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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는 원래부터 길을 삶의 터로 여기고 살아온 길고양이들도 있지만,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사연을 가지고 길 위에 서게 된 유기묘들도 너무나 많다. 사람의 손을 거친 유기묘들은 지나치게 경계심이 심해지거나 혹은 야생성이 없어진 상태라 길에서 살아가기 더욱 어렵다. 그러니 누군가는 또 이 작은 생명들에게 애써 손을 내밀어 살아갈 길을 만들어준다. 사람이 한 일을 차마 외면할 수 없기 때문에.

까만 턱시도를 입은 것 같은 털을 가진 새끼고양이 한 마리가 발견된 것은 9월 초였다. 처음 이 고양이를 발견한 안종원씨는 깜짝 놀랐다. 겨우 생후 2달쯤 된 듯한 그 작은 몸통이 운동화 끈 같은 것으로 단단히 묶여 있었기 때문이다. 어릴 때 어미와 떨어져 누군가의 손에 묶여 키워지다 어떤 이유에선가 집을 나오게 된 것으로 보였다.

벨라는 9월 초 몸통에 끈이 묶인 채 길 위에서 발견되었다
▲ 끈에 묶인 고양이 벨라는 9월 초 몸통에 끈이 묶인 채 길 위에서 발견되었다
ⓒ 안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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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고양이의 몸통에 단단히 묶여 있던 운동화 끈.
▲ 고양이 몸통에 묶여 있던 끈 아기고양이의 몸통에 단단히 묶여 있던 운동화 끈.
ⓒ 안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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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생후 1년까지는 몰라볼 만큼 쑥쑥 자란다. 이대로 방치된다면 몸은 성장하는데 몸통에 묶인 끈은 그대로 남아 고양이의 숨을 조를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안 씨는 길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끈이라도 풀어줘야겠다는 생각에 얼마 후 이 아기고양이를 구조했다.

끈을 풀어주며 확인해보니 발톱이 잘린 흔적도 있었다. 사람 손에서 지내던 고양이가 틀림없었다. 길고양이의 야생성은 없고, 사람에게 붙어 애교를 부리며 골골거리는 녀석을 차마 다시 길로 내보낼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이미 집에서 아프고 갈 곳 없던 고양이들을 7마리나 키우고 있는 상황. 구조한 아기 고양이에게 벨라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현재는 입양처를 구하고 있다.

입양처를 기다리고 있는 아기고양이 벨라
▲ 고양이 벨라 입양처를 기다리고 있는 아기고양이 벨라
ⓒ 안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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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지나쳤다면 기형으로 자라거나 불편한 움직임으로 쉽게 로드킬의 희생양이 되었을지도 몰랐다. 운 좋게 새로운 묘생을 살 기회를 얻은 벨라를 위해 많은 네티즌들이 벨라의 사연을 공유하며 좋은 입양처를 찾기를 기원하고 있다.

현재 벨라를 보호하고 있는 안 씨는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다보면 아기 고양이가 4계절을 다 보내고 성묘가 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 수 있다. 사람의 손에 의해 끈에 묶인 채 길거리를 헤매고 있던 벨라가, 새로운 가정을 만나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벨라의 입양 문의는 qwer2929@naver.com)


태그:#길고양이, #유기묘, #고양이입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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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개 고양이 집사입니다 :) sogon_abou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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