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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증인 홍기택의 빈 자리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연석청문회'에 핵심 증인으로 채택된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 등 주요 인사들이 불출석해 반쪽짜리 청문회가 진행되고 있다. ⓒ 남소연
8일 열린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연석 청문회(서별관회의 청문회)는 핵심 증인인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의 불참과 관계 기관의 자료 제출 비협조로 뚜렷한 진상규명 없는 '맹탕 청문회'로 진행됐다. 주요 과제였던 서별관회의 의혹 풀기는 '수박 겉 핥기'에 그쳤다.

시작부터 청문회가 삐걱댄 주 원인은 홍기택 전 산은회장의 불참에 있었다.

홍기택 전 산은회장은 지난해 10월 서별관회의에서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등 정부 측이 분식회계 의혹을 받고 있던 대우조선해양에 4조 2천억 원을 지원할 것을 일방적으로 전달했다고 폭로했다가 사실을 다시 번복해 논란에 섰다(관련 기사 : 홍기택 '대우조선' 말 바꾸자 최경환도 기세등등). 이처럼 핵심 의혹을 폭로한 인물이자, 당사자인 홍 전 산은회장이 종적을 감춘 채 청문회장에 나타나지 않으면서, 질의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청문회 진행 내내 홍 전 산은회장의 불참에 대한 야당 위원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청문회 증인 채택 협상 과정에서 야당이 요구한 최경환, 안종범, 홍기택 세 사람 중 겨우 증인채택에 합의한 홍 전 산은회장마저 불참하면서, 야당 위원들은 '단팥 없는 찐빵' 청문회가 됐다는 지적을 쏟아냈다.

핵심 증인 빠지고 증거 제출 부실, '맹탕 청문회'
이정현에게 다가간 최경환 청문회 증인 채택 협상 과정에서 야당이 요구한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여당의 반대로 증인 채택이 불발됐다. 사진은 최경환 전 장관(가운데)이 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정현 대표에 다가가 인사하는 모습. 오른쪽은 정진석 원내대표. ⓒ 남소연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증인 심문 전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협상 과정 내내 주요 증인을 빼내는 데 심혈을 기울인 집권여당을 보며 크게 실망했다"면서 "청문회를 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 경제의 향배를 가늠할 청문회가 주요 핵심 인사들이 빠진 깃털 청문회로, 최소한 자료조차 거부된 먹통 청문회가 됐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증인 선서를 해야 할 핵심 인사들이 처음부터 증인에서 제외되더니, 오늘은 굉장히 중요한 증인인 홍기택 전 산은회장이 출석하지 않았다"면서 "이런 상태에서 청문회를 정상적으로 진행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더 나아가 송영길 더민주 의원은 청문회를 진행한 조경태 새누리당 의원(기획재정위원장)에게 임의동행 명령을 내려서라도 홍 전 산은회장을 데려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의원은 "위원장이 임의 동행 명령을 내리든지, 검찰 협조를 받아 내일까지 증인이 참여토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의원의 요청 이후 법적 가능성을 따져본 조 의원은 "동행 명령은 국정감사나 국정조사의 경우에만 가능하다"며 송 의원의 요구를 일축했다.

민병두 더민주 의원 또한 "정부가 증인의 소재지에 대해 미온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 증거들을 은닉하고 있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면서 "홍기택이 누군가, 대통령의 가정교사였다, (현 정부와) 연결이 안 돼 있다면 누가 믿겠나, 정부가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문회 증인석에 앉은 유일호-임종룡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연석청문회에서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귓속말을 나누고 있다. ⓒ 남소연
한편, 이날 불참 의사를 전달한 증인은 대부분 의혹 해소를 위한 열쇠를 가진 인물들이었다. 대우조선해양의 부실 원인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내부자 남상태·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구속 중이라는 이유로 불참했고, 남 전 사장의 연임 로비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박수환 뉴스커뮤니케이션즈 대표도 불참 의사를 밝혔다.

정부의 부실한 증거 자료 제출도 함께 도마에 올랐다. 서별관회의 의혹 조사를 위한 기본적인 자료인 서별관회의 최종 회의록, 대우조선해양 이사회 회의록, 부실 정도 실사 보고서 등의 자료가 당일까지 위원들에게 제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광온 의원은 "서별관회의 및 회계조작 관련 자료, 감사보고 자료 등을 반드시 제출해달라고 했는데 합당하지 않은 이유로 안됐다"고 지적했다. 박용진 더민주 의원도 "지금 청문회는 4조2000억 원짜리 청문회인데, 자료를 안 주면 어떡하나, 허탕 청문회되면 어떡할 건가"라고 질타했다.

김성식 국민의당 의원은 세월호 참사를 들어 진상조사에 협조하지 않는 정부를 정면 비판했다. 김 의원은 "조용히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참 많이 들었다, 세월호가 가라앉을 때도 그랬다"면서 "진상을 좀 밝히려고 하면 알려고 하지마라는 게 정부·여당의 일관된 태도다, 증인을 제한하거나 자료 제출 시한도 일주일이나 넘겼다"고 밝혔다.

최경환 의원(전 경제부총리)이 전날 자신의 SNS에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사태 정부 책임론을 '정략적 정부 때리기'라고 주장한 것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관련 기사 : 최경환 "한진해운 정부 책임론? 정략적이다").

박용진 더민주 의원은 "(조선·해운 산업의 좌초는) 무능한 정부 당국이 방치한 경제 인재(人災) 아닌가, 지금 하는 청문회가 포퓰리즘으로 보이나"라면서 "(최 의원이) 페북에 화를 지르는 말을 써놨다"고 성토했다. 정재호 더민주 의원도 "핵심 증인으로 나와야하는 사람이 전날 재 뿌리는 글을 올리며 청문회를 물 먹이는 일부터 했다"고 지적했다.

여 "서별관회의 자체는 문제 없어" 야 "자료 제출 전까진 신뢰 못해"

여당 의원들은 서별관회의가 지난 정권부터 이어져 온 일상적 회의라는 것을 강조하며 줄곧 정부를 방어했다. 회의 내용에 주목하는 대신, 회의 자체의 정당성을 강조한 것이다. 

김선동 새누리당 의원은 "역대 우리 정부에서 경제 분야는 서별관회의에서 해오지 않나"라면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에게 서별관회의를 통한 해결 사례를 물었다. 이어 김 의원은 "회의에서 나온 정책적 결정이 논란이 된다면 (정책 실현 과정에서) 지장 받지 않겠나"라고 우려했다.

김 의원의 말에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서별관회의는 경제관련 기관들이 모여 토의하고 논의하는 자리로, 이러한 비공식 협조 체제가 있어야하는 것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라고 첨언했다. 서별관회의는 비공식 협의 기구일 뿐 결정 기구가 아니니 문제될 것 없다는 이야기였다.

박명재 새누리당 의원도 "서별관회의는 정책 조율을 위한 것이지, 결정을 위한 회의가 아니다"라며 "전혀 불법적으로 이뤄진 회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성원 새누리당 의원도 "이 자리가 정쟁의 자리가 안 됐으면 좋겠다, 서별관회의는 공식 의사 기구가 아니지 않나"라면서 "서별관회의는 산업은행에 (결정을) 강요할 수 있는 구조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여당의 주장에 야당 의원들은 "정부 측 의견을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서별관회의의 정당성을 입증할 만한 충분한 자료가 제시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특히 민병두 의원은 "사전에 (정부에서) 결정된 바가 없고 협의 하에 결정했다는데, (그걸 증명하려면) 서별관회의에 참석한 6개 기관의 1, 2, 3차 논의 보고서와 최종 서별관회의 문건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걸 안 보면 정부 측에서 답하는 걸 듣고 인정하는 수밖에 없는데, 나로서는 지금까지 서별관회의에 관한 문건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태그:#홍기택, #심상정, #민병두, #조경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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