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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 홍성에는 당당하게 국정교과서를 반대하며 자신의 소신을 피력하고 있는 식당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충남 홍성에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용감한 식당'이 있다.
 충남 홍성에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용감한 식당'이 있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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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연합뉴스>는 국정역사교과서의 현장 검토본이 다음 달 말 공개된다고 보도했다. 한동안 수면으로 가라 앉아 있던 국사교과서 논란이 재 점화를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보수세력들은 기존의 역사교과서가 좌편향적이라며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진보들은 국정 교과서가 역사를 살피는 관점의 다양성을 훼손하고 기본적인 역사적 사실조차 왜곡하고 있다며 국정교과서를 반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충남 홍성에는 당당하게 국정교과서를 반대하며 자신의 소신을 피력하고 있는 식당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인구 10만 미만의 작은 지역에서는 특성상 정치적인 성향을 쉽게 드러내기가 어렵다. 더군다나 고객의 발길을 밑천 삼아 장사하는 요식업 종사자들은 자신의 소신을 대놓고 드러내는 경우가 좀처럼 드물다.    

하지만 이런 고정 관념을 모두 깨고, 자신의 소신을 거침없이 드러내며 장사를 하는 이례적인 경우도 있다. 홍성에서 막국수 집을 운영하는 서현철(39) 대표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가 운영하는 막국수집의 한편에는 '우리집은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합니다'라는 벽보가 큼지막하게 걸려 있다.

서 대표는 홍성에 사는 진보 성향의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미 '개념 사장'으로 통하고 있다. 덕분에 그의 식당에는 단골을 자처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이른바 '성지 순례' 수준은 아니어도 서 대표와 기념사진을 촬영해 자신의 SNS에 올리는 고객들도 꽤 있는 것이다. 사실 필자도 얼마 전부터 "그 식당에 한 번 가보세요"라는 권유를 종종 받았었다.

그가 운영하는 식당은 홍성 외곽에 위치해 있다. 오랜만에 막국수도 먹고 서 대표와 만나 짧게라도 대화를 나눠 볼 겸해서 식당에 찾아가 봤다. 서 대표는 "점심시간이라 손님들이 많이 온다"며 "이야기를 길게 나눌 수는 없다"고 말했다.

서 대표를 보자마자 필자는 대뜸 "이런 벽보를 걸어 놓아도 장사에 지장이 없냐"고 물었다. 서 대표는 "장사꾼이 장사나 하지 이런 것을 걸어 놓았다며 핀잔을 주는 분들이 더러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크게 상관은 없다"고 했다.

그는 또 "지난해 12월부터 (벽보를) 걸어 놨다"며 "간혹 가다 시비를 거는 분들도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응원을 하는 분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필자와 동행했던 지인도 "좁디좁은 지역 사회에서 이런 내용의 벽보를 내거는 것은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비교적 인구 밀도가 낮은 지역 사회에서는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숨기려는 경향을 보이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이들이 그런 성향을 보이는 이유는 경제적 이익을 취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오히려 인간관계를 오래 유지하기 위해 정치적인 발언을 삼가는 분위기도 있는 것이다. 10년 지기 친구와도 정치적인 견해 차이로 다투다가 결국 절교하는 일도 흔하지 않던가.

잠시 이런 생각에 잠겨 있는데, 문득 막국수 위에 놓인 다양한 빛깔의 새싹 고명이 눈에 선명하게 들어왔다. 빛깔은 각기 다르지만 작은 새싹조차도 이렇게 한데 모아 놓으니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인간들도 막국수의 새싹 고명처럼 다양한 생각과 이념을 한데 어우러지게 모아 놓고 즐길 방법은 정말 없는 것일까. 막국수 그릇 안에는 분홍 초록 흰색 등 다양한 색상의 새싹 채소가 함께 있었지만 전혀 불편해 보이지 않았다.

서현철 사장이 운영하는 식당의 막국수에는 다양한 색상의 새싹 고명이 들어 있다.
 서현철 사장이 운영하는 식당의 막국수에는 다양한 색상의 새싹 고명이 들어 있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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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홍성 , #막국수 , #국정역사교과서 , #충남,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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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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