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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간 30분의 비행 끝에 드디어 샤를 드골 공항에 도착했다. ⓒ 김종성
"맙소사, 드디어 파리야!"

2016년 11월 21일 오후 5시가 조금 넘은 시각. 예정대로 프랑스 파리의 샤를드골 공항(CDG, Charles de Gaulle Airport)에 도착했다. 입국 심사를 기다리기 위해 잔뜩 늘어선 줄, 하지만 입국 심사대의 직원은 달랑 두 명뿐이었다. '급한 건 너희들이지, 우리가 아니야'라고 말하는 듯했다. 그것이 '파리'의 첫 인상이었다. 그들은 느긋했고, 그 서두르지 않는 모양새가 좋았다.

조용히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 12시간 30분의 긴 비행이 주는 피곤과 목적지에 당도했다는 설렘이 묘한 비율로 섞여 있는 사람들의 얼굴이 서로를 힐끔거렸다. 침착하게, 차분하게, 그런 척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난 마음 속으로 거듭 외치고 있었다. "맙소사, 내가 파리에 오다니!" 피곤과 설렘, 적어도 내 얼굴에는 후자의 비율이 훨씬 더 많이 드러났으리라.

옆으로 나란히 앉은 직원 두 사람은 업무를 보는 동시에 얼굴에 웃음을 띠며 간단한 이야기(알아들을 수 없었지만)를 주고 받기도 했다. 여유로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측면'을 내어주는 인천 공항과는 달리 '정면'으로 사람들을 맞이하는 샤를 드골 공항의 입국심사대는 좀더 편안한 느낌이었다. 개별화돼 있다는 느낌보다는 함께 일하고 있다는 인상을 줬다고 할까.

'낭만'은 잠시 접어두고, 이제 '현실'이다. 어느새 캄캄한 하늘, 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드는 파리는 해가 빨리 졌다. 시내에서 북동쪽으로 약 23km 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이곳 샤를 드골 공항에서 숙소가 있는 '시내'까지 이동해야 한다. 가장 긴장되는 순간이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과정이다. 숙소에 도착해 여행의 기반이 될 베이스 캠프(base camp)의 상태를 확인하고, 짐을 풀기 전까지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32번 출구로 나오면 에어프랑스 리무진 버스(LE-BUS DIRECT) 승강장이 나온다. ⓒ 김종성
리무진 버스는 30분의 배차 간격을 두고 23시까지 운행한다 ⓒ 김종성
샤를 드골 공항에서 시내까지 이동하는 방법은 대략적으로 4가지 정도다.

① RER 파리 외곽선 
② 시내버스 
③ (한인) 택시 
④ 에어프랑스 리무진 버스

어떤 방법을 선택할지 결정하는 건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다. 여러가지 고려사항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염두해 둬야 하는 건 '숙소의 위치'다. 가급적 숙소 근처로 바로 이동할 수 있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편이 좋다. 숙소로 이동하기 전에 진을 빼버리면 곤란하지 않겠는가. 그 다음으로 따져봐야 하는 건 비용과 시간이다. 누군들 '택시'를 타고 휙 가버리고 싶지 않겠는가. 현실은 "......"

만약 숙소가 포르트 마이요(Porte maillot), 개선문(Etoile), 트로카데로 광장(Trocadero), 에펠탑(Tour eiffel) 근처라면 추천하고 싶은 방법은 ④다. 일반적으로 에펠탑 근처를 숙소로 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산책하듯 걸어서 에펠탑을 마주하고 올 수 있다는 건 '축복'이기도 하다. 그 때문에 에펠탑 인근에 숙소를 정했기에 다이렉트로 에펠탑까지 이동하는 에어프랑스 리무진 버스(LE-BUS DIRECT)를 선택하는 데 주저할 필요가 없었다.

대중교통인 ①, ②는 장시간의 비행에 지치고, 무거운 짐을 들고 있는 당신이 고를 수 있는 최상의 선택지는 분명 아니다. 다만, 샤틀레 레알(chatelet Les Halles)로 간다면 약 45분이면 이동이 가능한 RER B선(10유로)을 타는 것을 권한다. 예약금(1만 원)과 사람 수에 따라 비용이 올라가는 파리 한인 택시도 딱히 권하고 싶진 않다. 1~2명일 경우 60유로(1유료=1240원), 3명은 70유로인데 상당히 비싼 편이다.
에어프랑스 리무진 버스(LE-BUS DIRECT) ⓒ 김종성
밤에는 내부 사진이 잘 찍히지 않아 여행 마지막 날 찍은 사진, 참고로 버스에는 USB 단자가 있어 충전도 할 수 있다 ⓒ 김종성
도착하는 터미널(아시아나의 경우 Terminal 1, 대한항공이나 에어프랑스, 케세이퍼시픽의 경우 Terminal 2)에 따라 리무진 버스를 타는 장소가 다른데, Terminal 1의 경우 나오마자마 보이는 32번 출구를 통해 밖으로 나가면 'LE-BUS DIRECT' 티켓을 구입하는 곳을 발견할 수 있다. 자, 이제 표를 끊을 차례다. 에펠탑까지 가는 2번 버스는 편도 17유로, 왕복 30유로다. 참고로 카드로만 결제가 가능하다. VISA 카드를 꼭 챙기자!

보통 1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데, 러시아워(rush hour, 혼잡 시간대)와 맞물린 탓인지 시간이 제법 걸렸다. 허나, 이곳이 파리인데,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 창밖으로 펼쳐지는 파리의 낭만적인 불빛들이 눈과 머리를 자극했고, 그 시간이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1시간이 훨씬 더 지나고, 눈앞에 위풍당당한 개선문이 나타나자 앞뒤 좌석에서 사람들의 탄식이 터져나왔다. 그리고 몇 분 뒤, 드디어 목적지인 에펠탑에 도착했다. 1시간 40분은 걸린 것 같다.

원래 계획은 이랬다. 오후 5시 공항 도착, 저녁 8시 전에 숙소 도착, 곧바로 에펠탑으로 직행. 여행을 계획할 때부터 첫날의 애매함을 무언가로 꽉 채우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알차게 보내고 싶은 마음이랄까. 궁리 끝에 찾은 가장 좋은 해답은 에펠탑에 올라 야경을 보는 것이었다. 그래서 숙소도 에펠탑 근처로 잡았다. 여행의 틀을 잡는 출발점이 '파리에서의 첫날 밤'에 있었던 것 같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숙소인 에펠 캐피탈 호텔(Hotel eiffel capitol)에서 에펠탑(La Tour Eiffel)은 도보로 10분 남짓이었다. 짐을 푸는 건 에펠탑을 둘러본 다음에 하기로 하고, 간단한 짐만 챙겨서 숙소를 나섰다. 구글 맵을 켜고 방향을 잡고, 거리를 눈에 새기며 걸었다. 눈과 다리가 거리를 기억하면 그때부턴 '서투른 여행자'가 아니라 '머무르는 사람'이 된다. 스위치가 켜지듯, 전환되는 그 순간이 가장 뿌듯하다.
에펠탑의 모습, 과연 이 구조물을 '흉물'이라 부를 사람이 있을까? ⓒ 김종성
'추악한 철덩어리'

과연 파리의 상징이자 프랑스의 상징이 돼버린 에펠탑, 파리를 방문하는 수많은 여행자들이 결국 사랑에 빠지고마는 에펠탑, 그리고 이 순간 눈앞에 펼쳐진 에펠탑을 여전히 '흉물'이라 말하는 사람이 있을까. 귀스타브 에펠(Gustave Eiffel)이 설계한 에펠탑은 1889년 프랑스 혁명 100주년을 기념하는 세계 박람회를 위해 세워졌다. 이 우뚝 솟은 높은 구조물을 통해 사람들에게 박람회의 위치가 어디인지 알려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세계 박람회가 끝나면 에펠탑은 철거될 운명이었다. 파리 시민들이 철골 구조물을 흉측하다 여겼기 때문이다. 기 드 모파상이 에펠탑을 보지 않기 위해 시야가 가려지는 골목길로만 다니고, 에펠탑 안의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에밀 졸라를 비롯해 알렉산드로 뒤마, 건축가 가르니에 등은 에펠탑 설립이 확정되자 '에펠탑에 반대하는 예술가들의 탄원서'에 이름을 올렸다. 그만큼 파리의 예술·문학계의 반대가 극심했다.

그런 에펠탑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까닭은 최신 송신 안테나를 세우기에 이상적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몽마르트르 지역의 사크레쾨르 성당에서 파리의 전경(全景)을 내려다 보면 알 수 있듯 파리에는 고층 빌딩이 거의 없다. 1973년 완공된 몽파르나스 타워(210m)를 제외하면 건물들의 높이가 거의 일정해서 수평선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실제로 파리에서는 36m 이상 건물의 신축이 불허되다가 2010년에야 고도제한이 풀렸다.

지난 2015년 파리 시의회는 9년여 동안 끌어오던 논란의 종지부를 찍고 파리의 남서부에 180m 높이의 트라이앵글 타워(Tour Triangle) 건축을 허가했다. 일자리 창출 등을 앞세운 경제 논리의 승리였다. 하지만 여전히 파리 시민들은 초고층 건물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도시의 미관을 해치고, 도시의 전통을 거스르는 데 불편함을 느끼는 것이다. 마천루의 아찔한 라인에 환호하는 우리네 미적 감각으로는 낯선 대립이다.
에펠탑 내부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엄격한 보안 검색을 통과해야 한다 ⓒ 김종성
에펠탑 내부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엄격한 보안 검색을 통과해야 한다 ⓒ 김종성
에펠탑으로 올라가려면 두 번의 보안 검색대(Security Control)를 거쳐야 한다. 에펠탑 입구에서 한 번, 탑 내부로 올라가기 직전에 한 번. 파리를 여행하면서 놀랐던 점은 미술관이든 박물관이든 그 사이즈와 무관하게 방문객들(과 소지하고 있는 짐)을 철저히 확인한다는 것이다. 가방을 열어 안을 보여주는 건 기본이었다. 기존의 보안 검색이 2015년 11월 13일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던 테러로 인해 훨씬 강화된 듯했다.

에펠탑에 올라가기 위해 리프트를 타기 직전에 한번 더 거치는 보안 검색대 앞의 플라스틱 통 안에는 '라이터'가 수북히 쌓여 있다. 국보급 문화재가 있는 곳이라 할지라도 아무렇지 않게 드나드는 데 익숙한지라 처음에는 이 절차가 낯설게 느껴졌지만, 위험 요소를 미리 제거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느껴졌다. 결국 모두의 안전을 위한 일이 아니겠는가. 이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건, '비수기'라 줄이 길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에펠탑 티켓의 가격은 나이대에 따라 세분화돼 있다 ⓒ 김종성
- 2층 전망대 
성인 : 11유로
12-24세 : 8.5유로
4-11 : 4유로

- 꼭대기 전망대
성인 : 17유로
12-24세 : 14.5유로
4-11세 : 8유로

에펠탑의 경우에는 티켓 가격이 나이대에 따라 제법 세분화돼 있다. 위의 가격은 '리프트' 기준이고, 2층까지 계단으로 올라갈 경우에는 조금 더 저렴(성인 기준 7유로)하다. 과감하게 17유로를 주고 꼭대기 전망대까지 올라가기로 했다. 한화(韓貨)로 2만 원이 조금 넘는 금액인데, 적어도 파리에서는 입장료를 아끼지 말자는 노선을 정해놓았기 때문에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에펠탑'이 아닌가!
에펠탑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파리의 야경 ⓒ 김종성
비스듬히 올라가는 리프트를 타고 2층으로 가서 다시 엘리베이터를 갈아 타고 꼭대기까지 올라갔다.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제각각 자신의 나라의 말로 감탄사를 연발했다. 그 환호의 대열에 나도 동참했다. 300m의 높이(안테나까지 포함하면 324m)의 전망대에서 펼쳐지는 파리의 야경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강하게 부는 바람을 맞으면서도 360도를 돌고 돌아 그 풍경을 눈에 담으려 애썼다.

홍콩의 빅토리아 피크에서 내려다 본 야경이 고층 빌딩들이 돋보이는 '스카이 라인'이 주는 강렬함이었다면, 파리의 그것은 구획이 정리된 도시의 아기자기함과 고풍스러움이 느껴지는 은은함이었다. 넋 놓고 야경에 취해있다가 문득 이곳이 '파리'이고, 내가 '에펠탑'에 올라와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고, 언제부터인지 알 수 없지만 계속해서 입꼬리가 올라가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그제서야 실감이 났다. 파리에 잘 왔다. 파리에 오길 잘했다. 에펠탑에 올라오길 잘했다.

태그:#파리, #샤를 드골 공항, #에펠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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