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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오면서 무수히 많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억겁을 넘어와 연이 닿았다 생각하니 적잖은 인연들 같습니다. 그중 반드시 만나고 가야할 사람이 있다면 자신의 길을 밝혀줄 참 스승으로 꼽겠습니다.

어두운 밤바다에 나아갈 길을 비춰주는 등대불과 같은 선진들이 많았지만 성철과 법정은 사상과 삶에 있어서 동시대를 살다간 참 스승의 반열 맨 앞자리에 놓아도 손색이 없어보입니다. 그러한 거인들에게도 따르던 스승이 있었을 것이고 그들 또한 훌륭한 스승 밑에서 길을 나아갔을 것입니다.

성철께서 법정보다 스무해가 앞섰으니 법정께 성철은 참스승이자 동시에 함께 길을 가는 벗이었을 것 같습니다. 성철 생전에 추상같았다고하나, 법정에게만큼은 곁을 내주셨다니 말입니다. 그들이 함께 있으면 얼마나 아름다웠을까요.

지나간 분 중에 제게도 큰 스승이 있었습니다.

그 분은 자신이 업무를 보다가 실수를 하면 어김없이 남탓을 합니다. 세 가지 실수를 하면 여섯 가지 탓을 댑니다. 그 모양이 가히 예술입니다. 자신의 실수는 뒤로 감추고 동료가 실수를 하면 그런 야단이 없습니다. 또 아무것도 아닌 일을 큰일처럼 만드는 신기한 재주를 가졌습니다.

윗사람으로서 질서를 잡아야겠다 싶어 어이없는 행동들에 부드럽게 얘기를 해도 돌아서면 그 자세 그대로입니다. 인상을  쓰고 목소리를 높여야 그제야 움찔합니다. 소리를 냈더니만 사무실 분위기가 삽시간에 얼어붙습니다. 이거는 아니다 싶어 치밀어 오를 때마다 들길을 걷다 오기를 수차례, 아이고...

어느날 또 그런 상황입니다. 매번 밖으로 나돌 일도 아니고 그것 역시 모양이 아니다 싶어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자니 관자놀이가 타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안으로 삭이려니 진이 다 빠집니다.

아,  그런데 어느날은 그런 모양새에 치미는 강도가 차츰차츰 약해져 올라옵니다. 처음엔 가슴에 양은냄비가 들어앉은듯 달싹이더니 시간이 지나면서 뚝배기 같아진 듯 합니다. 그리 치미던 것이 간질거리다 어느 틈에 사라집니다.

그후 제 마음이 조용해지면서 주변도 조용해졌습니다. 결국 제가 문제였습니다. 화는 제 안에서 치밀어 올랐으니 말입니다.

'그냥 넘어가는게 상책인가. 조직을 위해서나 그 개인을 위해서나 바로 잡아야 하지 않나'

직위나 나이나 논리로 바로 잡는다는 것이 자칫 감정이 앞서기 쉽고 서로의 마음이 상하기 일쑤입니다. 웬수가 되는 첫걸음 아닐까 싶습니다.

제 화는 저의 문제였듯이 그 분에게 그 모양새는 자신의 문제입니다. 깨닫지 못하고 있을 뿐이겠지요. 수십년간 굳어진 삶의 태도는 스스로 깨닫지 않는 한 몇마디 말로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을 억지로 바꾸려 하니 힘이 들고 소리가 납니다.

다행히 그 분을 통해 제게 사람을 견디는 힘이 조금 생겼습니다. 그리고 작은 깨달음이 왔습니다.

'아, 큰 스승은 가장 가까이에 있구나!'

1973년경 백련암 뜰에서 찍은 사진이라고 합니다. 왼쪽이 성철이시고 오른쪽이 법정이십니다. 참 스승들은 세월이 가도 변함이 없으십니다.
▲ 참스승 1973년경 백련암 뜰에서 찍은 사진이라고 합니다. 왼쪽이 성철이시고 오른쪽이 법정이십니다. 참 스승들은 세월이 가도 변함이 없으십니다.
ⓒ <설전> 책읽는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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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참스승, #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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