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난 주말 30년지기 친구들과 오랫만에 광화문 광장에서 자리를 같이 했습니다. 행사 막바지에 전인권씨의 애국가를 듣고 있는데 폰이 울렸습니다. 어머니십니다.

"야야,  나좀 입원시켜줘라. 두 주 넘게 잠을 못잤다."

팔십이 다되신 노모께서  불면증만 아니면 참 건강하신데 이따금 잠을 못주무시고 아주 힘들어 하십니다. 약을 드셔야만 주무시더니 그마저 잘 안듣나 봅니다. 봄가을 철이 바뀔 때마다 한번씩 고생을 하셨는데 이젠 계절을 안가리십니다. 여기저기 알아봐도 불면증으로는 입원이 안된다 하여 어제 링거액을 꽂아드렸더니 좀 나아지신 듯 합니다.

매달 냉장고 채워드리느라 한 번씩 다녀왔는데 찬바람 부는 계절엔 자주 찾아봬야지 싶습니다. 

어머니의 유일한 낙은 고스톱입니다. 그 연세에도 매일 노인정에서 친구분들과 낙을 즐기십니다. 홀로 계신 어르신들에게 고스톱을 적극 권장해 드리고 싶은 것이, 치매 예방에 최고라지요. 고스톱을 안 치실 때는 모든 스포츠를 보십니다. 프로야구, 복싱, 테니스, 배구 가리는 것 없이 즐기십니다. 그 많은 운동의 룰을 어떻게 아셨는지 아주 재밌게 보십니다.

"느그 아부지가 운동 광이었잖냐. 맨날 같이 보면서 하나씩 갈쳐줬어야."

그런 어머니를 보면서 가끔 생각해봅니다. 나의 노년은 어떨 것인가.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이 사람마다 다르게 느껴진다는 것을 최근에 알았습니다. 아내는 해가 바뀔 때마다 한해 한해 저물어 가는 것이 부담인가 봅니다. 슬프고 싫다는 얘기를 자주 합니다.

저는 조금 다릅니다. 40대보다 50대에 몸이 훨씬 건강해졌고, 책을 봐도 이해력이 좋아졌고, 할일을 금세 잊어버리던 습관도 사라지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부드러워졌습니다. 그러다보니 언제부터고 사람이나 일에  대한 두려움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래서 저의 60대는 지금 50대보다 더 건강해지고, 기억력도, 이해력도, 시력도 더 좋아질 것 같습니다. 그럼, 70대는 60대보다 더 좋겠지요. 세상을 그만큼 오래 살게 되니까 더 좋아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거 아닐가요.

물론 아닐수도 있겠습니다만 아니라고 생각하는 그 이유는 한번 따져볼 일입니다. 마음에 이미 노년은 점점 쇠약해지고, 기억력도 떨어지고, 병약하여 삶이 시들어가다 결국 마지막을 맞는다는 생각이 지배적일 것입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늙어가시는 부모님이나 주변 어르신들을 통해 그런 모습을 봐왔습니다. 그래서 그 마음의 생각이 이미 노년은 인생이 포물선처럼 50대 즈음 정점이었다가 하향곡선을 이룰 거라고 생각합니다. 

50대는 배가 나오고 머리가 벗겨진 중년의 모습이, 70대는 구부정한 백발의 모습이 이미 우리의 50대나 70대 모습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물론  몸은 체력적으로나 기능적으로 조금씩 저하되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입니다. 그러나 병약함이나 삶이 시들어간다는 것은 그 사람의 마음에 이미 어린시절부터 '노년'은 그렇게 될 것이라고 마음에 심겨져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됩니다.

중국의 프로 바둑기사들을 보면 흥미로운 것이 그들의 전성기나 프로 바둑 연령이 점점 짧아지고 있습니다. 세계를 제패하던 선수들이 30대 중반에 이미 사라지고 십대와 이십대 초반이 주를 이룹니다. 그들은 주변에서 그것을 봐왔기에 삼십대에 이미 바둑계에서 사라집니다.

피겨스케이트 역시 그 주기가 더 짧지요. 십대를 지나면 어렵다고 생각하지요. 20대 중반의 김연아 선수는 더이상 선수로 불리지 않은지 오래입니다. 특정 분야에서의 나이에 대한 지배적 인식이 그들의 마음을 제약하고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그 마음을 바꾸면 얘기가 전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중국 바둑 기사들에게 지금도 현역 기사로 활동하고 있는 60대의 조훈현과 조치훈 기사는 상상할 수 없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노년'  또한 마음에서 이미 다른 노년을 상상하면, 이를테면 언제든 산보를 즐길 수 있고, 지금보다 과히 떨어지지 않는 소화력으로 모든 음식을 즐기고, 연륜이 쌓이는만큼 마음이 쉬이 요동하지 않기에 노년으로 갈수록 더 지혜롭고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마음을 먹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수십년간 보고 자라 굳어진 마음의 믿음체계가 이것을 믿지 않습니다. 저는 노년으로 갈수록 행복한 사람들을 문헌과 다큐를 통해 많이 봐왔습니다.

마음이 가진 힘이 무지 강력하다고 언젠가 말씀 드렸지요. 그래서 마음에 품으면 실제로 일어난다고. 우리는 우리의 노년을 우리가 선택할 수 있습니다. 먼저 무기력한 노년을 머리와 마음에서 지워야 합니다. 노쇠한 모습이 아닌 활력이 넘치고, 더 지혜롭고, 건강을 유지하면서 더 행복한 모습을 그릴수 있습니다. 엄청난 시간과 돈이 드는 것이 아닌 '마음먹기'입니다.  

지금 이순간부터 우리에게 노년의 동의어는
'건강'과 '행복'입니다.

행복은 나이에 비례할 수 있습니다.
▲ 행복한 노년 행복은 나이에 비례할 수 있습니다.
ⓒ 전경일

관련사진보기




태그:#노년, #건강, #행복, #믿음, #제약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