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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의 임신 중계방송이 된 <옥수동 수제자>

부잣집 마나님의 신부수업은 호응을 얻지 못했다.
16.08.25 13:26l

검토 완료

이 글은 생나무글(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옥수동 수제자>가 제작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집밥 백선생>이 있었다. 백종원이라는 스타를 위시하여 '생활 밀착형' 요리를 가르쳐 주는 프로그램으로 성공을 거둔 <집밥 백선생>은 백종원 열풍이 다소 가라앉은 시점에서 제작된 시즌 2에서도 3%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순항하는 중이다. 스튜디오에서 요리를 가르쳐 주는 프로그램이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보다도 백종원의 쉬운 레시피에 있었다. 백종원은 누구라도 따라할만큼 쉽고 간편한 요리를 선보인다. 초보자들도 그다지 부담감이 없는 요리 스타일에, 일단 만들어 놓으면 맛도 어느 정도 보장이 된다.

설탕을 너무 많이 사용하고 자극적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요리 초보들에게 있어서는 백종원의 팁만큼 도움이 되는 것도 없다. 방송 후, 백종원 레시피를 따라할 수 있도록 마트에서 이벤트 코너가 생기고 재료가 동나는 상황이 펼쳐진 것 또한 그 때문이다. 그만큼 내일 반찬으로 무엇을 해먹을까는 큰 고민이고, 그 고민을 간편하게 해결하게 만들어주는 백종원의 레시피는 상당히 효율적이다.

<옥수동 수제자>에서 요리를 배우는 역할을 맡은 박수진 ⓒ olive

이를 벤치마킹한 듯 <옥수동 수제자> 역시 스승과 제자 콘셉트로 꾸며졌다. 스승은 재벌가 며느리나 자제들의 요리수업을 했다는 한식의 대가 심영순. 연륜과 세월이 묻어나는 그 답게 그가 가르쳐 주는 요리는 확실히 품격이 느껴진다. 그러나 박수진의 졸업 형식으로 막을 내릴 때까지 <옥수동 수제자>는 호응을 얻지 못했다. 단순히 호응을 얻지 못한 것을 넘어서 낮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비난이 쏟아졌다.

그 이유는 박수진이 임신을 하면서 주객이 전도되는 모양새로 프로그램이 변질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프로그램 안에서 요리는 메인 주제지만, 화제성이 전혀 다른 곳으로 옮겨 붙었다. 임신테스트기를 사용해 임신이 증명된 순간부터 아이에 관한 이야기는 빠지지 않았고, 뱃속 아이에 관한 이야기는 기사로 다시 옮겨졌다. 아이를 가진 것은 물론 축하할 만한 일이지만, 프로그램 안에서 박수진의 아이가 부각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었다.

요리보다 임신이 화제가 된 프로그램의 한계 ⓒ olive

박수진은 시종일관 성실하고 눈치 빠른 태도로 수업을 받았으나 결국 그 수업 내용에는 전혀 대중 소구력이 없었다. 그 이유는 그 맛깔스러운 음식들이 따라할 엄두가 쉽사리 나지 않았던 탓이 크다. 두부조림에도 소고기가 들어가는 등의 화려한 음식의 향연속에서 시청자들은 공감력을 잃어버렸다. 또한 거의 매회 등장하는 심미즙, 심미장, 심미유 등의 직접 개발한 소스 역시 양파, 배, 무, 생강, 마늘 등을 갈아 넣어야 하는 것으로 매번 사용하기엔 손이 많이 가는 소스다. 백종원의 만능간장이나 만능된장처럼 오래 두고 사용하기도 힘들며, 매 요리마다 넣어야 하는 부담감도 있다.

심영순의 캐릭터 역시 백종원과는 다르다. 백종원은 특유의 입담과 성격으로 분위기를 편하게 만들며 요리를 가르쳐 주지만 심영순의 요리는 깐깐하고 엄격하다. 물론 각각의 요리의 특징이 다르기 때문에 그런 차이 역시 당연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시청자는 요리를 좀 더 쉽고 편안하게 다가가게 되길 원한다. 요리에 능숙한 사람들이라면 모르지만, 아마 시청층의 대부분을 차지할 초보자들이나 중급자들은 만들기 전부터 부담이 되는 요리를 원하지 않는다. 

<쿡방>에도 소비자들의 니즈를 캐치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 olive

결국 <옥수동 수제자>에서 요리는 부잣집 며느리의 신부수업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고 만다. 결국 화제가 되는 것은 박수진의 사생활이다. 그런 상황에서 프로그램의 포인트는 자꾸만 이상한 곳으로 옮겨간다. 프로그램의 의도와 목적이 불투명해 지면서 <옥수동 수제자>에 쏟아진 비판은 강도를 더해갈 수밖에 없다.

이제는 넘쳐나는 쿡방 속에서 시청자들이 흥미를 잃어버린 탓도 있지만, 캐릭터를 시청자들의 니즈에 동화시키지 못하고, 고급스러운 한정식 같은 요리로만 점철된 <옥수동 수제자>의 분위기는 시청자들의 비판을 증폭시켰다. 박수진의 잘못도 아니고, 심영순의 잘못도 아니다. 단지, 요리가 아닌 다른 것이 더 화제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든 제작진의 방향성이 이런 결과를 낳은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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