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부천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KEB하나은행의 도움으로 이중언어교실 3개반을 운영하고 있다.

'놀자! 이중언어교실'로 이름 붙여진 이 프로그램은 베트남과 일본, 중국의 이민자 출신 선생님의 지도로 7월 2일부터 11월 12일까지 매주 토요일에 총 20회기 동안 운영된다. 각 반마다 6세 이상의 다문화가정 자녀 20명이 엄마나라 말 배우기에 나섰다.

다문화가족의 최대 강점이라는 할 수 있는 이중언어 사용능력은 그동안 다양한 이유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한국말도 똑바로 못하는 어린 아이에게 다른 나라말을 가르치면 안된다는 편견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

지난 8월 6일 '놀자! 이중언어교실' 중국어반에서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는 장봉순 선생님을 만났다. 그의 아들 승찬이도 중국어반에 참여하고 있다. 이중언어 선생님은 그 자녀들의 이중언어를 어떻게 가르쳤을까?

"중국어 쓸 일이 크게 있을 거다"

한족인 장봉순씨는 1997년에 중국에서 한국으로 시집와 17살 딸과 15살 아들을 두고 있다. 7년 전 경인교대에서 이중언어 강사 양성교육 과정을 수료하고 초등학교에서 이중언어 강사로 5년간 일했다.

장씨는 두 아이를 어렸을 때부터 중국어로 키웠는데 친정 아버지의 권유가 큰 역할을 했다.

"아이들이 태어난 직후부터 친정아버지가 아이들을 중국으로 보내라고 하셨어요. '나중에 중국어 쓸 일이 크게 있을 거다'라고 하셨는데 그때는 반신반의했죠."

두어살부터 7살까지 중국에서 생활한 아이들은 당연히 중국어를 잘한다. 초등학교 입학 무렵 한국에 돌아와 현재 고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닌다.

"중국어를 까먹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제가 집에서 중국어로 자주 얘기해요. 근데 아이들은 중국어로 말하는게 쑥스러운지 제가 중국어로 말하면 한국어로 답해요."

지금도 방학 때면 어김없이 중국 길림성 친정으로 가 생활하는 아이들은 중국인과 거의 동일한 수준의 중국어 실력을 갖췄다.

"아이들이 중국어를 잘 하는데 학교에서 자신이 중국어를 잘 한다는 사실을 크게 드러내지 않더라구요. 그런데 학교에서 중국어로 상을 받은 친구를 본 딸이 '내가 그 친구보다 중국어를 더 잘한다'고 하는 것을 보면 중국어에 대한 자부심을 갖는 것 같아요."

이중언어 어릴 때 배우면 어렵지 않다

요즘 중국어와 같은 언어의 중요성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중국이 세계 강국으로 떠오른지 오래고 경제 성장 속도도 빨라 민간에서도 중국과 왕래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러니 장봉순씨 친정아버지가 "중국어 쓸 일이 크게 있을 거다"라고 한 말은 그 자체로 선견지명(先見之明)이다.

더구나 중국어의 기본 한자는 한국 뿐만 아니라 대만과 일본에서도 함께 쓰는 문자이기 때문에 효용성이 높다.

"4개 나라에서 쓰는 한자는 발음만 다르지 뜻은 같기 때문에 중국어를 배우는 것은 큰 도움이 돼요. 흔히 한자를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규칙에 따라 한자를 배우면 어렵지 않아요. 높낮이로 구별하는 중국어의 성조도 처음부터 잡으면 잘 해요."

그럼 이중언어는 언제부터 가르치는 것이 좋을까?

"다문화가정은 당연히 어려서부터 가르치는 것이 좋아요. 이중언어를 배워도 영유아 언어성장이 느려지지 않아요. 동시에 2개 언어를 배우면 일부 아이들은 일시적으로 언어가 느려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몇 개월만 참고 인내하면 느림현상은 사라져요. 그 고비만 넘기면 되겠죠."

"이주여성이여, 뻔뻔스러워지자"

이중언어 강사로 한국에서 당당한 삶을 살고 있는 장봉순씨도 처음 한국에 와서는 어려움을 겪었다. 한국어를 잘 못하니까 외모 때문에 "일본 사람이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고 미용기술을 배울 때는 "외국인 싫으니까 한국사람으로 바꿔 달라"는 편견어린 얘기도 들었다.

알바를 하러 갔더니 "한국사람 꼬셔서 결혼했냐?"는 무례한 말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장씨는 그럴수록 더 당당해졌다.

"아이들 때문에 학교에 가보면 내국인 엄마들과 친해지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더 녹색어머니회에 같은 봉사단체에 나가서 열심히 봉사하고 사람들과 어울렸어요. 지금은 학교에서 만난 그 모든 엄마들과 친구가 됐죠."

그래서 장봉순씨는 이주여성들이야말로 더 뻔뻔해져한다고 말한다. 알아야 할 것이 더 많고 배울 것이 더 많은데 뻔뻔해지지 않으면 배울 수도 친구가 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사람이 상처를 받으면 마음이 약해지잖아요. 하지만 그럴수록 결혼이주여성들이 더 뻔뻔해 져야 돼요. 더 많이 말하고 더 많이 도전해야 돼요. 그래야 우리 아이들도 당당해져요."

엄마 옆에서 조용히 말을 거들던 승찬이가 엄마의 말을 듣고 배시시 웃었다.



태그:#부천, #다문화, #이중언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열심히 뛰어다녀도 어려운 바른 언론의 길...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