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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미폰 아둔야뎃 태국 국왕 서거를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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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장수 재위 기록을 가진 푸미폰 아둔야뎃 태국 국왕이 88세를 일기로 서거했다.

AP,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13일(현지시각) 태국 왕실 사무국은 성명을 통해 "푸미폰 국왕이 오후 3시 52분 평화롭게 숨을 거뒀다"라며 "의료진이 최선을 다해 치료했으나 국왕의 상태가 악화됐다"라고 발표했다.

태국 왕실은 곧 왕위 승계 절차를 시작할 예정이다. 푸미폰 국왕은 지난 1972년 왕실의 유일한 왕자이자 장손인 와치라롱껀(64)을 자신의 뒤를 이를 왕세자이자 후계자로 공식 지명한 바 있다.

1946년 6월 즉위해 70년 동안 왕위를 유지한 푸미폰 국왕은 세계 최장수 재위 기록을 넘어 진정으로 국민을 살피고, 국가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구심점이자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며 존경과 사랑을 받았다.

푸미폰 국왕은 검소한 생활을 유지하며 의료, 교육, 노동 등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정책과 적극적인 봉사 활동을 펼쳤다. 또한 정국이 불안할 때마다 중재자를 자처하며 비폭력적 해결책을 내놓았다.

태국은 입헌군주제를 도입했으나 푸미폰 국왕은 정치를 넘어서는 영향력을 발휘해왔고, 수십 차례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 세력도 푸미폰 국왕의 신임이 없으면 국민적 지지를 받지 못했다.

1973년 군부가 민주화 시위를 벌이던 학생들을 향해 발포하자 푸미폰 국왕은 학생들이 대피할 수 있도록 궁전을 개방했고, 1992년 권력 다툼을 벌이던 군부와 정치인을 불러 꾸짖은 것은 유명한 일화다.

방콕 '눈물 바다'... 대규모 애도 물결

그러나 2009년부터 고열, 저혈압, 심장 질환 등으로 여러 차례 병원 치료를 받으며 건강 악화설이 나돌았다. 왕실은 푸미폰 국왕의 건강이 불안정하다고 인정했고, 공식 석상에 잘 나타나지 않았다.

이날 푸미폰 국왕의 서거가 발표되자 태국 수도 방콕에서는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와 울음을 터뜨리며 애도했다. 쁘라윳 찬-오차 태국 총리는 앞으로 1년간 애도 기간을 둘 것이라고 발표했다.

현지에서는 푸미폰 국왕의 서거 이후 군부와 탁신 가문 등이 얽힌 권력 다툼과 정국 혼란이 가중되고, 후계자인 와치라롱껀 왕세자가 문란한 사생활로 국민의 신망을 얻지 못하고 있어 태국 사회가 불안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외신은 "푸미폰 국왕은 태국의 아버지이자 신과 같은 존재였다"라며 "세계적인 권위와 인지도를 가진 푸미폰 국왕이 서거하면서 국제사회에서 태국의 발언권도 약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