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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기사 : 편의점 알바 노동자 시국선언

편의점도 시국에 대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생각에 함께하자는 의미로 1인시위를 진행해봤다.
▲ 편의점 시국선언 제안 1인시위 편의점도 시국에 대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생각에 함께하자는 의미로 1인시위를 진행해봤다.
ⓒ 임승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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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하는 4900만이 있다. 여러분이 시위할 때 다른 4900만명은 무엇인가 하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된 '어떤 이들'의 '100만촛불'에 대한 생각이다. 5000만 국민 전체를 생각했을 때, '100만'이라는 숫자는 소수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 거리에 나오지 않은 사람들의 목소리는 어떨까?

하루 10시간 일하는 필자도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선 꽤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 게다가 일하는 시간이 저녁, 혹은 주말과 겹치는 사람에게는 '포기'가 선택할 수 없는 영역이기도 하다. 그사람들의 생각은 어떨까? 그래서 직접 서명판을 들고 편의점들을 누볐다. 바로 편의점 시국선언을 위해서.

"어서오세요~"

내가 일하는 편의점에서 10시간 근무를 마치고 서명판을 챙겨 나오면, 주로 집회하는 시간대인, 6~8시사이였다.

"안녕하세요, 저도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는 사람인데요..."

어색하게 건네는 인사와 시국선언에 대한 짧은 소개를 하는 사이에도 손님이 계속 밀려왔다. 짧은시간 안에 많은 편의점을 돌기 위해 번화가로 나갔지만, 퇴근길에 편의점을 들르는 사람들의 수는 '인파'라고 표현될 만큼 많았다. 설명을 다 하고 시국선언문에 사인을 하고 이름을 적는 몇 분도 온전히 쓰기는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바쁘고 피곤한 일상이지만 많은 알바가 동참선언에 함께해주었다.
▲ 시국선언에 동참해주는 알바 바쁘고 피곤한 일상이지만 많은 알바가 동참선언에 함께해주었다.
ⓒ 임승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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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랑짤랑"

문에 달린 종이 울리고 잠시 동안 조용한 매장들도 있었다. 매장 안을 기웃기웃 들여다보면 잠시 후 편의점 조끼를 입은 사람이 "잠시만요~"라는 말과 함께 부산스레 나온다. 손을 호호불며 카운터 앞으로 향하는 이들은 냉장고 안에 들어가 물건을 채우던 사람들이다.

보통 혼자서 일하는 편의점 특성상, 물건이 배송된 후부터는 근무자가 물건 진열과 계산을 동시에 해야한다. 바쁘게 매장 안을 돌아다니며 빈 진열대를 채우던 이들과 노력하지 않고 승리를 거머쥔 정유라 이야길 나눴다.

"어휴 10억만 해줬겠어요?"

삼성이 정유라에게 사준 말 값인 10억은 우리 시급으로는 한 푼도 안 쓰고 60~70년을 벌어야 모으는 돈이다. 그의 처지와 우리를 비교할 문제는 아니지만, 그의 발언은 노력하는 모두에게 모욕적이었고 이런 소리 들으려고 세금내고 살았나 자괴감이 들게 만든다.

"저는 10시간 일 하는데..."

대부분의 편의점이 8시간 근무시간을 지키지 않는다. 10시간, 12시간, 심지어는 14시간 계약도 있다. 유독 피곤해 보이는 알바에게 물어보니, 하루에 12시간씩 일을 한다고 한다. 오후 8시부터 오전 8시까지 일을 하느라, 낮시간에는 다른 일을 하기 힘들지만, 저녁시간에 같이할 수있는 일은 참여하시겠다고 한다. 피곤하지 않겠냐는 질문에, 다 비슷한 처지이니 괜찮다, 야간 알바라 집회는 꿈도 못 꾸니 이렇게라도 기여하고 싶다고 하셨다.

비록 많은 수는 아니지만 값진 서명을 받았다.각자의 사정은 다르지만 더 많은 편의점 일바가 함께할 수 있도록 노력해갈 예정이다.
▲ 필자의 편의점에 붙여놓은 A4용지. 비록 많은 수는 아니지만 값진 서명을 받았다.각자의 사정은 다르지만 더 많은 편의점 일바가 함께할 수 있도록 노력해갈 예정이다.
ⓒ 임승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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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하나 때문에 폐 끼치긴 어려워서..."

집회나 기자회견에 함께할 수 있겠냐는 질문에는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매일 근무하신다는 분의 대답이었다. 본인이 집회를 가면 다른 누군가가 근무를 대신해야 하는데, 예비 인력이란 게 없는 편의점 입장에선 '대타'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정말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만 사정을 해 겨우 몇 시간 빼본 적이 있다던 그는, 마음은 집회현장에 함께 하고 있지만 본인의 현실상 어려울 것 같다며 선언에 동참했다.

이렇게 다녀서 총 35명의 서명을 받아냈다. 촛불집회엔 나오지 못하는 그들이지만 촛불과 같은 마음으로 시국산언에 동참해주셨다. 오히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함께하지 못하고 있는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을 내비칠 때마다 더 열심히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사정은 다르지만, 같은 마음으로 이 문제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비록 적은 수의 사람들이지만, 우리의 이야기도 모여가고 있고 들어주는 사람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게 발표된 시국선언이 많은 사람에게 다양한 동기를 부여할 수 있길 바란다. 이후에도 일상에서도, 거리에서도, 각자에게 주어진 환경에서 우리는 싸워갈 것이다.


태그:#편의점, #알바, #시국선언, #최순실, #7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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