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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오랑 마을을 닮은 인삼주 속 인삼
 사오랑 마을을 닮은 인삼주 속 인삼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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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10월 8일과 9일, 산막이옛길 입구에서 '숲이랑 사오랑 마음 인삼 한마당축제'가 있었습니다.
 2016년 10월 8일과 9일, 산막이옛길 입구에서 '숲이랑 사오랑 마음 인삼 한마당축제'가 있었습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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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을 떠나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고향은 마음의 둥지입니다. 노곤해진 몸을 기댈 수 있는 기둥, 지친 마음을 보듬어주는 약 손질 같은 언덕입니다. 비 맞은 몸뚱이엔 물기 닦아줄 수건이 돼주고, 바람 부는 마음엔 바람막이가 돼주는 문풍지 같은 둥지입니다.

자수성가한 사람에겐 가난했던 왕년을 배부른 추억으로 채색할 수 있는 마법의 붓질을 펼칠 수 있는 캔버스가 되고, 아직 고단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겐 그나마 몸과 마음을 호사스럽게 해주는 추억의 화수분입니다.

고향은 언제 찾아가도 좋습니다. 남들은 뭐라고 할지 모르지만 비 오는 봄날은 수채화 같은 운치가 있어 좋고, 눈 내린 겨울날은 동화 속 같은 풍경이 있어 좋습니다. 햇살 짜랑짜랑한 여름엔 고향 사람들 땀에서 사람 사는 모습이 보여 좋고, 곡식 영글어 가는 가을엔 흐르는 물소리, 불어오는 바람소리조차 풍년가로 들릴 만큼 부자 된 모습이라서 좋습니다. 

어느 날, 문득 찾아가는 고향도 좋습니다. 하지만 고향사람들이 잔치를 하니 놀러오라고 해서 찾아가는 고향은 더더욱 좋습니다.

산막이옛길이 있는 내 고향 사오랑

'산막이옛길'로 널리 알려지고, 고추와 인삼으로 유명세를 더해가고 있는 고향 사오랑 마을에서 잔치(축제)를 한다고 했습니다. 작년처럼 하루쯤 놀러오라고 했습니다. 작년에도 동네잔치를 했었습니다. 작년에 맛본 고향 맛이 아직 감칠맛으로 남아있는 데 올해도 잔치를 하니 놀러오라고 하니 이거야 말로 '웬떡'입니다.

 옹기종기 모둠을 이루고 있는 사오랑마을 전경
 옹기종기 모둠을 이루고 있는 사오랑마을 전경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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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던 비가 뚝 그쳤습니다. 축제 준비가 한창입니다.
 오던 비가 뚝 그쳤습니다. 축제 준비가 한창입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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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8일, 촉촉이 내리는 가을비를 맞으며 고향마을을 찾았습니다. 잔치가 벌어지는 고향마을을 찾아가는 발걸음은 어느새 '덩더쿵' 거리고, 잔치마당을 서성이고 있는 마음은 어느새 '얼쑤~ '입니다.

아침 8시가 조금 넘어 이틀 동안 축제가 펼쳐질 잔치마당, 산막이옛길 주차장 위쪽에 마련되는 잔치마당에 도착했습니다. 고향사람들이 내리는 비 아랑곳 하지 않고 찾아올 사람들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언제 봐도 반갑고 익숙한 얼굴들입니다. 악수로, 웃음으로, 흔들어 주는 손짓으로 반갑게 맞아줍니다. 동네 사람들 모두가 바쁩니다. 내리는 비 가려주고, 쏟아지는  햇살 가려줄 천막을 칩니다. 질척거리는 바닥엔 자갈을 펼칩니다. 사람들이 앉은 의자도 모둠을 져 나란히 펼쳐 놉니다. 딸을 맞는 친정어버이의 마음이 이렇고, 사위를 대접하는 처가 장모의 마음이 그럴 겁니다.

 괴산의 땅기운을 듬뿍 머금고 있는 6년 근 인삼
 괴산의 땅기운을 듬뿍 머금고 있는 6년 근 인삼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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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년근 인삼
 4년근 인삼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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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콩
 땅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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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있는 맛을 더 맛있게 해주던 양념 간장
 맛있는 맛을 더 맛있게 해주던 양념 간장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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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를 지키고 있는 반쪽 주인공, 어느새 할머니가 된 고향 아주머니들과 어느새 아주머니가 된 동네 새댁이었던 분들이 먹을거리를 준비합니다. 고향을 찾아올 사람들에게 먹일 올갱이국을 끓입니다. 잔치마당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커다란 가마솥에서 올갱이 익어가는 냄새가 온갖 양념 맛에 버무려져 맛있게 풍겨옵니다. 추억 속에서 입맛 다시던 고향집 올갱이국 맛이 커다란 가마솥에서 펄펄 끓어가며 뒷맛을 더해가며 그렇게 익어갑니다.

잔칫상에 빠트릴 수 없는 부침개 부치는 소리가 고소한 냄새와 함께 노릇노릇 튀겨집니다. 한쪽에서는 싱싱한 고추가 아삭거리는 식감으로 숭숭 무쳐지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4년 근 인삼이 벌떡거리는 심장소리 같은 힘맛을 더해가며 바삭바삭 익어갑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더니 하늘도 감응을 했나봅니다. 추적추적 내리던 비가 언제 그랬냐는 듯 뚝 그칩니다. 맑은 가을빛 하늘이 청사초롱 대신 내건 만국기위로 파랗고 맑은 빛으로 끝없이 펼쳐집니다.

 바삭바삭 고소한 맛과 힘 있는 느낌으로 튀겨지고 있는 인삼튀김
 바삭바삭 고소한 맛과 힘 있는 느낌으로 튀겨지고 있는 인삼튀김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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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느끼해진 입맛을 개운하게 해주는 고추무침
 느끼해진 입맛을 개운하게 해주는 고추무침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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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치마당을 찾아올 사람들을 위해 먹거리를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
 잔치마당을 찾아올 사람들을 위해 먹거리를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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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으로 익어가고 있는 인삼주
 힘으로 익어가고 있는 인삼주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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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서울에서도 오고, 부산에서도 오고, 대전에서도 오고, 천안에서도 오고…, 방방곡곡에 흩어져 살던 사람들이 같은 시간 한자리에 모여 고향사람이 되어 만났습니다.   

사오랑마을과 용인시 영덕동 부녀회 자매결연

특별이 초청된 사람들도 함께 자리를 했습니다. 자매결연을 맺어 이웃사촌처럼 지내려는 사람들입니다. 좋을 겁니다. 이런 걸 두고 '누이 좋고 매부 좋다'고 하는 거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숲이랑 사오랑 마을 사람들 대부분은 농사를 짓는 농부들입니다. 농사를 짓고 사는 사람들이 갖는 작은 바람은, 자식을 키우듯 지은 농산물을 좋은 사람들에게 제값을 받고 파는 것입니다. 그런 바람을 이루어 주려 <괴산 숲이랑사오랑 정보화마을>이 수소문하고, 용인시의회 박남숙 부의장이 연줄을 놓아 이렇게 자매의 연을 맺게 된 것이라고 했습니다.   

고향사람들은 땀 흘려 지은 농산물을 제때 제대로 팔 수 있어 좋고, 자매결연을 맺는 용인시 기흥구 영덕동 사람들은 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생산되는 건강한 먹 거리를 먹을 수 있게 되니 좋을 겁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매결연을 맺은 숲이랑사오람아을 소진호 대표와 용인시 기흥구 영덕동 이순희 부녀회장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매결연을 맺은 숲이랑사오람아을 소진호 대표와 용인시 기흥구 영덕동 이순희 부녀회장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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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삼은 힘입니다.
 인삼은 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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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삼튀김도 맛있고 막걸리도 맛있지만 더 맛있는 건 손위누이나 오빠가 돼줄 자매를 얻었다는 것입니다.
 인삼튀김도 맛있고 막걸리도 맛있지만 더 맛있는 건 손위누이나 오빠가 돼줄 자매를 얻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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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새 할머니가 된 고향 아주머니들도 기뻐하십니다.
 어느새 할머니가 된 고향 아주머니들도 기뻐하십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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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1시가 되니 잔치를 시작하는 개회식이 진행됩니다. 사오랑마을과 용인시 기흥구 영덕동 부녀회가 자매결연을 맺는 조인식이 진행됩니다. 자매결연을 맺기 위해 먼 거리 마다않고 달려온 사람들이 한 분 한 분 소개됩니다.

내빈으로 소개된 용인시 시의회 의원, 영덕동 동장, 영덕동부녀회장 등과 동행한 영덕동 사람들을 사오랑마을 사람들이 누이 맘 같고 오라비 맘 같은 박수로 맞이합니다. 영덕동 부녀회장이 인사말을 합니다. "물건 많이 팔아드리면 되는 거 아니냐?"며 건네는 인사말에 동네사람들이 환호합니다.   

어느 동네가 손위누이가 되고, 어느 쪽이 손아래 여동생이 될 거라는 약속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친정 오라비 같은 마음으로 농사 짓고, 손위누이 같은 마음으로 농산물을 구입해주면 이웃사촌에 버금갈 자매가 될 거라 천연덕스레 확신합니다. 

잔치가 벌어집니다. 진즉부터 차려졌던 먹을 것이 여기저기 차려집니다. 이 상 저 상에 모여 앉은 사람들이 올갱이국을 먹고, 인삼튀김을 먹습니다. 한 뿌리, 두 뿌리, 세 뿌리… 구부정하게 앉았던 사람들 허리가 먹는 인삼뿌리 숫자가 더해지면서 시나브로 곧아지는 느낌입니다.  

 아앗싸~ 좋습니다.
 아앗싸~ 좋습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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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쑤~덜쑤~
찬치마당에 춤이 빠질 수 없습니다.
 얼쑤~덜쑤~ 찬치마당에 춤이 빠질 수 없습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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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여 앉으이 그냥 좋습니다.
 모여 앉으이 그냥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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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즉석에서 막 캐낸 삼을 아주 싸게 살 수도 있었습니다.
 즉석에서 막 캐낸 삼을 아주 싸게 살 수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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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치마당에 술도 빠질 수 없습니다.
 잔치마당에 술도 빠질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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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에게 나눠줄 경품을 추천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나눠줄 경품을 추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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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동생 미해는 해피송가요봉사단이 돼 마을에 행사가 있을 때마다 노래봉사를 했습니다.
 친구동생 미해는 해피송가요봉사단이 돼 마을에 행사가 있을 때마다 노래봉사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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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래봉사를 나온 해피가요봉사단원 얼굴도 해피입니다.
 노래봉사를 나온 해피가요봉사단원 얼굴도 해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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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재식 이장도 노래를 불렀습니다.
 전재식 이장도 노래를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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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또 먹다보니 입맛이 느끼해 집니다. 아삭거리는 고추무침을 몇 점 집어먹으니 입안이 깔끔해 지며 입맛 또한 개운해 집니다. 개운해진 입맛으로 또 먹습니다. 텁텁한 막걸리도 차려지고, '캬~' 하는 뒷맛을 쏟아내는 소주도 차렸습니다. 술믈 마시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음료수도 차리니 주거니 받거니 하는 시간이 즐겁습니다.

잔치마당에 노래가 빠질 수 없습니다. '해피송가요봉사단'이 돼 단원들과 함께 온 친구동생 미해가 노래를 부릅니다. 봉사단 사람들도 노래를 불러주니 산막이옛길 온통이 흥얼거리는 노래 소리이고, 사오랑마을 곳곳이 더불어 춤추는 발걸음입니다.

관광객들과 함께 한 인삼축제

동네사람들이 노래를 부르고 고향을 찾아온 사람들이 어깨를 들썩 거리니 지나가던 관광객들도 동참합니다. 지나가던 관광객들이 하나 둘 동참하다보니 어느새 시골동네를 넘어서는 커다란 축제가 됐습니다.

처음만난 사람들이 나란히 앉아 구경하고, 처음 보는 사람이 노래자랑을 하듯 부르는 노래에 신명을 맞춰 박수 칩니다. 즐겁고 끓어오르는 흥 참을 수 없다는 듯 어우러져 춤추고 더불어 노래합니다.

동네잔치는 이래서 좋습니다.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잡지 않으니 걸릴게 없어 좋습니다. 흥을 더해 준 사람에겐 선물을 주고, 분위기를 돋아준 사람에겐 경품을 주다보니 어느새 하루해가 저물어 갑니다.

 잔치마당에 떡이 빠질 수 없습니다. 현장에서 떡판을 처 인절미도 만들어 먹었습니다
 잔치마당에 떡이 빠질 수 없습니다. 현장에서 떡판을 처 인절미도 만들어 먹었습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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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 직전에 준공된 연하협구름다리는 산막이옛길의 새로운 명소가 될것입니다.
 추석 직전에 준공된 연하협구름다리는 산막이옛길의 새로운 명소가 될것입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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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하협구름다리는 안개(煙)와 노을(霞)이 장관을 이루는 연하동 계곡에서 비롯된 이름입니다.
 연하협구름다리는 안개(煙)와 노을(霞)이 장관을 이루는 연하동 계곡에서 비롯된 이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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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는 마음으로 고향을 찾았던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갑니다. 어떤 사람은 가을비를 닮은 추억을 안고 떠나고, 어떤 사람은 인삼튀김으로 챙긴 힘을 품고서 떠나갑니다.

그들은 떠났어도 고향사람들은 9일 올지도 모를 사람들을 위해 또다시 준비합니다. 주변을 청소하고, 먹을 것을 준비합니다. 그리고 출향 인들을 고향이라는 이름으로 맞아줄 마음 보따리 또한 따뜻하게 덥혀가며 정갈하게 준비합니다.

오랑! 오랑! 오랑!
숲이랑 사오랑으로 오랑! 
친구랑, 벗이랑, 가족이랑, 연인이랑, 사랑하는 사람들일랑,
산막이옛길이 있는 사오랑으로 오랑

내년을 기약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벌써부터 '오랑! 오랑! 오랑!' 거리는 리듬으로 내년 잔치가 기다려지는 건 마음 찾아갈 둥지가 고향에 있고, 고향이 거기에 둥지를 틀고 있기 때문일 거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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