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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이 출석한 가운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김재수 장관 해임안 처리에 항의해 국정감사를 전면 보이콧하고 있다.
▲ 교문위 국감 새누리당 불참 27일 오전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이 출석한 가운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김재수 장관 해임안 처리에 항의해 국정감사를 전면 보이콧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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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의 강경투쟁이 자충수에 빠졌다.

애초 새누리당이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에 반발해 의사일정 보이콧을 선언할 때만 해도 사흘 안에 정상화되리라 봤던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집권여당 당대표가 헌정사상 처음으로 국회의장 사퇴를 촉구하는 단식농성을 시작하면서 당내 강경파가 국회 상황을 주도하게 됐다. 이에 따라 2016년도 국정감사도 곳곳에서 기약없이 '반쪽'으로 진행되고 있다.

일견 새누리당의 '수'가 먹힌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의 새로운 비선실세로 지목받고 있는 최순실씨의 개입 논란이 불거진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문제 등 청와대와 관련된 대야 공세를 아예 차단하는 '판'을 일부나마 깔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에 온전히 유리한 상황만은 아니다. 새누리당이 '전부(全部) 아니면 전무(全無)'식으로 나서면서 국회가 마비된 것처럼 보이지만, 야당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일부 상임위원회는 정부 부처를 상대로 국정감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감 이틀째인 27일만 하더라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외교통일위원회·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산업통상자원위원회·보건복지위원회·환경노동위원회·국토교통위원회 등 7개 상임위가 국감을 개시했다.

새누리당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법제사법위원회·정무위원회·기획재정위원회·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국방위원회·안전행정위원회 등 6개 상임위는 열리지 않았지만 이 상황도 무작정 유지되기 힘들다. 야당이 "위원장이 직무를 기피하거나 사고가 있을 경우 교섭단체 소속 간사가 위원장의 직무를 대행해 위원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돼 있는 국회법과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을 들어 사회권 이양을 강도 높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국감에서 통상 '수비수' 역할을 맡았던 여당이 통째로 빠지면서 야당의 공격만 더욱 두드러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외통위의 경우, 전날 새누리당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주질의 시간을 1인당 10분에서 15분으로 늘렸고 다른 상임위에서도 평소보다 질문 문항이 2배 가까이 늘어났다. 그리고 이는 온전히 국감에 출석한 장·차관들의 몫이 됐다.

지난 8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추가경정예산 처리 문제로 야당 단독으로 진행됐던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인사청문회가 오버랩되는 대목이다. 당시 한 청와대 관계자는 조 장관이 장시간 홀로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는 모습을 거론하며 "안쓰러웠다"고 평하기도 했다. 이는 앞서 새누리당의 강경투쟁이 그리 오래 가진 않을 것이라던 관측의 결정적 이유이기도 했다.

국감 보이콧 이틀 만에 '내부 균열' 발생해

지난 26일 오전 서울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이 불참한 채 국정감사가  열리고 있는 모습.
 지난 26일 오전 서울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이 불참한 채 국정감사가 열리고 있는 모습.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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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여권 내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김영우 의원은 이날 "오늘 오후부터 국정감사에 임하기로 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구체적으로 "정세균 의장 사퇴를 위해 분투하시는 모든 의원님들께는 매우 송구하지만 제가 생각해왔던 의회민주주의의 원칙에 따를 수밖에 없다"라면서 "국회는 상임위 위주로 운영돼야 한다, 특히 각 위원회의 국감은 국회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에 하나"라고 강조했다.

이어 "저는 당 대변인을 두 차례나 지냈고 지금은 국방위원장을 하면서 국방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는 말을 줄기차게 해왔다, 제 발언에 책임을 져야 한다"라면서 "이것은 저의 소영웅주의가 아니다, 그저 기본을 지키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새누리당이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와 관련해 정세균 의장 등이 의회민주주의를 파괴했다면서 국감을 보이콧하고 있지만, 이 방식 역시 의회민주주의에 맞지 않다고 주장한 셈이다.

그는 그러면서 "북한의 위협이 더 한층 가중되고 있는 상태에서 국방위의 국정감사마저 늦추거나, 하지 않는다면 이 나라가 어떻게 되겠나"라며 거듭 국감 참여 입장에 대한 양해를 구했다. 당 지도부의 만류에도 "전쟁이 나도 국방위원회는 진행돼야 한다는 게 제 소신이고 의회민주주의의 기본"이라며 참여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현재 당 지도부는 계속 김 의원을 만류하고 있다. 단식 농성에 들어간 이정현 당 대표를 대신해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조원진 최고위원 등은 아예 국방위원장실을 찾아가 김 의원을 설득 중이다. 그러나 김 의원과 같은 '국감 참여' 기류는 더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 이혜훈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해 "극대극으로, 강대강으로는 대치가 잘 안 풀리더라, 대화의 창구를 열고 소통하는 수밖에 없던데"라며 "이럴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고 대화하고 그것밖에 방법이 없다"라고 말했다.

즉, 지금의 강경투쟁 방식은 맞지 않다는 얘기였다. 그는 이정현 당 대표의 단식농성에 대해서도 "아무래도 서로 물꼬를 트고 대화를 하려는 노력과는 반대 방향으로 가지 않나, 다들 그렇게 걱정을 하신다"라고 지적했다. 또 "1년에 딱 한 번 실시하는 이 국정감사가 국회의 꽃이다, 이 중요한 국감을 언제까지 미룰 수 있겠냐"라며 "이렇게 무기한 (의사일정 거부로)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고도 덧붙였다.

박지원 "새누리당 온건파 의원들은 국감 원하고 있다"

27일 오전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여의도 국회 당 대표실에서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를 촉구하며 2일째 무기한 단식농성을 진행하는 가운데, 격려방문 온 당 소속 초선의원 10여명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초선의원들은 “얼굴이 벌써 야위셨네요”라거나 “대표님!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를 합창하며 이 대표를 격려했다.
▲ 이정현, 무기한 단식농성 격려방문 온 초선과의 대화 27일 오전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여의도 국회 당 대표실에서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를 촉구하며 2일째 무기한 단식농성을 진행하는 가운데, 격려방문 온 당 소속 초선의원 10여명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초선의원들은 “얼굴이 벌써 야위셨네요”라거나 “대표님!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를 합창하며 이 대표를 격려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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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야당도 압박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단식 농성을 진행 중인 이정현 대표를 겨냥한 '힐난'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이 대표의 단식농성이 오히려 국회 정상화 가능성을 가로막고 있다는 취지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원래 극한대치가 벌어지면 당대표들이 나서서 교착상태를 풀었는데 당 대표가 단식농성을 하는 바람에 머리를 맞대고 상황을 풀 수 있는 대화 채널이 끊겨 우려된다"라며 "이정현 대표는 이 상황을 원만하게 타개하기 위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역시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갈등을 풀어가야 할 집권여당 대표가 사상 초유로 단식농성을 하는 이런 역사를 찾아볼 수 없다"라면서 "기차가 마주 보고 가면 충돌한다"라고 경고했다.

특히 그는 "새누리당의 많은 온건파 의원들은 국감을 원하고 있다"라면서 "어떻게 해서든 국민의당에서 풀어달라고 전화가 오고, (그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태그:#이정현, #단식농성, #국정감사, #김영우,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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