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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습관적으로 카페인을 먹게 되면 두통이나 불안, 가벼운 우울증까지 올 수 있습니다.
참여연대와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이 6월 2일부터 8월 30일까지 '건강'을 주제로 팟캐스트 '참팟'을 진행하였습니다. 알쏭달쏭 궁금하지만 속시원히 해결하지 못했던 의료분야에 대한 내용을 정리하여 알려드립니다. - 기자 말

사회자 : 이경민(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전문가 : 이수정(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기획부장, 약사)

Q1. 피로회복제 광고를 보면 피로가 단숨에 풀릴 것 같습니다. 약국에서도 다양한 상품을 파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람들이 많이 구입하죠?
"그렇습니다. 약국에서 가장 흔히 하는 상담 중에 하나가 피로에 관련된 것입니다. 요즘은 피로회복제 수요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피로회복제 종류도 다양합니다. 기본적으로는 비타민 성분부터 한약재 성분이나 로얄제리 등이 함유된 제품들이 많고요, 요즘은 인태반을 함유한 것들도 출시되고 있습니다. 좋다는 성분이 첨가되어 있을수록 가격도 상당합니다. 1회분에 적게는 1천 원에서 많게는 1만 원 이상입니다.

그런데 사실 사람들이 피로회복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약물은 바로 카페인입니다. 카페인 하면 커피를 생각하실 텐데, 생각보다 여러 가지 의약품과 피로회복제에 카페인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커피는 보통 카페인이 첨가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마시지만, 커피보다 몸에 좋은 걸 먹으려고 사먹은 비싼 피로회복제에 카페인이 많이 들어있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Q2. 카페인의 과다 섭취는 어떤 문제점이 있나요?
"적당량의 카페인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적당량을 섭취하는 것이 사실 쉽지가 않습니다. 카페인의 각성효과는 피로를 없애는 게 아니라 잊게 만드는 것입니다. 오히려 카페인을 많이 드시게 되면 더 피로해지고 카페인에 중독되기가 쉽습니다. 습관적으로 카페인을 먹게 되면 두통이나 불안, 가벼운 우울증까지 올 수 있습니다.

카페인 음료 뿐만 아니라 감기약이나 두통약에도 카페인이 들어가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런 약들을 치료 목적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피로회복제처럼 일상적으로 복용하는 분들이 있는데요, 카페인에 중독된 것이죠."

- 약물의 오남용이군요.
"네. 요즘은 그런 분들이 많이 없어졌지만 여전히 연세 드신 분들 중에는 옛날부터 드시던대로 감기약이나 진통제, 예를 들어 판피O, 게보O을 먹으면 피로가 풀린다며 매일같이 드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런 제품들에는 보통 몸의 통증을 잊게 만드는 진통제와 함께 1회 분량에 합성카페인이 50mg 정도 들어가 있습니다. 박카O 한 병에 들어가 있는 카페인이 30mg인 것을 생각해보면 상당히 많은 양이 들어가 있는 것입니다. 이것을 처음엔 한 알씩 복용하다가 카페인에 적응해버리면 한꺼번에 두 알, 세 알씩 드시게 되는 것이죠. 이렇게 장기적으로 복용을 하다보면 카페인 중독은 물론 간 손상이 올 수 있습니다." 

Q3. 의약품 외에 다른 음료에 들어간 카페인들은 괜찮은 건가요?
"우리사회는 카페인에 굉장히 관대한 것 같습니다. 오히려 권장을 하고 있습니다. 회사에서 일을 하다 피곤하면 '커피라도 한 잔 마시고 오지 그래' 혹은 광고에서도 '카페인 드시고 날밤을 새워 일하는 게 청춘'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예전에는 수입 허가가 안 됐던 고카페인 음료들이 '에너지 드링크'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많이 들어보셨을 빨간 소, 뜨거운 여섯, 괴물 등이 대표적이죠.

이름만 들으면 굉장히 에너지 충전되고 활력이 날 것 같습니다. 이런 제품들에는 당분도 상당히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고카페인 음료에 들어가 있는 카페인은 과라나라는 식물에서 추출한 것입니다. 이걸 천연 카페인이라고 홍보를 하니까 마치 기존의 박하O에 있는 카페인보다 몸에 좋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러나 사실 그렇게 따지면 커피에 있는 것도 식물에 있는 거니까 천연 카페인인 것인데 사실 천연 카페인과 합성 카페인에 별 차이가 없다고 합니다."

- 청소년들도 구입이 자유로운데요.
"고카페인 음료들은 탄산음료로 분류되어 청소년들이 거부감 없이 쉽게 살 수가 있습니다. 특히 시험 때는 편의점마다 품절 사태를 빚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모 편의점에서 PB상품으로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캐릭터를 넣은 커피우유가 판매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음료는 빨간 소 음료보다 카페인이 두 배나 들어있었다고 합니다."

- 외국에서는 실제 고카페인 음료를 먹고 사망한 사례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외국에서는 실제 고카페인 음료를 먹고 격렬한 운동을 하던 청소년이 사망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정부와 의사협회에서 고카페인 음료를 규제를 했습니다. 호주나 노르웨이 등에서는 고카페인 음료를 아예 의약품으로 분류해서 아무 곳에서나 판매를 하지 못하게 하고 있기도 하고 미성년자에겐 아예 판매를 금지하는 나라들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몇 년 전부터 시민단체들이 문제제기를 하고 광고나 판매 규제요구를 하고 있는데 실행이 잘 되고 있지는 않습니다."

Q4. 제약회사에서 만드는 피로회복제는 효과가 있는 건가요?
"일부 피로회복제들은 광고를 상당히 많이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우OO는 "피로는 간 때문이야"로 알려져 있죠. 그래서 굉장히 많은 분들이 피로회복제 혹은 숙취해소제로 인식을 하고 드시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약의 주요 성분은 자양강장의 효과를 내는 게 아니라 담즙을 잘 분비하게 하는 것입니다. 담즙이 나오면 소화액이 잘 나오거든요. 한 마디로 소화기능을 좋게 하는 약인 것입니다.

그래서 병원에서 처방이 나오는 우OO은 담석증이라는, 담즙이 이동하는 관에 돌덩이가 생기는 질환들을 치료하려고 쓰는 것입니다. 지방간이나, 정말 간이 좋지 않아 피곤하신 분들이 우OO을 드시면 피로가 회복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피로의 원인이 간에만 있지는 않죠. 피로의 원인은 너무나 많습니다. 모든 분들이 우OO를 드신다고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보통 약국에서 사서 드시는 복합 우OO에는 주요 성분 외에 인삼이나 비타민 타우린 성분들이 들어가 있고 이런 성분들로 식약처로부터 피로회복 인증을 받았습니다. 술 드신 다음에 먹는 우OO는 속이 불편한 것을 해소해주는 용도로 생각을 하시면 될 거 같습니다. 그리고 정말 간이 안 좋으신 분들이나, 일상 생활에 지장이 올 정도의 심한 피로를 겪는 분들은 다른 질환이 없는지 병원에 가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 의약품 광고의 영향이 큰 것 같은데요.
"TV에 어떤 약 광고가 한 번 나오면 바로 그 약을 찾는 분들이 늘어납니다. 그런데 모든 것들이 광고처럼 모든 사람에게 효과가 있지 않기도 하거든요. 효과가 과장된 광고도 문제지만, 특히 오남용이나 부작용의 위험이 있는 의약품의 광고에는 규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돌 스타가 광고를 했던 한 진통제는 청소년 팬들이 상당히 많이 구매해서 매출이 급증했습니다. 그런데 이 의약품에도 카페인이 고함량 들어가 있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양호실에서 받아 먹었던 진통제는 지금도 광고를 많이 하고 유명한 약이었는데, 몇 년 전부터 15세 미만은 복용 금지가 되었습니다."

Q5. 피로회복제를 먹고 피로를 단숨에 푸는 것이 아니라 피로하지 않는 삶을 만들어 가는 사회가 필요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 근로시간이 연평균 2507시간으로 OECD 1706시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장시간 일을 한다고 합니다.
"약국에 정말 피곤한 분들이 오면 쉬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지만 굉장히 무의미한 얘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직장에 가서 '저 좀 쉴게요'라고 하면 '그러지 말고 앞으로 쭉 쉬라'고 할 수 도 있으니까요.ㅠㅠ 피로에는 휴식이 최고, 손목이 아프면 손목을 안쓰는게 최고라는 것을 몰라서 못하시는 건 아닐 거예요.

피곤을 풀기 위해서라기보다 피로를 잊고 일을 해야 하니까, 혹은 이걸 먹으면 내 피로가 조금이라도 풀리겠지라는 생각으로 약물로 마음의 위안을 받으려는 분들이 대부분인 것 같습니다. 그런 것을 보면 피로는 개인적 질환이 아니라 사회적 질환일 것입니다. 끝없는 경쟁과 이로 인한 스트레스를 해결할 수 있는 사회가 오면 피로회복제가 필요 없는 날도 오지 않을까 합니다."

이 내용은 팟캐스트를 통해서도 들으실 수 있습니다. 


태그:#참여연대, #피로회복제, #참팟, #카페인, #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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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는 정부, 특정 정치세력, 기업에 정치적 재정적으로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합니다. 2004년부터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 특별협의지위를 부여받아 유엔의 공식적인 시민사회 파트너로 활동하는 비영리민간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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