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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국정농단과 박근혜 대통령 거취문제에 온 국민의 눈과 귀가 쏠린 사이 민감한 안보현안이 밀실에서 추진되고 있다. 바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다. 지금 박근혜 정권은 '최순실-박근혜 게이트'가 불거지면서 위기에 처해 있다. 그럼에도 이 정권은 들끓는 퇴진여론에도 오히려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먼저 한일 양국은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을 위해 이달 들어서만 세 차례 논의를 벌였다. 이어 14일엔 가서명이 이뤄졌고, 법제처 심사를 완료해 17일 열리는 차관회의에 상정 예정이다. 한편 국방부는 16일 오전 사드를 경북 성주군 롯데 골프장에 배치하는 대신 경기도 남양주시 국유지를 롯데에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현 정권이 위기 가운데서도 한반도의 명운을 좌우할 군사협정 체결에 속도를 내는지 이유는 뚜렷하지 않다. 이와 관련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14일 "한국 측이 군사보호협정 체결을 서두르는 데에는 박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도 "최순실 국정개입으로 내정이 혼란에 최종 서명에 이를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일본 언론은 박 대통령의 의지가 동력이라고 지적했지만 근본 이유는 따로 있어 보인다. 한국이 일본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에 속도를 내고, 사드 부지도 전광석화처럼 결정한 막후엔 미국이 있다고 본다. 이렇게 추론하는 근거는 아래와 같다.

MD체제 구축에 날개 달아줄 한일 군사협정 

김창수 코리아연구원 원장은 <시사iN> 제478호에 기고한 글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MD(미사일방어) 체제 구축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이렇게 주장했다.

"한국에 배치하게 될 사드 레이더의 탐지 능력은 일본에 배치된 사드 레이더와 미국 본토의 MD체제 와도 통합된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하면 사드 레이더뿐 아니라 한국의 자체적인 탐지 추적 정보도 MD체제와 통합된다. 미국으로서는 한국이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제가 자국의 MD체제에 편입되지 않는 것이 불만이었다. 이런 불만이 해소되는 것이다."

그동안 미국은 글로벌 미사일 방어체계 구축에 열을 올려왔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지난 9월 아산 지역 강연에서 미국의 전략에 대해 이 같이 설명했다.

"사드 하나만 놓고 보면 단추 누르면 발사되는 무기에 지나지 않는다. 사드 체계의 진짜 비밀은 무기를 운영하는 지휘체계에 있다. 미국은 패트리어트 미사일이나 이지스함 등 이미 MD 자산을 구축해 놓은 상태다. 미국은 다음 단계로 이 자산을 네트워크로 연결하려 한다. 이 같은 전략 구상은 유럽에서도 유사하게 진행 중이다. 이를 다 묶으면 글로벌 미사일방어체계가 완성되는 셈이다. 미국은 전 세계를 통제할 수 있는 미사일방어체계를 구축하려 한다. 따라서 한국 방어를 위한 사드 따로, 미 본토 방어 목적의 사드 따로가 아니다."

즉, 미국으로선 한일 양국이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에 속도를 낼 수록 이익인 셈이다. 사실, 미국이 한일 양국에 이 협정 체결을 주문한 시점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12년 협정은 수면위로 떠올랐다가 여론의 반발에 막혀 무산됐다. 그러다 박근혜 정부들어 재차 수면 위로 떠오르더니, 정권 위기 상황인 지금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한편 미국은 현 정권이 위기에 처한 와중에 사드 배치 일정을 앞당기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바 있었다.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은 지난 4일 육군협회 주최의 조찬강연에서 "사드 포대의 한국 배치는 한미동맹의 강력한 표현이다. 향후 8~10개월 내로 배치를 마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한미 양국은 2017년 말을 사드 배치 시기로 잡았기에 브룩스 사령관의 발언은 배치가 예상보다 빨리 이뤄질 것임을 강력히 시사한다. 상황을 종합하면, 박근혜 정부가 완전히 힘을 잃기 전 미국의 이익을 관철시키려는 의도란 말이다.

한국 정부 약점 틀어쥐고 이익 관철시켜 온 미국 

이미 미국은 빈번하게 한국 정부의 취약성을 지렛대 삼아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시켜왔다. 그 극명한 사례가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였다. 1961년 박정희가 5.16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장악하자 미국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박정희가 1948년 여순반란 당시 육군사관학교 내 공산주의 세포조직 지도자 혐의로 체포된 전력 때문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이 같은 우려를 기회로 바꿨다.

우선 케네디 행정부는 박정희에게 민정이양 압력을 가했다. 이에 박정희는 1963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그러나 미국의 압력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미국은 박정희를 계속 압박해 한국전쟁 이후 숙원이나 다름 없었던 한일 국교정상화를 관철시켰다. 한국전쟁 이후 한국 지도자들은 "한국 경제가 일본에 종속될 우려가 있다"며 일본과의 관계를 정상화 하라는 미국의 압력에 저항해 왔다. 주미 대사를 지낸 함병춘은 1964년 이렇게 적었다.

"일본과 경제 협력을 하면 불가피하게 우리 경제가 일본 경제의 부속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미국은 한일 국교정상화란 실익을 챙겼다. 그러나 함병춘의 우려대로 한국 경제는 일본 경제의 부속물로 전락하고야 말았다.

이번에 추진되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군사적 측면에서 한국을 일본의 부속물로 전락시킬 가능성이 높다. 미일 양국은 지난 해 7월 자위대의 미군에 대한 후방지원활동을 일본 주변에서 전 세계로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일본은 지리적 개념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일본 주변이 한반도를 의미한다는 건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일 양국이 협정을 체결한다면 일본이 한국을 통해 인적정보(휴민트), 영상정보, 신호정보, 전자정보를 얻게 되고, 자위대는 이를 근거로 '일본 주변'에서 효과적인 작전을 펼칠 수 있게 된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과 사드 배치에 속도를 내는 배후에 미국이 있다는 주장은 어디까지나 추론일 뿐이다. 그러나 경험칙에 근거해 볼 때, 미국이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의혹 제기는 합리적이라고 판단한다. 결국 이 모든 사태는 박근혜 정권이 하루라도 빨리 퇴진 해야 하는 당위성을 더 강화시켜 준다.


태그:#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빈센트 브룩스, #김종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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