람들도 많지요. 특히 어린아이들은 때를 가리지 않고 먹습니다. 또 아침을 안먹는 사람도 많지요. 저  또한 언제든 원할때 먹습니다. 더욱이 새로 생긴 식습관은 곧 나름의 주기를 형성하게 됩니다. 그리고 예전의 패턴으로 돌아가도 그때는 음식에 대한 몸의 자유함과 즐거움이 생겨있을 것입니다.

그 '어떤 감각', 이번 주말에 시험해 보시기 바랍니다. 잘만되면 인생에 또다른 즐거움이 생길 것입니다.

음식에 대한 욕구를 채우는 방식의 식사는 '욕망'의 또다른 단면입니다. 매일 평생 대하는 음식에 대한 태도를 바꾼다면 삶의 질이 조금 더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산해진미 음식에 대한 욕구를 채우는 방식의 식사는 '욕망'의 또다른 단면입니다. 매일 평생 대하는 음식에 대한 태도를 바꾼다면 삶의 질이 조금 더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전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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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배고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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