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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경찰, 국정원 등 수사기관이 최근 4년 동안 통신사로부터 제공받은 '통신사실확인자료'가 5727만여 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사실확인자료는 통신사 가입자의 발신 및 착신 정보, 통화 시작 및 종료 시간, 사용도수, 발신기지국 위치추적자료, 통신기기의 위치추적자료, 인터넷 접속 및 로그인 기록 등 민감한 개인정보가 담겨있다.

공문 한 장에 전화번호 다수 조회 가능

윤종오 의원.
 윤종오 의원.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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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오 무소속 의원은 26일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최근 4년 간 통신사들이 검찰, 경찰, 국정원 등 수사기관 별로 제공한 통신사실확인자료 건수를 입수해 공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통신사들은 지난 2012년 2539만 건, 2013년 1613만 건, 2014년 1028만 건, 2015년 547만 건 등 총 5727만여 건의 통신사실확인자료를 수사기관에 제공했다.

그 가운데 검찰은 2012년 25만 건, 2013년 51만 건, 2014년 20만 건, 2015년 16만 건 등 총 112만 건을 제공받았고, 같은 기간 경찰은 2486만 건, 1544만 건, 1006만 건 532만 건 등 총 5568만 건을 제공받았다. 국정원은 4년 동안 총 1만3천여 건을 제공받았고,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선관위 등 기타 기관에서 총 46만 건을 제공받았다.

이와 함께 같은 기간 수사기관에 제공된 '통신자료'는 4096만 건으로 확인됐다. '통신자료'는 가입자의 이름, 생년월일, 가입일, 주소 등의 정보가 담겨 있다. '통신자료'의 경우 가입자가 통신사를 통해 제공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가입자들이 자신의 '통신자료' 제공 내역을 확인해 SNS에 인증샷을 올리면서 수사기관의 광범위한 사찰 논란이 일었다.

경찰 등 수사기관이 이렇게 막대한 양의 통신사실확인자료와 통신자료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은 법원에서 발급하는 허가서 한 장으로 다수의 연락처 정보를 조회할 수 있고, 또 '기지국 수사'로 한꺼번에 대량의 정보를 제공 받기 때문이다. '기지국 수사'는 긴급하거나 용의자를 특정할 수 없는 사건에서 기지국에 접속한 불특정 다수의 통신정보를 제공받는 방식이다.

기지국 수사는 법원으로부터 기지국 압수수색 영장을 받거나, 법원으로부터 통신사실확인자료 허가서를 받아 진행하게 된다. 법원이 발급하는 허가서에는 한 장에 특정 기지국에 잡히는 불특정 다수의 모든 정보가 제공되는 것이다. 통신자료의 경우 각 기관의 협조 공문만으로도 제공이 가능하다.

기지국 수사 방식, 가입자는 제공 사실 알 수 없다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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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수사기관에 정보가 제공된 이후에도 발생한다. 통신비밀보호법은 수사기관이 통신사실확인자료를 들여다봤을 경우, 그 대상자에게 통지하게 되어 있다. '통신자료'의 경우 가입자가 통신사에 요청하면 제공내역을 확인할 수 있지만, 사용자의 위치 등 더 민감한 정보가 담긴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 내역은 통지 받은 것 외에 개인이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 자료를 분석한 결과 경찰의 집행건수 대비 통지건수 비율은 지난 2012년 78%, 2013년 61%, 2014년 64%, 2015년 54%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역시 한 건의 허가서로 여러 개 번호를 조회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집행건수가 아닌 제공받은 전화번호 건수 대비 통지건수 비율은 급격히 떨어진다.

2012년을 예로 들면, 경찰청 수사국에서 통신사실확인자료 조회를 집행한 건수는 5만4853건이다. 그러나 이것은 경찰이 제공받은 전화번호 건수를 의미하지 않는다. 앞서 윤종오 의원이 공개한 미래부의 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2012년 2539만 건의 통신사실확인자료를 제공받았다. 이 가운데 그해 통지한 건수는 불과 4만3062건, 비율로 따지면 0.15%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통신사실확인자료는 <통신비밀보호법> 제13조의3(범죄수사를 위한 통신사실 확인자료제공의 통지)에 의거, 집행사실에 대해서 기소 또는 불기소 처분의 통보를 받거나 내사종결 후 30일 이내에 대상자에게 서면으로 통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즉, 수사가 종결되어야만 통지대상으로 분류된다는 것이다.

또 기지국 수사로 얻은 불특정 다수의 가입자들은 아예 통지 대상이 빠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사유를 묻는 김정의 의원실 질문에 경찰은 "기지국 수사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전화번호뿐인데, 이를 통지하려면 다시 해당 번호의 가입자 이름과 주소 등을 통신자료조회를 통해 확인해야 하는 등의 문제가 있어 별도로 통지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입자들 정보 무분별하게 제공, 관리 안돼"

이와 관련해 김정우 의원은 "범죄 혐의가 없는데도 그 시간에 해당 기지국을 사용하였다는 이유로 착발신 전화번호와 통화시간 등을 무제한적으로 들여다보고, 그 사실을 당사자에게 통지하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기지국 수사는 한 건의 허가서로 수많은 이들의 통신정보를 수집하는 방식인 만큼 별도로 통계를 만들어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종오 의원은 역시 "수사기관들이 수사 편의를 이유로 무분별하게 통신사실확인자료 요청을 진행해 왔다"라며 "미래부를 통해 통신사별 제공현황을 요청했지만 민원제기 등으로 영업활동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며 거부했다, 가입자 알권리 차원에서 적극적인 공개를 할 수 있도록 국정감사에서 지적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이어 "특히 기지국 자료를 통째로 제공받고도 수사와 무관하게 열람한 통신정보에 관해 가입자 통지의무조차 제대로 지켜오지 않았다"라며 "불특정 다수의 통신사 가입자들의 정보가 무분별하게 수사기관에 제공되고, 그 현황조차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문제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기지국 수사는 1건의 허가서로 지나치게 많은 정보를 가져간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고, 정보·수사기관의 무차별적인 통신자료 수집은 국민의 사생활 보장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지난 2012년 헌법소원이 제기된 상태다.


태그:#통신사실확인자료, #통신자료, #통신사, #김정우, #윤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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