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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행복하게 해준다고 기다리랬잖아. 내가 정상에 설 때까지 기다리랬잖아."

래퍼 드렁큰타이거는 할머니를 하늘나라로 보내고 슬픔을 달래기 위해 '8:45 Haven'이란 노래를 만들었다. 랩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한 번쯤 노래방에서 리듬에 몸을 들썩이며 불러봤을 것이다.

하지만 복싱링 위에 오를 때마다 이 노래를 들으며 의식처럼 가사를 따라 하는 한 젊은이가 있다. 대전대 사회체육학부에서 복싱훈련을 하는 배영식(20) 군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최근 대통령배 복싱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하고, 국가대표 선발전을 위해 맹연습 중인 그를 만나보았다.

대통령배 우승후
 대통령배 우승후
ⓒ 배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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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독자들에게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대전대학교 1학년 사회체육학과에 재학 중인 배영식이라고 합니다."

- 권투를 언제 처음 시작했나요?
"중학생 때 처음 복싱을 시작했어요. 서산 서령중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일 때 학교에 처음으로 복싱부가 생겼어요. 그때 복싱부 관장님께서 집으로 찾아오셔서 같이 복싱을 해보자고 권유를 하셨죠. 처음엔 하기 싫었는데 관장님께서 계속 권하셔서 시작하게 됐어요. 그 당시에 저뿐만 아니라 우리 집 식구들 대부분 복싱을 시작했는데 마지막엔 거의 저 혼자 남았어요.(웃음)"

- 식구들이면 같이 지내던 친구들을 말하는 건가요?
"그 당시 같이 살던 형 동생들이에요. 저는 태어났을 때부터 보육기관에서 자랐어요. 무슨 이유인지 잘 모르겠지만, 부모님께서 저를 낳으시고 멀리 떠나셨어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보육원에서 저랑 상황이 비슷한 친구들하고 같이 지냈어요."

- 어린 나이에 아주 힘드셨겠어요.
"어릴 때는 부모님께서 왜 저를 떠나셨는지 이해가 안 됐어요. 많이 혼란스러웠죠. 그리고 다른 친구들은 부모님 밑에서 따뜻한 밥 먹고 사랑받으며 지내는데 나는 왜 이런 상황에 놓였을까 생각할 때마다 부모님이 원망스럽기도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때보다 괜찮아졌어요. 시간이 많이 지나서 괜찮아진 건지 아니면 권투를 하면서 그런 감정들이 어느 정도 회복됐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괜찮아요."

성남보육원 선생님과 함께
 성남보육원 선생님과 함께
ⓒ 배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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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도 부모님을 찾고 계신 건가요?
"네. 사실 지금 제 부모님의 생사도 잘 몰라요. 얼굴도 모르고요. 그래도 찾아야죠. 저를 낳아주신 분인데."

- 권투를 하는 이유도 부모님 때문인가요?
"권투로 성공해서 유명해지고 싶어요. 유명해지면 그때 부모님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가끔 TV에 보면 운동선수 중에 어릴 때 해외로 입양 보내졌다가 다시 유명해진 후에 부모님을 찾는 사람이 있잖아요. 저도 유명해지면 TV나 여러 매체를 통해서 제 얼굴이 알려질 거니깐 그땐 더 쉽게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 링 위에 오를 때마다 드렁큰타이거의 8:45 Haven을 듣는 이유가 있나요?
"거기 가사 중에 '내가 행복하게 해준다고 기다리랬잖아. 내가 정상에 설 때까지 기다리랬잖아'라는 가사가 있어요. 드렁큰타이거가 할머니께서 돌아가시고 나서 지은 곡인데 저의 상황과 비슷해서 많이 공감돼요. 그리고 노래를 들으면서 어디 계신지 모르는 부모님께 다짐도 해요. 내가 성공해서 꼭 행복하게 해줄 거라고요. 그러면 긴장도 풀리고, 힘도 생기는 것 같아요.

-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배영식 군에게 많은 도움을 주신 분이 계신가요?
"성남보육원에서 근무하시는 박강분 선생님이에요. 어릴 때부터 저를 도와주셨어요. 제가 복싱훈련 하면서 슬럼프가 오거나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을 때마다 옆에서 많은 격려와 위로를 해주셨어요. 치킨이나 맛있는 음식 사주시면서 같이 해보자고, 할 수 있다고 다독여 주셨는데 지금까지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저도 제 밑에 같이 운동하는 후배들이 있어요. 복싱 훈련이 워낙 힘들다 보니깐 도중에 그만두려고 하는 후배들이 가끔 생겨요. 그때마다 저도 선생님처럼 후배들 맛있는 거 사주면서 같이 해보자고 잡아주곤 해요.(웃음)"

대통령배 복싱경기 중
 대통령배 복싱경기 중
ⓒ 배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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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싱훈련은 어떻게 하시나요?
"훈련은 새벽부터 시작해요. 새벽 5시 50분에 기상해서 1시간 30분 정도 달려요. 그리고 오전에 웨이트 트레이닝 1시간 정도 하고 오후에 줄넘기, 샌드백 치기, 스파링, 체력훈련을 3시간 정도 하고요. 시합이 있을 때는 조금 더 하고요."

- 앞으로 계획은요?
"11월에 복싱 국가대표 선발전이 있어요. 우선 태극마크를 목표로 최선을 다하려고요. 독자들이 이 잡지를 볼 때쯤 결과가 발표됐을 수 있겠네요.(웃음) 먼 미래에 제가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지는 잘 몰라요. 하지만 순간마다 눈앞의 목표에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면 어느새 제가 상상하던 복싱선수가 되어있을 것 같아요. 물론 부모님도 찾고요."

덧붙이는 글 | 월간 세상사는 아름다운 이야기12월호 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복싱, #국가대표, #부모님, #행복, #보육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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