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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기준 통계청의 '인구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 아파트/주택 비율은 59.9%다. 1911만 일반가구 가운데 48.1%인 920만 가구가 아파트에서 거주한다.

이렇듯 아파트는 이미 한국인에게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층간소음, 분양-임대 단지 간 갈등 등 아파트 안팎에서 사람들의 삶은 녹록지 않다. 

공동주택임에도 아파트단지 안에서의 삶은 철저히 개별로 이뤄지는 점이 문제라고 많은 전문가들은 꼬집는다. 나아가 '아파트공동체'를 해법으로 제시하는 사람들도 많다. 

아파트/주택 비율 59.9%, 아파트는 한국인 삶의 중요 부분

21일 한국주거학회(학회장 김미희 전남대 생활환경복지학과 교수)와 광산구(구청장 민형배) 주최 오마이뉴스 후원으로 <아파트공동체를 論(논)하다> 심포지엄이 열렸다.

광산구 수완동 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열린 이날 심포지엄은, 광산구 <2016 아파트 DAY(데이)> 행사의 하나로, 도시인의 대표 주거공간인 아파트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과 아파트공동체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1부 기조발제 및 분야별 발표, 2부 종합토론으로 이어진 심포지엄에 참가한 각 분야 전문가들은 철학, 문화, 사회, 도시계획 등 여러 분야로 나눠 아파트를 분석하고 의견을 나눴다.

전문가들의 생각은 크게 '단지를 허물어야 공동체가 산다'로 모아졌다. 

21일 광주 광산구 수완동 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한국주거학회와 광산구 주최 오마이뉴스 후원으로 <아파트공동체를 論(논)하다> 심포지엄이 열렸다. 도시인의 대표 주거공간인 아파트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과 아파트공동체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21일 광주 광산구 수완동 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한국주거학회와 광산구 주최 오마이뉴스 후원으로 <아파트공동체를 論(논)하다> 심포지엄이 열렸다. 도시인의 대표 주거공간인 아파트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과 아파트공동체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 함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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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산구공익활동지원센터 윤난실 센터장이 진행한 1부에서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박철수 교수는 기조발제 <'아파트'와 '단지'의 사회문화적 이해>로 심포지엄 문을 열었다. 

박 교수는 "대한민국은 '아파트공화국'이 아니다. 아파트'단지'공화국이다"라며 "아파트단지는 고립된 섬에서 우리(단지 주민)끼리 잘 살아보자는 이익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아파트 단지, 자폐 공간을 사회적 담화 공간으로

공동체를 위해서는 주민이 만나는 공적 공간이 많아야 하는데, 이런 곳은 줄이면서 발코니 확장 같은 사적 공간 넓히기에 우리가 지금까지 동조해온 결과가 아파트 단지화의 중요 요인이라는 것. 박 교수는 아파트공동체를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사적 욕망을 버리지 않는 우리의 자성을 촉구했다.

이어 "아파트단지는 사막형 주거단지라고 해도 좋다"며 "단지식 자폐 공간을 사회적 담화 공간으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한 필지에 두 개의 집이 나란히 붙어있는 '땅콩주택'을 예로 든 박 교수는, 집에 이르는 과정이 외길로 이뤄진 단지식 개발이 아니라, 아파트든 단독주택이든 상관없이 누구라도 길에서 다른 이웃과 말을 섞거나 곁을 줄 수 있는 사회적 접촉 기회가 보장되는 '구조'가 공동체를 위한 대안임을 강조했다.

박철수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 기조발제 <‘아파트’와 ‘단지’의 사회문화적 이해> 중
 박철수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 기조발제 <‘아파트’와 ‘단지’의 사회문화적 이해> 중
ⓒ 노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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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치의 공간'에서 '정치의 장소'로

'철학' 분야 발표에 나선 전남대 철학과 김현 교수는 <통치의 공간에서 정치의 장소로>를 주제로 오늘날 아파트는 "대한민국 사회의 치안과 통치 권력의 훌륭한 물리적 조형물로 기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파트를 '통치의 공간'에서 '정치의 장소'로 바꾸자"고 제안한 김 교수는 "(이를 위해) 아파트라는 물리적 '공간'이 아닌 유동적 '장소', 아파트주민이라는 고정적 주체가 아닌 공동의 '사건'과 '의제'에 따라 모이는 '유동적 공동체'가 필수불가결한 전제"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아파트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마을' 개념의 활성화를 제안했다. "아파트단지가 마을을 분할하고 배제하는 구획을 통해 마을의 유동적 회로를 끊어낸다면, 마을은 아파트를 통해 단절된 구획들을 다시 연결하고 잇는다"며 "화려한 브랜드로 아파트의 정체성을 삼을 것이 아니라, 나의 이웃과 함께 하는 마을로 아파트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현 전남대 철학과 교수가 발제한 <통치의 공간에서 정치의 장소로> 중
 김현 전남대 철학과 교수가 발제한 <통치의 공간에서 정치의 장소로> 중
ⓒ 함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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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커뮤니티에서 지역 범위로 공동체 확산시켜야

'문화' 분야는 충북대 주거환경학과 박경옥 교수가 <아파트 커뮤니티 활성화>를 주제로 발표했다.

아파트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해서 제도적 뒷받침이 중요함을 강조한 박 교수는 "단지 차원의 커뮤니티에서 지역 범위로 확산시켜야 한다"고 아파트공동체의 발전적 방향을 제시했다.

아울러 "(이렇게 나아가면) 프로그램 중복방지와 자원절약은 물론이고 지역 내 자립적 복지와 공유경제 진전, 도시·농촌 상생 등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동양대학교 공공디자인학부 박해천 교수는 <아파트게임 : 하나의 국민, 세 유형의 중산층>을 주제로 '사회' 분야를 맡았다.

그는 1960년대 중·후반부터 아파트를 매개로 국민화·도시화·산업화를 거치며 세 유형의 중산층이 형성되는 과정을 분석했다. 

박경옥 충북대 주거환경학과 교가 발제 <아파트 커뮤니티 활성화> 중
 박경옥 충북대 주거환경학과 교가 발제 <아파트 커뮤니티 활성화> 중
ⓒ 함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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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고분양가, 저출산으로 중산층 진입 불가능

박 교수는 "한국사회에는 '강남-아파트-중산층' '신도시-이마트-중산층' '동남권-노동자-중산층'이 있고, 10년 주기의 호황이 이 중산층 형성을 뒷받침했다"며 "지금 중산층 모델은 가파른 내리막길 앞에서 각자 방식대로 몰락의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지금은 저성장, 고분양가, 저출산으로 중산층 진입이 불가능하다"며 "각자도생의 열망만이 아우성치는 시대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민형배 광산구청장이 진행을 맡은 2부 종합토론에서는 김현 교수가 제시한 '유동적 공동체'와 소위 '집값 공동체'로 대변되는 사적 욕망이 공존할 가능성이 있느냐가 도마에 올랐다.

박해천 동양대학교 공공디자인학부 교수 <아파트게임 : 하나의 국민, 세 유형의 중산층> 중
 박해천 동양대학교 공공디자인학부 교수 <아파트게임 : 하나의 국민, 세 유형의 중산층> 중
ⓒ 함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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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적 공동체'와 사적 욕망 공존 할까

사회·경제적 분석으로 아파트에 접근한 박철수·박해천 교수는 공동체와 사적 욕망의 공존에 대해 다소 부정적 견해임을 밝혔다. 반면 김현 교수는 의제를 중심으로, 박경옥 교수는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육아를 계기로 둘이 만날 수도 있다고 조심스레 전망했다.

마지막으로 민 구청장은 "단지에서 공동체로 나아가는 것은 우리사회 생활양식이 품위를 갖출 수 있느냐의 문제"라며 "아파트단지에서부터 인간이 주체적으로 다시 서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밝혔다.


태그:#광산구, #아파트라차차, #공익활동지원센터, #민형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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