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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7일 수원시 가족여성회관에서 75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독일 평화비 건립위원회 발족식'을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관계자들.
▲ 프라이부르크시에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하기 위한 추진위원회 발족 지난 9월 7일 수원시 가족여성회관에서 75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독일 평화비 건립위원회 발족식'을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관계자들.
ⓒ 박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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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의 국제자매도시인 독일의 프라이부르크시와 수원시가 추진하던 지방정부(자치단체)간 '평화의 소녀상' 건립이 일본의 반대로 무산됐지만, 이 지역 시민단체들이 재추진에 나섰다.

'평화의 소녀상'은 인류의 보편적 권리인 인권의 참된 의미를 되새기고, 미래 세대에게 평화와 화해의 가교 역할을 기대하는 수원시와 프라이부르크의 시민들의 바람을 담은 사업으로 지난 9월 5일 양 도시가 합의해 추진한 것이다. 프라이부르크시 건립을 위한 모금이 시작되었으나 지난 19일과 21일에 각각 전화와 문서로 무산을 일방 통보받았다.

독일은 일본과 같은 전쟁 범죄국이지만 국가가 공식 사과하고 2017년까지 나치 정권 시절 박해 받은 유대인들에게 10억 달러(약 1조1300억 원)를 배상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1970년에는 독일 수상 빌리 브란트가 폴란드 방문시 집단학살 희생자 기념비 앞에서 비가 오는 와중에도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 2016년에는 100여 년 전인 1904년에 있었던 나미비아의 학살을 정부가 공식 사과하기로 결정했다.

이처럼 전쟁 범죄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기록하며,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는 국가로 평가받는 독일이 이번 '평화의 소녀상' 설치는 일방적으로 무산시켜 큰 충격을 주었다.

양 도시의 시민들은 같은 전쟁범죄국임에도 사과와 배상, 그리고 교육을 통해 재발 방지를 힘쓰는 독일에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해 일본이 더 이상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반성해 세계 평화의 동반자가 되길 기원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태도는 정반대였다. 독일 프라이부르크 시 평화의 소녀상 건립의 실무를 책임지고 있는 김영균 사무처장은 지난 20일 기자와 한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가 주독일대사와 프랑크푸르트 총영사 등을 통해 외교적 관례를 벗어나는 언동과 협박을 하였으며 프라이부르크의 자매도시인 일본 마쓰야마시를 통해 평화비가 세워질 경우 27년 동안 지속해 왔던 교류를 중단할 수 밖에 없다"고 압박을 가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 사무처장은 "평화의 소녀상은 강제로 혹은 속임수로 끌려가 일본군의 성노예로 고통받은 여성들의 넋을 위로하고, 그들의 명예를 지키고, 다시는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길 바라는 염원을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위안부 문제는 우발적인 개인의 범죄가 아니라 11개국 여성 20만 명을 상대로 전시 중에 일본 정부가 조직적으로 저지른 전쟁범죄"라고 강조했다. 

당시 "위안부로 끌려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을 받았던 위안부 피해 여성들의 넋을 위로하고, 세상을 위한 인류의 소망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건립을 추진하게 되었으나 무산된 데에 김영균사무처장은 많은 안타까움과 일본 정부와 일본 우익단체들을 강하게 규탄하였다.

부지 마련은 독일 동포들이, 소녀상 제작은 수원 시민들이

10월 20일 수원시 만석공원에서 진행된 독일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위한 기금 마련 평화콘서트에서 시민들이 모급에 참여하는 모습
▲ '평화의 소녀상'건립을 위한 시민 모금 평화콘서트 10월 20일 수원시 만석공원에서 진행된 독일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위한 기금 마련 평화콘서트에서 시민들이 모급에 참여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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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압력으로 프라이부르크시와 수원시간 건립은 무산되었으나 이를 대신해 시민들이 재건립에 나섰다.

수원지역의 시민단체들은 지난 10월 3일 독일로 넘어가 프랑크푸르트와 도르트문트(복흠), 할테른암지, 하델베르크 지역 한인회와 교회를 찾아 다니며 '평화의 소녀상' 건립에 함께 해달라고 호소했다. 그 결과 독일 한인단체와 교회가 건립 부지를 마련하고, 수원에서는 시민성금으로 평화의 소녀상을 만들어 전달하기로 합의했다.

동시에 수원시민사회단체는 기존 '수원시 국제자매도시 독일 프라이부르크 시 평화비(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에서 '독일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로 명칭을 변경하고 다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10월 20일에는 기금 마련을 위한 평화콘서트를 열었으며, 11월에는 '평화의 소녀상으로 보는 세계 평화, 인권, 여성'에 대한 토론회를 준비중에 있으며, '평화의 소녀상'은 올해 12월내에 건립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양 도시의 시민사회 추진위는 가급적 유엔이 정한 제68주년 세계인권선언 기념일인 오는 12월 10일 설치하는 걸 목표로 두고 있다. 여건상 어려울 경우 올해 안으로 설치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양 도시간 평화의 소녀상 건립 추진에 수원지역에서는 75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고 있으며, 여성계를 대표하여 신현옥 수원시여성단체협의회장이, 종교계를 대표하여 수산스님이, 독립투쟁계를 대표해 임남규 광복회수원지회장이, 시민사회를 대표하여 황인성 (사)수원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이사장 등이 상임대표를 맡아 활동하고 있다.

독일측에서는 5·18 민주화운동을 전 세계에 알리는 평화운동가로 우리에게 낮 익은 폴 파울 슈나이스 목사(Paul Schneiss/독일 동아시아 선교회 위원장, 5.18 어머니상 수상자)와 복흠 한인교회 추용남 목사(전한국교회협의회 회장) 등이 함께 활동하고 있다.


태그:#평화의 소녀상, #일본군 위안부, #전쟁 범죄국, #프라이부르크,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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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에 보장된 정의의 실현은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과정이라 생각하며, 주권자로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실천하는 시민들의 다양한 노력이 지속될 때 가능하리라 믿는다. 지방자치는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토대이며,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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