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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의 손길은 늘 필요하다

매일매일 버려지고 다치는 동물들은 너무 많은데, 그 동물들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이나 시스템은 없다. 누군가는 캣맘, 캣대디가 되어 겨울을 나야 하는 길고양이들을 돌보지만 누군가는 또 '길고양이에게 밥 주지 마라, 그렇게 걱정되면 집으로 데려가서 키우라'고 말한다.

사실 고양이를 돌보는 캣맘들이야 그러고 싶은 마음이 왜 없을까. 현실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모든 동물을 다 돌볼 수 없기 때문에, 동네의 길고양이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밥이라도 주는 것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 어쩔 수 없이 구조해야 하는 경우도 발견하게 되고, 누군가 버리거나 다치게 한 고양이를 또 누군가는 꾸역꾸역 구해 무거운 책임을 짊어진다.

이 순환을 보고 있자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밖에 표현할 도리가 없다. 다치고 아픈 고양이는 많고, 그것은 또 사람의 탓일 때가 많아 못 본 척하기가 어려운데 키워줄 사람이나 공간은 늘 부족하다. 그럼에도 누군가의 끝이 보이지 않는 노력이 이어져 어떤 생명들은 죽을 고비를 넘기고 새 삶을 찾는다. 애쓰면 그 와중에도 희망의 새싹이 피어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끝내 또 어려운 동물에게 손을 내밀고 병원에 데려가는 그 힘든 일을 반복하게 된다.

나 역시 동물들의 삶을 관심 있게 지켜보는 사람 중의 하나로서, 마음이 쓰이는 동물들은 수도 없이 많았다. 하지만 집에 항암 치료를 하는 고양이가 있으니 차마 다른 동물을 거두고 보살필 경제적 능력이나 여력이 남질 않았다. 그저 속상해하고, 가끔 아주 적은 후원금을 보태는 게 다였다.

임시보호, 망설였던 여러 가지 이유

임시 보호처가 필요한 고양이들
▲ 임보 고양이 임시 보호처가 필요한 고양이들
ⓒ 박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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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쏟아지는 구조 사연, 입양 홍보, 임보처 찾습니다, 그런 것들을 안타까워하기만 하고 있었다. 그러다 내가 사는 동네 캣맘의 급한 사연을 발견했다. 돌보던 고양이 한 마리가 캣맘의 뒤를 스토킹해서(!) 집을 알아내고는 그 집 앞에 새끼를 낳았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5마리나.

그런데 그 집은 공동현관이라 집 앞에 고양이가 드나들고 꼬물이들이 삐약거리는 것에 대해 주민들의 민원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집주인에게 말해 집을 빼게 하겠다는 협박까지 들어왔다. 캣맘이 결국 새끼 고양이들을 모두 집으로 들여야 했다고 한다. 어미묘는 TNR(중성화 수술 후 방사)을 했다.

하지만 그분도 집에 고양이를 이미 많이 키우고 있고 달리 공간이 없어 아기 고양이들을 일단 철창 안에 가둬놨다고 한다. 한창 뛰어놀고 싶은 아깽이들이다 보니 일정 시간 캣맘이 지켜보며 잠시 뛰어놀게 해주는 데에도 한계가 있어 당장 돌봐줄 임시 보호처가 필요하다는 사연이었다.

우리 집은 신혼 때 두 사람이 살기에는 충분한 넓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고양이를 두 마리 키우다 보니 고양이들이 뛰어다니기에는 좁다는 느낌이 들던 차였다. 철장에 갇혀 지내는 새끼 고양이들은 얼마나 뛰어놀고 싶을까, 마음이 안쓰러워 신랑과 임시보호에 대해 의논해 보았다.

보통 임시보호를 맡게 되면 맡기는 캣맘이나 구조자가 경제적인 부분, 사료나 모래, 병원비 등을 지원한다. 말 그대로 고양이가 지낼 장소를 제공하고 기본적인 돌봄을 해주면 되는 것이다. 고양이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고, 고양이를 키우고 있지 않다면 사실 더더욱 좋다. 이미 지내고 있는 고양이들이 새로 들어오는 고양이를 경계하기 마련이라, 키우지 않는 사람이 오히려 더 편안한 환경을 제공할 수도 있다.

사실 나도 지금까지 임시보호를 망설였던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일단 지금 키우고 있는 고양이들이 병원을 가야 할 일들이 많이 생겨 심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어려웠다. 다행히 지금은 회복해 병원 스케줄이 일단락되었다.

두 번째 이유가 가장 중요했는데, 혹시 입양이 안 되거나 너무 정이 들었을 때 최후에는 그 임보 고양이들을 우리가 키우게 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 때문이었다. 만약의 경우, 우리가 임보로 맡은 고양이를 키우는 것까지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컸다.

하지만 일단 가까운 동네에서 도움이 필요한 사연을 보니 문득 결심이 섰다. 아기 고양이들이 안타깝기도 하고, 어린 고양이라 우리 집 성묘 두 마리와의 합사도 비교적 원활할 듯했다.

사연을 올린 캣맘에게 연락해 두 마리를 집으로 데려왔다. 작은 집이지만 거쳐 가는 동안이나마 안락한 쉼터가 되어주길 바라며.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 예쁜 사진을 자주 찍어주면 입양 홍보를 하는데도 내심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우리 집으로 오기로 한두 마리 외에 나머지 세 마리도 다른 임보처가 정해졌다.

나는 동물을 키울 수 있는 사람일까

처음 집에 와서 긴장하고 있는 아기 고양이들
▲ 임보 중인 고양이들 처음 집에 와서 긴장하고 있는 아기 고양이들
ⓒ 박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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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당신은 반려동물을 키우고는 싶은데, 한 번도 키워보지 않아 내가 잘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는 사람일 수도 있다. 유기동물에 대한 봉사활동을 해보고는 싶은데, 어디서부터 해야 하지 잘 모르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임시보호로 먼저 시작해보면 어떨까? 입양이 결정될 때까지 머물 곳이 생기는 것만으로도 수많은 동물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선뜻 동물을 입양하지 못하더라도, 봉사의 일환으로 동물과 함께 생활해볼 수도 있다. 누군가 구조한 동물을 잠시 돌봐주는 것으로, 사람에게 상처입고 터전을 잃는 동물들에게 희망이 되어줄 수 있다.


태그:#고양이, #임시보호, #봉사활동, #아깽이, #입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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