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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전에 이미 태풍 7호가 지나갔는데도 오늘따라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매년 8월 18일이면 이렇게 비가 내리거나 흐린 구름만 잔뜩 끼는 일본 도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돌아가신 날이다.

벌써 7년이나 흘렀다. 기억이 희미해질 법도 한데 이날만 되면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모이는 재일동포, 뉴커머, 그리고 일본인들이 있다.

7년전 이날 모두가 우울했고 슬펐다.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시고 3개월이 채 지나지도 않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 주일대사관이나 영사관, 한국문화관에 마련된 추도식장에는 추모객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8월18일 도쿄 신주쿠 한인회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7주기 추도식
 8월18일 도쿄 신주쿠 한인회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7주기 추도식
ⓒ 박철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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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향 및 헌화하는 추모객들.
 분향 및 헌화하는 추모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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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매년 8월 18일이면

그리고 그 다음해 아무데서도 추도식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몇몇이 모여 도쿄 우에노의 한국식당 '아랫목'에서 조촐한 추도식을 열었고 나도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참석했다. 그게 벌써 6년 전이다.

그 조촐했던 모임이 매년 이어져 올해로 7년째를 맞이했다. 처음엔 열대여섯밖에 안 모였던 추모객도 어느새 70여 명으로 불어났다. 이맘때가 일본의 여름휴가기간인 것을 생각한다면 대단한 열정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도쿄재일한국인연합회(아래 한인회)도 5주기 추도식때부터 적극적으로 나서 장소제공은 물론 홍보까지 담당하고 있다. 7주기 추도식 역시 도쿄 신주쿠의 한인회 회의실에서 열렸다.

추도식은 국민의례, 김대중 전 대통령 추모영상, 추도사(한인회 이옥순 명예회장), 유족대표인사(김홍걸 더불어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 분향 및 헌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으로 진행됐다.

특히 이번 추도식에는 김 전 대통령의 삼남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이 직접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한국에서 열린 추도식을 마친 후 급하게 비행기를 타고 왔다고 한다.

한국 추모식을 끝내고 급히 일본으로 온 김홍걸 더민주 국민통합위원장. 오른쪽은 이옥순 한인회 명예회장.
 한국 추모식을 끝내고 급히 일본으로 온 김홍걸 더민주 국민통합위원장. 오른쪽은 이옥순 한인회 명예회장.
ⓒ 박철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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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타고 날아온 삼남 김홍걸 "이제야 와서 죄송"

그는 인사말을 통해 "도쿄에서 매년 아버님의 추도식이 열리고 있다는 사실은 들어서 알고 있었다"며 "예전에 아버님과 함께 민주화를 위해 싸우신 재일동포 동지 선배님들도 이자리에 계신데, 저는 물론 어머님, 그리고 생전에 아버님도 그 은혜를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고 저한테 말씀하셨다, 늦게 찾아봬서 죄송하다"라고 감격스러워했다.

한인회 이옥순 명예회장은 추도사를 통해 "김대중 대통령님이 돌아가시고 7년이나 지났건만 그분의 기억은 희미해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진해진다"며 "지역감정의 피해자이면서도 동서화합을 위해 온 힘을 쏟으셨고 남북평화통일의 기반을 닦으셨는데 지금 한국상황이 그 모든 것을 뒤집고 있어서 더 그런가 보다"고 말했다.

한편 김달범 준비위원장은 대표인사에서 처음으로 추도식이 열렸던 사진을 보여주며 "그때 식당에서 추도식을 했을때 김대중 대통령님의 영정사진을 들었던, 누구보다도 열렬한 지지자셨던 임계성, 이신애 두분이 그 이듬해 암으로 돌아가셨다"며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 오늘따라 대통령님과 함께 두분 생각도 많이 난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2011년 8월 18일에 열린 1주기 추도식. 영정사진 오른쪽 두분 임계성님과 이신애님이 이듬해인 2012년 돌아가셨다.
 2011년 8월 18일에 열린 1주기 추도식. 영정사진 오른쪽 두분 임계성님과 이신애님이 이듬해인 2012년 돌아가셨다.
ⓒ 박철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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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도식이 끝난 후 김홍걸 위원장과 정광일 김대중평화마라톤조직위원장과의 간담회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열렸다.

김홍걸 "아버님 말씀 때문에 현실정치 참여... 정권교체 위해 열심히 할 것"

김홍걸 위원장은 "제가 현실정치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아버님이 생전에 현 보수정권의 행태를 보면서 '그간 이루어놓은 많은 가치들이 훼손되어가는 것 같아 아쉽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기 때문"이라며 "저역시 이대로 집권여당의 행태를 그냥 지켜보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되어 적극적으로 나서게 됐고 다행히 내년 대선은 그 어느 때보다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높아 더더욱 열심히 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추도식 끝난후 2부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있는 김홍걸 국민통합위원장
 추도식 끝난후 2부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있는 김홍걸 국민통합위원장
ⓒ 박철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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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광일 조직위원장 역시 "여기 모이신 분들은 일본에서 지내고 계셔서 잘 모를 수도 있지만, 지금 한국에서는 고인이 평생 주창해오셨던 민주와 평화의 가치가 너무나 많이 훼손되고 있다"면서 우려를 표했다.

추도식 준비와 사회까지 본 양동준 준비위원장은  "하늘에 계신 김대중 대통령님도 기뻐하실 것"이라며 "우리는 선생님의 평생의 동지며 그것은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추도식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 도쿄의 밤하늘이 어느새 울음을 멈췄다. 그리고 18일 오후 민주화 운동의 또다른 산증인이기도 한 박형규 목사님이 돌아가셨다는 뉴스가 뜨고 있다. 잔인하고 서글픈 8월 18일이다.


태그:#김대중 전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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