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세상에 이런 곳이 있을까? 제주도 원당 삼첩칠봉

[해탈로 가기] 제주 원당봉 - 불탑사(조계종), 원당사(태고종), 문강사(천태종)
16.10.26 09:10l

검토 완료

이 글은 생나무글(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제주도 원당봉에서 나오는 길에 본 해넘이입니다. ⓒ 임현철

제주도 원당봉 입구에 세개의 절이 있음을 알리는 표지석입니다. 한 곳에 3개의 사찰이 들어 선 이유가 있겠지요. ⓒ 임현철

제주 원당봉 산책길입니다. ⓒ 임현철

"세상에 이런 곳이 있을까? 삼첩칠봉(三疊七峰)."

제주시 삼양동 '원당봉'에 동행했던, 아니 안내했던 최재정 씨 말입니다. 그는 서울에 살다 올해 제주에 뿌리박으려는 중입니다. 그만큼 제주의 좋다는 얘기지요. 15년여 동안 뻔질나게 드나들었던 제주도에 이런 오름이 있었다니. 제주, 매력은 역시 끝이 없습니다.

"원당봉은 성산 일출봉처럼 해돋이와 해넘이를 즐기며 해안 풍경까지 덤으로 볼 수 있는 산책로다. 3개의 능선에 봉우리 7개가 있어 원당칠봉(삼첩칠봉)이라고도 한다. 이 일대는 고인돌, 적갈색 토기, 돌도끼 등이 발견된 선사유적지이다. 원당봉 안에는 불탑사(조계종), 원당사(태고종), 문강사(천태종)가 있다."

지인의 원당봉에 대한 설명입니다. 또한 원당봉 입구에 있는 '전국 유일의 삼첩칠봉 원당봉' 안내판 글귀를 읽으면서 생각했습니다. 우리나라 불교 종파가 과거처럼 하나였다면, 이곳에 사찰이 세 개나 들어섰을까? 원당봉(171m) 전체를 둘러보고, 답을 얻을 생각이었습니다.

세 개의 절이 있는 원당봉, 압권은 포근한 '땅심'

제주 원당봉에 있는 불탑사입니다. ⓒ 임현철

제주 원당봉 원당사 해수관음보살상입니다. ⓒ 임현철

제주 원당봉 굼부리 내에 자리한 문강사입니다. ⓒ 임현철

"먼저 원당봉 정상을 오른 후 절을 둘러보세. 원당봉은 원나라 기황후가 왕자를 얻기 위해 이곳에 원나라 당인 원당을 세워진데서 유래했네."

최재정 씨는 아리랑 TV PD 시절, 우리나라 절집 군데군데를 다큐멘터리 등으로 엮어냈던 터라, 제안에 군말 없이 따랐습니다. 전체를 둘러본 후, 부분을 보자는 의도임이 분명했습니다. 원당봉, 맨 꼭대기에서 내렸습니다. '땅심'이 그대로 전달되었습니다. 연못 뒤로 절집 전각이 보였습니다.

절집 돌아보기를 미루고 먼저 원당봉 왼쪽으로 오릅니다. 경사가 급한 오른쪽보다 완만합니다. 군데군데 아름드리나무들이 가지가 꺾인 채 널브러져 있습니다. 경사에서 미끄러지지 않게 설치한 밧줄, 목을 축일 약수터, 제주 해변 등을 감상할 수 있는 경관 조망 등은 관광객을 위한 작은 배려였습니다.

"제주도에 살만해요?"
"가족들이 모두 제주도에 정착하기로 했네."

삶, 어디서 살든 한 짐입니다. 하지만 살던 터전을 떠나 다른 곳에 정착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제주도에 산다니 괜히 부러운 거 있죠. 원당봉을 빙 둘러 걸으면서 보았던 오름 내에 위치한 삼사(문강사, 불탑사, 원당사)도 이색 풍경이었습니다. 허나, 무엇보다 압권이었던 건 포근한 땅심이었습니다. 이는 원당봉에 세 개의 사찰이 들어선 이유였습니다. 원당봉을 돈 후, 대한불교조계종 불탑사로 향했습니다.

인우구망(人牛俱忘), "번뇌를 버리니 깨침 또한 공(空)"

길에서 본 제주 불탑사 오층석탑입니다. ⓒ 임현철

인우구망(人牛俱忘), “번뇌를 버리니 깨침 또한 공(空)입니다!” ⓒ 임현철

제주 불탑사 오층석탑 주변 경관과 잘 어울렸습니다. ⓒ 임현철

"보물 제1187호인 불탑사 오층석탑은 현무암으로 축조된 것으로 1층 기단과 5층 몸돌이 심하게 좁아진 특이한 양식이다. 각 층 몸돌과 지붕돌은 단일석이다. 몸돌은 아무런 문양도 두지 않았고, 지붕돌은 네 귀퉁이 끝만 살짝 올려 마무리되었다. 이 석탑은 1300년(고려 충렬왕 26)에 원나라 황실에 공녀로 끌려가 황후가 된 기 씨에 의해 세워졌다. 당시 원나라 황제인 순제는 태자가 없어 고민이었다.

어느 승려의 '북두칠성의 명맥이 비친 삼첩칠봉에 탑을 세워 불공을 드려야 한다'는 권유에 따라 삼첩칠봉의 주봉인 이 자리에 오층탑을 건립하고 불공을 드린 후 태자를 얻었다고 한다. 그 후 아들을 원하는 여인들의 성지처럼 되었다. 사찰이 세워질 당시 이름은 원당사였으나, 3번의 화제로 소실되었다. 1914년 안 봉려관 스님께서 사찰을 중건하고 불탑사로 개칭했다."

불탑사 오층석탑 안내판의 설명입니다. 탑은 제주답게 구멍이 송송 뚫린 현무암으로 만들어져서인지 정겹고, 화려하지 않아 소담합니다. 대웅전 벽면에 쓰인 글귀에 꽂힙니다. 다 허망한 것을(空)….

"인우구망(人牛俱忘) 소, 채찍, 사람, 모두 공하니, 푸른 하늘은 멀고 넓어 밝히기 어렵고, 번뇌를 버리니 깨침 또한 공이다. 백조가 꽃가지를 물어 오니 한바탕 웃음거리로다."

길을 사이에 두고(오르는 방향으로) 오른쪽에 불탑사, 왼쪽에 원당사로 나뉩니다. 대한불교태고종 원당사는 "1924년 하시율 스님이 초가 법당을 짓고 백양사 원당포교소로 불법을 펴기 시작해 오랜 세월동안 불자들에게 부처님의 불법도량으로 발전해 왔다"고 합니다. 원당사 절집 안, 감귤이 익어가는 모습에서 제주다움에 또 감탄합니다. 다만, 안내판이 없어 불친절하게 느껴집니다. 안내판 하나 거시길 권합니다.

원당봉 정상에 있는 대한불교천태종 문강사로 향합니다. 이곳은 제주도 오름 중 유일하게 굼부리 내에 자리 잡은 사찰로, 구인사 계열입니다. 대웅보전에 듭니다. 석가모니불, 약사여래불, 관세음보살의 삼존불과 함께 천태종의 상월 원각 대조사 존상이 봉안되어 있습니다. 상월원각 대조사 법어비가 세워져 있습니다. '삶=공(空)'을 강조했습니다.

"실상은 무상이고, 묘법은 무생이며, 연화는 무염이다!"

제주 원당사 입구입니다. ⓒ 임현철

경내에 익어가는 감귤을 보는 건 제주만의 매력입니다. ⓒ 임현철

제주 문강사 대웅보전입니다. ⓒ 임현철

덧붙이는 글 | 제 SNS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