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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 양복, 맞춤 양장... '맞춤옷' 전성시대이던 때가 있었습니다. 양복점이나 양장점에 가 치수를 재고, 원하는 스타일을 선택하면 사이즈는 물론 원하는 컬러까지 맞춰 원하는 대로 만들어 줬습니다. 깃은 조금 크게, 주머니는 조금 작게, 통은 조금 넓게... 원하는 대로 변형도 가능했습니다.

맞춤식 교육이라는 말과 족집게과외라는 말은 지금도 유행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필요한 과목에 맞추고, 모자라는 내용을 족집게처럼 골라 채워준다는 달콤한 유혹입니다. 그런 맞춤식이 이제 인간에게도 적용가능한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훤칠한 키, 날씬한 몸매, 조각한 듯한 얼굴, 오뚝한 콧날, 샛별 같은 눈, 앵두 같은 입술, 백옥 같은 피부, 짐승 같은 야성, 가족력으로 전해지는 어떤 유전병은 싹둑. 재단사가 이렇게 저렇게 가위질을 해 맞춤옷을 만들듯, 인간의 DNA를 자르고 붙이는 짜깁기를 통해 원하는 인간, 맞춤식 인간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더 이상 공상과학으로만 머물지 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맞춤아이와 인간복제가 가능한 <GMO 사피엔스의 시대>

<GMO 사피엔스의 시대> / 지은이 폴 뇌플러 / 옮긴이 김보은 / 펴낸곳 반니 / 2016년 11월 10일 / 값 16,000원
 <GMO 사피엔스의 시대> / 지은이 폴 뇌플러 / 옮긴이 김보은 / 펴낸곳 반니 / 2016년 11월 10일 / 값 16,000원
ⓒ 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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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O 사피엔스의 시대>(지은이 폴 뇌플러, 옮긴이 김보은, 펴낸곳 반니)는 GMO, 인간을 대상으로 한 유전자변형기술이 연구되고 발전해 온 과정, 현재 세계 각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연구 분야 및 기술정도, 예측 가능한 미래까지를 개괄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유전자복제하면 언뜻 '체세포복제', '줄기세포치료', '둘리', '황우석 사태' 등을 연상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작금의 기술은 유전자복제에 머물지 않고 유전자변형이 가능한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유전적 변화가 인간에게 가능해진 것은 크리스퍼(CRISPR-Cas9)라는 새로운 유전자편집기술 덕분이다. 개발된 지 3년 만에 생명과학계의 최대 관심사가 된 이 신기술은 5장에서 더 자세히 설명한다. 일단 지금은 크리스퍼를 확대경(게놈 검색기)과 가위(DNA를 자르는 단백질), 그리고 자른 단면을 다시 붙이는 연필(DNA 염기를 다시 써넣는 세포 과정)이 달린 유전자용 맥가이버칼 같은 도구라고 생각하자. - 33쪽

크리스퍼(CRISPR-Cas9)라는 유전자편집 기술에 대한 개념은 간단합니다. 새끼줄처럼 비비 꼬이며 일정한 질서를 유지하고 있는 DNA의 A, C, G, T 염기나 더 넓은 유전자 부위를 놀라우리만큼 정교하게 제거하거나 바꾸는 기술입니다.

다시 말해, 없애고 싶은 부분은 잘라내고, 바꾸거나 이어주고 싶은 부분은 조각난 천을 바느질로 기워 연결을 하듯 그렇게 이어주면 되는 기술입니다. 유전자를 이용한 기술은 치료목적으로도 연구되고 있지만 생식, 맞춤형 인간을 만들기 위한 기술로도 연구되고 있는 게 이 분야의 현주소입니다.

말하자면 다음 단계로 가까운 미래에 유전자변형 인간의 창조가 실현되는 데 필요한 밥상이 다 차려졌다는 뜻이다. 도구와 방법은 이미 있다. 유전병치료와 같은 치료 목적부터 영리하거나 의젓한 아이를 만드는 인간 형상의 목적까지 넓은 범위에 해당하는 수요 역시 존재한다. -183쪽

인간 창조해 낼 수 있는 기술 이미 확보 돼 있어

유전자변형을 이용해 인간을 창조해 낼 수 있는 기술은 이미 확보돼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법정에서 조차 친자 확인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유전자검사 기술이 상업화 보편적으로 이용되는 건 이미 오래전 이야기입니다. 유전자변형 기술을 돈벌이 수단으로 선점하려는 기업도 한둘이 아닙니다.

인류가 살아가는 데 있어 반드시 유전자변형기술을 이용해서만 극복할 수 있는 어떤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현대 기술로는 해결하지 못하는 인류사적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키워드를 유전자변형 기술에서 찾을 수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만 본다면 유전자변형 기술은 아무런 제한 없이 연구되고 아주 빠른 속도로 거침없이 발전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문제가 되고 염려되는 건 유전자를 이용한 이러한 기술과 연구가 인류역사에 이상적으로만 사용되거나 발전할 것이라는 걸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어느 단체나 어느 국가도 그러한 사실을 담보해 줄 수 없다는 게 인류에게 던져진 난제이자 반드시 극복하거나 견제하며 짚고 넘어가야 할 과제입니다.

저자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예방적 방편으로 '유전자변형의 ABCD원칙'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유전자변형 인간 생식세포와 태아의 생체 외 연구를 위해 전제되어야 할 것으로 연구를 시작하기 전에 의무적 승인 원칙(Approval), 생명윤리 교육(Bioethics Training), 명확성(Clarity), 생체 내 연구로 확장하지 말 것(Don't extend)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유전자변형 시대를 어림할 수 있는 개념도

인간을 대상으로 한 유전자변형은 결코 남의 일도 아니고 다른 나라의 일도 아닙니다. 내가 살아가는 세상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현안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식량을 대상으로 한 GMO가 이미 식탁에 올라와 있는 것처럼 인간을 대상으로 한 GMO 또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의료보험이나 가치에까지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칠 건 너무나 분명합니다.

모든 사람이, 전문가들이 알아야 할 전문적인 내용까지를 다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커다란 흐름이나 개요 정도는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GMO 사피엔스의 시대>(지은이 폴 뇌플러, 옮긴이 김보은, 펴낸곳 반니)에서 맞춤아기, 복제인간, 유전자변형기술이 가져올 미래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지를 알고, 그런 미래에 대비하기 위한 시대적 흐름과 개요를 파악하는 데 필요한 개념을 정립할 수 있게 될 거라 기대합니다.

덧붙이는 글 | / 지은이 폴 뇌플러 / 옮긴이 김보은 / 펴낸곳 반니 / 2016년 11월 10일 / 값 16,000원



GMO사피엔스의 시대 - 맞춤아기, 복제인간, 유전자변형기술이 가져올 가까운 미래

폴 크뇌플러 지음, 김보은 옮김, 반니(2016)


태그:#GMO 사피엔스의 시대, #김보은, #반니, #유전자변형, #황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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