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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腸)은 '제2의 뇌'로 알려져 있습니다. 머리의 뇌는 생각하고 창조하는 일을 하지만, 장의 뇌는 먹고 사는 문제를 판단한다고 하죠. 그만큼 장은 머리보다 먼저 내 몸과 생명 기능을 생각하는 원초적인 뇌라고 합니다. 죽음의 80%도 실은 대장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하니, 장 관리만 잘 해도 건강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그런지 고혈압 환자가 약국을 찾아왔을 때 그에 맞는 의약품을 처방하기도 하지만, 해조류로 반찬을 만들어 먹도록 권장하는 약사가 있습니다. 그는, 일반 의약품을 처방하는 것은 낭떠러지에 떨어진 사람을 일시적으로 구조하는 행위에 해당하고, 실질적인 그의 몸을 회복하는 게 음식물 섭취에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미역국에 들어 있는 칼륨은 몸속에 남아도는 소금(나트륨)을 세포밖으로 쫓아낸다. 이 때 쫓겨나는 소금은 우리 몸속 다른 노폐물들처럼 신장-방광-요도를 거쳐 소변으로 배출된다. 이 과정에서 소금의 치유 작용이 발휘된다. 노폐물 때문에 염증이 생기기 쉬운 방광과 요도에 소금이 지나가면서 염증 발생률을 낮추고 신체 조직의 기능을 회복해 주는 것이다."(38쪽)

한형선 약사의 <푸드+닥터>
▲ 책겉표지 한형선 약사의 <푸드+닥터>
ⓒ 헬스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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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음식으로 몸의 질병을 다스리도록 하는 한형선 약사의 <푸드+닥터>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대부분의 의사와 약사들은 고혈압 환자에게 저염식을 권장하는데, 그는 천일염이나 죽염을 대체할 만한 김과 미역과 다시마를 반찬으로 만들어 먹도록 하고, 된장국을 끓일 때도 그것들로 국물을 우리내도록 권장하죠.

언젠가는 위장 장애를 호소하면서, 역류성 식도염, 위염, 장상피화생 등 여러 가지 위장병이 한꺼번에 생겨 고생하는 환자가, 약국을 찾아왔다고 합니다. 그는 일반 의약품을 처방받아 먹어도 증상만 가라앉을 뿐 근본적인 치료가 안 되고 반복적으로 재발하는 상태였다고 하죠.

그때 어떤 처방전을 내렸을까요? 일반적으로 쏙 쓰림 증상에 쓰이는 약들은 위산 분비를 줄이는 작용을 한다고 하죠. 하지만 속 쓰림이나 식도 역류 증상이 항상 위산 과다 때문에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네요.

그래서 권장한 게 위산 분비를 더욱 잘되게 하는 소화촉진법을 제시했다고 합니다. '꼭꼭 씹어 먹도록' 하고, 소화작용을 돕는 효소와 유익한 프로바이오틱스와 같은 미생물이 풍부한 '동치미를 식전에 두 숟갈 먹도록' 하고, 식후엔 '식초를 물에 섞어 마시도록' 하라고 말이죠.

"미생물의 관점에서 보면 노화란 미생물의 수가 감소하는 것이다. 죽음의 80%는 대장에서 시작된다. 노화는 대장에서 시작된다는 말은 그만큼 평소 장 건강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덥다고 차가운 음료나 음식을 지나치게 먹거나 조금이라도 상한 음식을 잘 못 먹게 되면 함께 들어온 유해 미생물 때문에 장염 등의 질환이 찾아오기가 쉬워진다."(107쪽)

그만큼 장 관리가 중요하다는 뜻이죠. 육식이나 인스턴트식품, 화학적으로 만든 의약품을 오랫동안 먹어온 사람들은 장의 노화로 인해 장 점막 세포가 쉽게 균열이 생기고, 유익한 미생물 수도 급격하게 줄어든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몸에 질병이 생겼을 때 그 무엇보다도 미생물의 회복, 다시 말해 장의 회복을 최우선으로 둬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하죠.

"유방암에 유전적 소인을 가진 안젤리나 졸리와 같은 경우 유방암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우선 생활에서 오는 과도한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기도 하지만 특히 암을 일으키는 주된 원인이 된다. 두 번째로는 유방암 소인이 발현되지 않도록 평소 항암 작용을 하는 좋은 음식을 찾아 먹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있으니, 바로 우리 전통 발효 음식 가운데 하나인 청국장이다."(178쪽)

유방암에 관한 예방책으로 강조한 게 청국장입니다. 지구를 지키는 독수리 5형제처럼, 우리 몸을 지키는 발효식품 5형제가 있다고 하는데,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청국장이라는 겁니다. 청국장은 우리 전통 발효 음식 중 하나로, 유방암 예방에 특효약과 같다고 하죠. 특별히 환절기 장의 건강관리 차원에서 청국장은 단연 으뜸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이 책이 좋은 것은 모든 발효 음식의 최정점에 서 있는 식초 만드는 방법도 알려주고 있습니다. 발효 음식의 최종 단계에서 만들어지는 것을 식초라고 보면 된다는데, 식초는 백약 중에서도 으뜸이라고 하죠. 그런 식초는 효소 추출원액에다 '종초'(식초 발효용)를 1:1 비율로 섞어 3개월간 숙성시키기만 하면 된다고 합니다.

그 밖에도 이 책에는 난치병조차도 여러 음식으로 고친 사례들을 밝혀주고 있습니다. 항암 치료 중 생긴 합병증을 비롯해, 65세의 난소암 환자, 코에 낀 튜브로 특수하게 만들어진 영양죽만을 섭취하던 36개월 된 아이가 스스로 밥을 먹는 등, 여러 임상 사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렇듯 이 책에 나오는 모든 질병의 다스림과 예방은 장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요리하는 약사 한형선의 푸드닥터

한형선 지음, 헬스레터(2016)


태그:#장, #프로바이오틱스, #한형선 약사의 〈푸드+닥터〉, #위산 과다 속 쓰림, #종초(식초 발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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