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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세계화'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질 때, 한 청년이 배낭을 메고 떠났다. 그 '세계'라는 것, 그것이 돌아가는 것을 한 번 봐야 하지 않겠냐는 마음으로 떠난 청년. 엄청난 발전을 하고 있는 '경제대국(大國)'이라는 교육을 받고 그 자부심으로 부풀었던 청년에게 바로 그 세계 각 나라 사람들이 물었다.

"Are you a Chinese? Japanese?" (중국인이세요? 일본사람?)

그 누구도 코리안(Korean) 이라는 단어를 내놓지 않았다.

청년은 자존심이 상했다. 버즈의 노래 가사처럼 "왜 너만 몰라"가 아니었다. 모두 몰랐다. 심지어 한국인들은 일본어를 하느냐 말까지 들으면서 청년은 한국을 알려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그리고 '미친 실행력'을 동원 해 바로 그 일에 뛰어들었다.

'한국홍보 전문가' '독도지킴이'… 많은 수식어로 설명되는 서경덕 성신여자대학교 교수의 오늘은 그때부터 시작이 되었다. 그리고 바쁜 일정에 딱 1박 3일(한밤중에 창공에서 잠을 청한 것을 빼야 하는) 시간을 빼어 호주 멜번으로 날아왔다.

멜번대학교 제 25대 한인학생회(MUKSS : Melbourne University Korean Student Society – 회장 엄성민)가 올해 주최한 두번째 행사인 '한국 문화, 역사의 가치와 대한민국 홍보의 중요성 ; 대한민국 문화 홍보 전문가 서경덕 교수 초청 강연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강연 당일인 10월 2일(일) 강풍이 심한 멜번의 툴라마린 국제공항(Tullamarine International Airport) 에 내린 서경덕 교수를, 강연에 앞서 만났다.

긴 비행시간에도 피곤한 기색 하나 없는 표정의 서경덕 교수는 또 한 번 '대한민국'을 홍보하게 된 기회를 가진 것만으로 마치 처음 있는 일처럼 들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처음 한국을 알리겠다는 열정 하나로만 뛰어들었을 때에 비하면 20여 년 세월이 정말 많은 것을 바꿔 놓았지요. 특히 K-Pop, K-Drama 등이 지속적인 인기를 끌면서 단순히 우리의 것들을 알리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세계인들이 그걸 즐기게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은 아주 큰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호감을 줄 수 있는 가장 큰 무기일지도 모를 '사람 좋은 미소'를 시종 얼굴에 둔채 그는 마치 강연장에 선 것처럼 열심히, 설명을 시작한다.

"그리고 이런 좋아진 상황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더 좋은 콘텐츠를 계발하는데 게으르지 말아야할 것"이라고 말한다.

서경덕 교수는 뛰어난 추진력으로 큰 인정을 받고 있지만 기발한 아이디어를 무궁무진하게 쏟아내서 또한 놀라게 만든다. 그 대단한 아이디어들은 어떻게 나오는 것일까?

"현장 아이디어가 크다"는 말로 그는 그 질문에 답변을 시작했다.

"10여 년 전에 뉴욕을 방문했고, 그때 구석구석 돌아보며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월스트리트, 타임 스퀘어에 광고를 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내가 해야 할 일, 부탁할 일을 다 종합해서 저지르기 시작하는 거죠. 그리고 해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가봤기 때문에 아이디어가 생겼다고 볼 수 있구요. 결국 현장 아이디어는 중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그 장소를 물색하는 것도 그렇지만 그 현장에 맞는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서는 현장감이 있어야 합니다."

한국 홍보의 중요성을 깨닫고, 실행에 옮긴 사람이 된 서경덕 교수는 이런 아이디어와 추진력을 빛나게 해 준 사람들이 있다면서 바로 전세계에 있는 한인 유학생 그리고 교민들이라고 말한다. 그들의 도움이 정말 컸다는 것을 알기에 작은 일부터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세계 유명 대학 한인 유학생 모임에 재능기부의 의미를 담아 원하는 강연회를 해 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단다.

그래서 K팝 K 드라마를 잇는 K- Lecturer(K-강연자)라는 단어까지 떠올리며, 베를린, 북경 그리고 토론토에 이어, 멜번을 방문하게 된 것이다.

멜번대학교 한인학생회는 올해 25대째인데, 엄성민 한인학생회장을 비롯 임원진들이 서경덕 교수의 이런 프로젝트를 알고 끈질기게 시간을 조율하며 섭외를 해왔다. 서 교수 역시 이런 열정을 가진 학생들을 꼭 만나야겠다는 생각에 시간을 쪼개고 쪼개어 결국 1박 3 일 일정을 강행군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유학생들은 한국을 알리는 최고의 전도사"라고 말하는 서경덕 교수는 이날 멜번의 강연은 한국 문화, 역사의 가치와 대한민국 홍보의 중요성이라는 주제로 한국을 알리는 것이 왜 필요하며, 또 그동안 어떻게 그 일을 했고 어떤 성과를 얻었으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말했다.

이어 현지 유학생, 워킹홀리데이로 온 청년들에게 "귀한 시간 동안 호주가 갖고 있는 선진 문화를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우리 것을 알려주는 것에 자긍심을 갖고 더 노력해서 서로 소통하는 문화 분위기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전했다.

분명 대한민국의 위상은 더 높이 올라갈 것이고, 외국에 나가 있는 한국인 한 명 한 명이 모두 우리 문화를 소통시키는 중요한 매신저 역할을 할 때 '한국 알리기'가 가질 시너지 효과는 엄청나다는 얘기다.

또한 세계의 다른 한인들처럼 시드니, 멜번 등지의 교민들이 "일본 소유의 모모 기업이 버젓이 욱일승천기를 벽에 장식했는데 이걸 그냥 둘 수는 없다"는 등의 제보를 해 준다면서, 그래서 즉각 해당 기업에 항의 서한을 보낼 수 있는 등 여러가지 경로로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모두 마음을 보태 한 곳을 바라보고 나가는 힘을 알기에 자신은 앞으로도 더더욱 열심히 그 허브 역할을 잘 하도록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차 한 잔 만큼의 휴식을 가지고 바로 강연장인 멜번대학교 내 FBE Theatre 로 자리를 옮긴 서경덕 교수는, 일요일 저녁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100여 객석을 메운 관객들에게 준비한 강연을 정성껏 들려줬다.

이날 강연회에는 중장년층들도 학생들과 함께 자리를 지키며 강연에 귀를 기울였다. 참석자들은 매우 유익하고 보람된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 서경덕 교수 강연회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 이날 강연회에는 중장년층들도 학생들과 함께 자리를 지키며 강연에 귀를 기울였다. 참석자들은 매우 유익하고 보람된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 음경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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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는 있지만 학생 신분이었던 첫 단계에서 후원도 받지 못하고 '정부가 아니라 왜 개인이 이런 일을 하느냐'는 오해 아닌 오해로 힘들었던 시작 시점부터, 한번 문을 두드려 열고 경험이 생기니 그 다음은 좀 더 쉬워지고, 그 후에는 찾아가지 않아도 한국 관련서비스가 생겨나더라는 이야기로 이어졌다.

그동안 한식의 세계 전파, 역사왜곡을 바로 잡는 일 그리고 진정한 세계화의 의미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자신의 실패와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진솔한 강의를 이어갔다.

서 교수는 제대로 된 곳에, 뜻을 제대로 전하는 광고를 또한 지속성을 갖고 할 때 어떤 효과가 나타나는지에 대해 자세하고 재미있게 이야기했다.

또 "일본과의 관계에 대한 것을 예를 들어보자"면서 "일본 정부만 탓하는 것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우리 것을 지키고 알리는 부분에서 관리를 제대로 했는가에 대한 성찰을 놓치지 않으면서 세계에 왜 우리가 이런 일을 하는지 멋지게 알리는 것으로 차원 높은 대응을 할 수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거듭된 실패는 성공 타율을 높여줬다"면서 서교수는 세계를 리드하는 코리아가 되기 위해 '글로벌 에티켓', '창의적사고' 그리고 '미친 실행력' 세 요소가 필요하다는 말로 강의를 맺음했다.

큰 박수를 보낸 관객들은 다음 날 이어질 등교, 출근이 염려되었을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손을 들어 질문을 하며 뜨거운 분위기를 연장하기도 했다.

적당한 유머까지 곁들이며 그러나 진정성을 가득 담아 일일이 답변을 하는 것으로 성공적인 강연회를 마친 서경덕 교수는 다음 날 이른 아침 바로 귀국했다.

한푼의 강의료도 요구함 없이 오직 한 사람에게라도 더 한국 홍보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그리고 한국 홍보의 큰 매신저라 믿는 유학생, 교민들에게 감사함을 조금이라도 표현하겠다는 일념으로 머나먼 길을 달려 온 서경덕 교수는 그 뜻을 충분히 전했다.

강연회가 끝나도 쉽게 발길을 돌리지 못하는 관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런 일에 동참하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여졌으니 성공적이라 분명 평할 수 있을 것이다.

"여러분이 한국 알리기 최고의 매신저입니다"
서교수는 광고의 아이디어와 지속성이 왜 중요한지를 설명하며 세계 곳곳에 한국을 더 열심히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 멜번대학교에서 강연하는 서경덕 교수 "여러분이 한국 알리기 최고의 매신저입니다" 서교수는 광고의 아이디어와 지속성이 왜 중요한지를 설명하며 세계 곳곳에 한국을 더 열심히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음경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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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서경덕 교수의 강연회를 주최한 멜번대학교 한인 학생회는 이 강연회에 앞서 지난 8 월 30일, 멜번의 모든 한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제 1회 청춘 토크 콘서트'를 개최했다.

호주공영 SBS(Special Broadcasting Service) 한국어 프로그램의 박성일PD, 모나쉬 대학교의 양희승 경제학 교수, 스윈번 공과대학의 문성곤 교수 그리고 교민 언론사의 김은경 편집장(오마이뉴스 기자/필자) 을 연사로 초빙해 가진 토크 콘서트는 멜번 한인 역사상 처음 시도한 이벤트였음에도 많은 학생들이 참여해 성황을 이루었으며, 다음 콘서트를 기대한다는 후평을 듣는 등 성공적으로 마쳤다.

멜번대학교 한인학생회는 이에 힘을 얻어 시험 기간을 지내고 난 직후인 10 월 2일로 날짜를 맞춰 이번에는 학생 뿐 아니라 전교민을 대상으로 할 수 있는 서경덕 교수 초청 강연회를 개최한 것이다.

서경덕 교수 초청 강연회에 앞서 청춘콘서트를 개최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멜번대학교 한인학생회 (앞줄 가운데가 엄성민 회장) 임원진들과 첫 행사에 도움을 준 연사들
▲ 멜번대학교 한인학생회 임원진 서경덕 교수 초청 강연회에 앞서 청춘콘서트를 개최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멜번대학교 한인학생회 (앞줄 가운데가 엄성민 회장) 임원진들과 첫 행사에 도움을 준 연사들
ⓒ 스텔라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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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성민 한인 학생회장은 "우리 학생들끼리 친목을 나누고 정보를 교환하는 것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한인사회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나누어 보자는 취지로 올해는 이 두 행사를 개최했다"면서 "각자의 학업에 지장이 없도록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앞으로도 임원진들과 더불어 한인사회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여러가지 활동을 구상하고 실천할 것"이라는 뜻을 전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조금 다른 형태로 수정되어 2016 년 10 월 7일 발행되는 <멜번저널>에 중복 게재됩니다.



태그:#서경덕 교수 강연회 , #멜번대학교, #멜번대 한인학생회, #호주, #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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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이민 45 년차. 세상에 대한 희망을 끝까지 놓지 않고 그런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기사를 찾아 쓰고 싶은 사람. 2021 세계 한인의 날 대통령 표창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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