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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난 해부터 안전보건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캄보디아에서 한국으로 온 노동자에게 작업장에서 지켜야 할 안전수칙 등, 안전에 관한 강의를 하거나 통역을 해주는 일이다.

이때 강의는 캄보디아어로 한다. 한국에 있는 외국인노동자 중에서 한국어를 잘 모르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또, 한국어를 어느 정도 한다고 해도 강의 내용을 다 이해하기는 힘들 것이다. 안전교육에 나오는 용어는 평상시에 쓰는 언어와 많이 다르다.

'가베(벽체)' '반생(철사)' '크레인(줄걸이)' '배력근' 등은 한국어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공사장 용어다. 바쁘게 돌아가는 현장에서 외국인노동자 한 명 한 명에게 용어를 자세히 알려주는 사람도 거의 없을 뿐더러 가르쳐준다고 해도 낯선 용어를 한 번에 모두 알아듣기는 무척 힘든 일이다.

위험한 것들로 가득 찬 작업장에서 의사소통까지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결과는 뻔하다. 날마다 크고 작은 사고가 일어나고 심지어 목숨까지 잃는 일이 생긴다. 안전보건공단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외국인노동자가 작업장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재해 발생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한다.

나는 이 일을 하면서, 얼마나 많은 이가 산업재해를 당하는지 비로소 알았다. 외국인노동자가 일하는 곳은 노동 강도가 세고 작업환경이 좋지 않아 한국인들도 기피하는 곳이 많다. 그만큼 사고가 발생할 위험도 크다.

어떤 캄보디아 노동자는 원목을 자르는 일을 하다가 갑자기 튀어나온 원목에 눈과 코를 맞아 시력을 잃었다. 만일 보호구를 착용했다면 부상을 덜 수 있었을 것이다. 외국인노동자가 많은 가구공장의 경우, 먼지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반드시 방진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하지만 일반마스크만 제공하거나 이마저도 갖춰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동료 강사가 이런 말을 했다.

"내가 하는 일은 누군가의 소중한 사람을 지키는 일이다."

나는 이 말에 감동했다. 외국인노동자들은 대부분 가족의 생계를 위해 한국에 온다. 나는 그 '소중한 사람들'에게 작업장에서 어떤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지, 화학물질이 얼마나 위험한지 말하고 또 말한다.

그리고 개인보호구를 착용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직장에서 스스로 지켜야할 안전수칙은 무엇인지, 사고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최대한 자세히 설명하려 노력한다. 사업장에서 제대로 지켜질지 그것도 문제이지만, 그래도 알아야 요구할 수 있고, 요구해야 조금이라도 위험한 환경이 바뀌지 않을까?

한국에 있는 모든 외국인노동자가 고향에 돌아갈 때까지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하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다문화, #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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