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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정부가 일본 정부에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연결할 것을 제안했다. 러시아가 한반도 대신 일본과 철도를 연결하게 되면 우리는 경제적으로 큰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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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에 대한 태도를 바꿔야 한다. 철도연결사업을 이어나가고 러시아 극동지역 개발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이를 계기로 북한과의 평화도 도모할 수 있다.
지난 3일 일본 <산케이 신문>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가 일본 정부에 시베리아 횡단철도(TSR)를 일본 홋카이도(북해도)까지 연결할 것을 제안했다고 한다.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러일 간 TSR 연결이 현실화된다면, 지난 김대중 정부의 '철의 실크로드' 프로젝트부터, 박근혜 정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정책까지 근 20여 년간 추진해왔던 큰 범위의 '대륙연계' 정책이 경제성의 상당 부분을 상실할 위기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TSR이 일본과 연결되면, 사실상 한반도 고립

새누리당 원유철 의원이 지난 2월 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3차 '황해∼실크로드 익스프레스' 정책발표회에서 TSR(시베리아 횡단철도)와 TCR을 연결한 복합 국제물류망이 구축되면 국내 경제에 큰 활력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히고 있다.
 새누리당 원유철 의원이 지난 2월 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3차 '황해∼실크로드 익스프레스' 정책발표회에서 TSR(시베리아 횡단철도)와 TCR을 연결한 복합 국제물류망이 구축되면 국내 경제에 큰 활력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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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TSR의 일본 연결 프로젝트는 어느 정도 예견될 일이다. 현재 러시아 전체 물동량의 26%를 블라디보스토크를 비롯한 극동 지역 항만이 처리하고 있으며, 2005년부터 2014년까지 물동량이 136%나 증가했다. 상당한 변화다.

러시아로서는 러시아 극동개발과 함께, 확대되고 있는 물동량을 효율적이고 원활하게 이동시키고, 분산시키기 위해서는 자국의 극동지역 항만과 함께 이용 가능한 부동항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2011년 푸틴은 "사할린에서 일본까지 터널 건설을 통해 TSR을 일본 화물로 가득 채울 것"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근본적으로 러시아 극동개발은 항만, 교통, 에너지 개발 계획이 망라되어 있기는 하지만, 사실상 핵심은 항만개발과 연결이다.

그런 관점에서 러시아 정부는 그동안 북한의 라진항과 한국의 부산항과 광양항 연결에 적극적이었다. 물동량이나 해운 노선, 부가가치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보자면, 일본과의 연결이 경제성, 효율성 등의 측면에서 우월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러시아의 입장에서 일본은 쿠릴열도 4개 섬에 대한 영토 문제 등 난제가 있었기에, 일본보다는 한반도와의 연결에 보다 적극적이었다. 게다가 한일 해저터널이 구체화 된다면, 한반도뿐만 아니라 일본까지 자연스럽게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남북 간 경색관계가 장기화 되자, 한반도보다는 일본과의 직접 연결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지역의 러시아와 일본 양국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상당히 적극적이기 때문에, 사업의 실현 가능성이 높게 예상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은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러시아경제협력담당상을 신설하고, 의료, 우편, 항만 정비, 수산 가공 등의 내용을 포함하는 약 6000억 엔 규모의 경제협력 사업을 러시아에 제시하였다. 게다가 러시아가 쿠릴열도를 일본에 귀속시킬 경우, 러시아인의 거주권 인정을 제안하여, 러시아 정부에 귀속 명분을 제공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반면, 우리 정부는 현재로써는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가 북핵 문제로 인해 그동안 추진되어 왔던 북한 관련 사업을 사실상 전면적으로 중단시켰기 때문이다. 여기엔 러시아가 참여하고 있는 TSR과 TKR(한반도종단철도) 철도협력사업도 포함된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와 일본 간에 TSR 연결사업이 구체화된다면, 상대적으로 TKR의 연결사업은 그 동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으며, 자연스럽게 한반도는 지경학적 측면에서 고립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경제적 손실 막대, 한반도 평화정착에도 치명타

철길 위에 세워진 시베리아 횡단열차
▲ 멈춰 선 횡단열차 철길 위에 세워진 시베리아 횡단열차
ⓒ 정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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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소외에 따른 경제적 손실은 가히 천문학적이라고 할 수 있다. TSR-TKR 연결로 인해 예상되었던, 물류비 절감, 주변 국가의 통과물동량 등 직접적인 경제적 이득뿐만 아니라, 고용창출, 인프라 건설유지에 따른 부가가치 등의 효과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TSR이 일본과 연결된다고 해서, 한반도철도와의 연결이 전면 무산될 것이라는 개연성은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TSR이 TKR과 연결된다 하더라도, 예측되었던 경제성 반감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러시아 극동지역 개발 참여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주지하였다시피, 현재 러시아 정부는 푸틴 집권 이후 중앙정부 차원에서 극동개발부를 신설하고 신동방정책을 수립하여, 연해주, 아무르주 등 극동 러시아 개발에 박차를 가해왔다. 최근에는 외국인 투자자의 주거지 마련과 매출액의 6~7% 세금과 지대 등 법인세, 재산세 면세 등을 골자로 하는 선도경제구역(하바로브스크) 지정과 자유항(블라디보스토크항, 나호츠카항)법을 발효하는 등 아주 적극적인 개방조치를 내놓았다. 심각한 경제난을 극동개발을 통해 풀어나가고자 하는 러시아 정부의 의지가 대단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러시아 정부의 적극적인 극동개발정책과 함께, 중국과 일본 등 주변 국가는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몰려드는 자본도 상당하다. 블라디보스토크항의 경우 민간기업 투자 총액이 1조 5240억 원에 달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일대일로 프로젝트'와 '동북진흥 프로젝트'의 큰 테두리에서 훈춘과 블라디보스토크 간(약 322km) 고속철도 연결사업을 제안하여 구체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가스관 건설사업'을 러시아 국영가스기업 가스프롬에 제안한 바 있고, 사할린과 홋카이도 전력망을 연결하는 '러일 에너지 브릿지 프로젝트' 또한 급물살을 타고 있다.

북한도 예외는 아니다. 러시아의 안정적인 물동량 처리를 위해 라진항 연결을 골자로 한 '라진-하산 프로젝트', 북한 간선철도의 대부분을 대상으로 하는 '철도현대화 사업', '평양-블라디보스토 직항로 개설' 등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 지역으로 노동력을 수출하여, '외화벌이'에도 적극적이다.

그러나 우리는 사실상 이러한 개발 사업 추진이 전무한 상황이다. 일부 기업이 진출하고 있기는 하지만, 정부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과 경쟁이 되지 않는다.

특히 이러한 경제성과 더불어, 지정학적 측면에서도 한반도 철도연결 사업은 러시아의 비중이 크다. 북한으로서는 철도연결사업이 이루어지는 이상 극단적 행동을 지양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대륙철도 연결사업을 이대로 놓친다면 한반도 평화정착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는 효과를 상실하게 되는 셈이다.

북한에 대한 전향적인 자세로 실리 챙겨야

그동안 역대 정부는 정권이 바뀌면서도 간판만 달리하였을 뿐, 내용 면에서 거의 동일한 대륙철도 연결 정책을 유지해왔다. 그 이유는 대륙철도 연결이 향후 우리에게 가져다줄 경제성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물류비 절감 등의 직접적인 경제성뿐만 아니라, 고용창출 등 막대한 부가가치 창출로, 답보하고 있는 경제성장에 새로운 동력이 되는 중차대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해결의 열쇠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이 될 수밖에 없다.

과거 5.24조치로 인한 북한과의 협력사업 단절이 우리의 막대한 경제적 손실로 이어졌음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결국 중국에게 좋은 일 시킨 꼴이 되었다. 그렇다고 북핵문제가 진전을 이룬 것도 아니다. 북한을 위협한 것도 아니다. 결과적으로 우리의 경제적 손실만 가져왔을 뿐이다.

이를 교훈삼아야 할 것이다. 이번에도 정부가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는다면, 이번에는 결국 일본에게만 좋은 일 시킨 꼴이 될 것이다. 물론 북핵문제를 관망할 수만은 없다. 결국 전술의 문제다. 북핵문제도 진전을 이루고, 우리의 경제적 이익도 담보하기 위해서는, 원론적이지만, 정치적 문제와 경제를 분리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북한을 슬기롭게 이용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할 때다.  

덧붙이는 글 | 김선철 기자는 현재 한국교통연구원 유라시아북한인프라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태그:#러일 철도연결, #대북정책, #대륙철도, #북한, #시베리아횡단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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