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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이 밀려온다

2016년 현재 우리나라 노인인구(65세 이상)는 640만 명. 1차 베이비부머 세대 715만 명(55년~63년생), 2차 베이비부머 세대 668만명(68~74년생)이 불과 3년여 뒤부터 노인인구로 편입된다.

가까운 2060년에 우리의 노인인구는 1765만명(35.3%), 세계 2위의 '노인나라'가 된다. 더구나 현재 우리나라 출산율은 1.24명, 현재 출산율이 유지될 경우 300년 후에는 우리는 지구상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는 예상까지 나온 상태다.

전세대를 부양한 최후의 세대, 동시에 부양받지 못하는 최초의 세대인 낀 세대. 직장생활 하는 기간보다 직장 없이 살아가는 기간이 훨씬 길어진 세대이기도 하다. '노인의 나라'는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 것인가? 최근 <노인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책을 출간한 이응석(70)씨를 만나 그 해법을 들어보았다. 

앞에 체력인증서 1등급 인증서, 매일 쓰는 몸일지가 놓여있다.
▲ 저자 이응석. 앞에 체력인증서 1등급 인증서, 매일 쓰는 몸일지가 놓여있다.
ⓒ 원동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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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에게 전신갑주가 될 것이란 책

- 책을 쓰시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노인들 삶이 위태하다. 현대의 우리 노인은 빈곤, 질병, 외로움 등으로 자살에 내몰리고 있다. 노인 자살율 1위(한국 평균 자살율 10만명 당 31.2명, 노인 자살율 10만 명당 81.9명), 노인들에 의한 각종 폭력범죄도 급증하고 있다. 사오정(사십오세 정년)의 시대, 오륙도(오십육세 직업 있으면 도둑)라 불리고, 육삼강(육십삼세까지 버티면 강도)이 공공연하게 회자되는 시대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 미래는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 추천사를 쓴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는 이 책이 노인들에게 '전신갑주'가 될 것이라고 했다. 전신갑주는 일반인들에겐 생소한 말이다.
"하나님이 인간을 보호하시는 최고의 갑옷이다. 투구, 방패, 흉배갑옷, 허리띠 그리고 신발과 검까지. '더운 낮에는 구름기둥이 되고, 밤에는 불기둥이 되어 추위를 막아줄 것'이라고도 써주셨다. 그러한 책이 되도록 나로서는 있는 힘을 다했다. 1부 노인의 몸과 마음, 자신의 우주와 미래, 그리고 2부 국가정책을 바꾸는 제안을 했다."

1부는 노인의 몸 마음 우주 미래 개선을, 2부는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의 개혁을 요구했다.
▲ 이응석 지음. 북랩출판사 1부는 노인의 몸 마음 우주 미래 개선을, 2부는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의 개혁을 요구했다.
ⓒ 원동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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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이 났다 몸을 지켰다

- 선생께선 신문 스크랩을 44년째 해오셨다고 들었다. 11개의 장르 중 건강과 의학에 대한 것도 있고…. 80매 짜리로 34권?! 그 안에 어떤 내용들이 들어있나?
"인체를 알고 체계적으로 이해한 상태에서 건강을 지키고 싶었다. 젊어 머리를 많이 쓰는 때는 상체를, 50대 이후 신체 능력이 떨어질 때는 하체를 집중 단련해야 한다. 지금도 나는 스탠드 프레스나 레그 프레스를 한다. 매일 걷고 마라톤도 한다. 걸으면 뇌기능을 향상시키는 물질인 BDNF도 배출된다. 많이 걸으면 건망증, 치매같은 위험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 바보같은 질문이지만, 왜 그렇게 몸을 단련해야 하는가?
"몸에 마음이 깃든다. 몸이 건강하지 않으면 무슨무슨 사회적 성공이니 하는 것은 시도도 못한다. 나는 겁이 워낙 많았다. 중환자실에서 고통받는 환자들, 수술하는 모습도 겁났다. 암벽 타다가 떨어져 다리에 대수술을 하고 한 달간 병원에 있어봤다. 정말 힘들었고 지겨웠다. 나는 병원 가기 싫어서 그렇게 집요하게 몸의 건강을 지키고자 했다. 이런 몸관리가 장수시대와 맞물려 빛을 발하게 되었다."

인간을 읽는다. 노인 이전에 나는 인간이다

- 두 번째 장은 마음이다. 마음을 만든다? 그건 몸 만들기보다 어려울 것 같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의 앞 두 바퀴는 공기압이 같아야 한다. 아니면 틀어지고 전복될 거다. 몸과 마음도 마찬가지다. 세끼 식사하듯, 영적인 식량을 먹어야 한다. 나는 매일 성경을 읽고, 찬송가 부르고 명상한다. 신문사설 세 개를 또박또박 낭독도 한다. 물론 책도 읽는다."

- 가장 최근에 읽으신 책 세 권만 소개해 달라.
"유진 하라리의 책 '사피엔스', 유시민의 '어떻게 살 것인가'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철학자 김형석의 '나는 아직도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다'도 추천한다.

- 내용에 대한 것도 말씀해 주시면 좋겠다. 어떤 부분이 특별히 마음에 남았는가?
"사피엔스는 우리 인류의 기원부터 현재까지를 다루고 있다. 가장 발달된 유인원 집단인 인간은 현대의 문명과 이기를 누리고 있다. 그런데 그 대가로 인간이 종속되고 퇴보된다고 그는 보았다. 나 역시 문명과 이기를 비판하는 입장이다. 거기서 탈주하고자 한다.

유시민의 책에서는 '흉내내고 모방하고 답습하지 않는 정신'을 볼 수 있었다. 개별적 인간이 되는 것이 나의 목표이기도 하다. 과거 읽었던 김형석 선생의 책 '하늘의 별처럼 들의 꽃처럼'에서와 같은 메시지가 지금도 똑같더라. 그는 전혀 늙지 않았다. 탄복했다. 그처럼 되고자 했다."

그는 책을 사서 본다. 책장에 책이 1권씩 늘어나는 재미가 있다.
▲ 이응석이 최근 읽은 책. 그는 책을 사서 본다. 책장에 책이 1권씩 늘어나는 재미가 있다.
ⓒ 원동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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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만들고, 자신의 미래를 창조하고

- 자신의 우주를 만들면, 삶에 미치면 황혼에 춤을 춘다는 표현이 인상적이더라.
"책 '코스모스'에 보면, "우주는 나를 모르지만, 나는 우주를 안다"는 말이 있다. 나의 삶을 만들어 가면서 행동양식을 바꾸어 가는 것이다.

- 선생의 우주는 어떤 것인가? 무엇으로 가득 찬 우주이신가?
"나는 소박하지만 또렷하다. 책을 쓰고, 그 안에서 나를 남긴다. 나는 공저를 포함해 7권의 책을 썼다. 두 권은 노인관련 서적과 청소년 책이다. 도보로 전국일주를 여러 번 했다.(그는 우리나라 둘레를 □자로 도는 휴전선과 해안둘레길도 이미 걸었다). 곳곳의 유인도 400여 곳도 갔고, 1600킬로미터의 강길, 서울둘레길도 걸었다. 장래 청소년들과 함께 이곳을 걷는 '신화랑도 걷기'도 하고 싶다."

- 노인들에게 미래 설계를 하라고도 충고하셨다. 선생 역시 30여년 직장 생활을 한 뒤 은퇴하고 '미래'를 만들어 오셨는데…. 경험을 통해 말씀해 주신다면?
"퇴직후 사업을 했다. 일종의 '미디어 방송국'이었는데, 깨끗하게 손털고 나왔다. 결국에 나는 어릴 적, 젊을 적 원했던 일을 하고 있더라. 작가 생활 말이다. 은퇴할 때,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찾았으면 좋겠다. 찾기까지 쉽게 떠밀리지 말고. 남은 30년 40년이 걸린 일 아닌가."

- 잘하는 일로 갈 수도 있고, 사회가 필요한 일을 찾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선생님께서  권하실 수 있는 부분을 조금 더 말씀해 주시면?
"내 책에 충분히 많이 적어 놓았으니, 그걸 펼쳐보시라!(웃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은 뒤, 공부를 하시면 돋보기로 본 것처럼 길이 크게 보일 거다. 4천 명 공무원 모집에 전국의 청년들 23만이 시험을 봤다. 일자리가 없다고 청년들은 아우성인데, 일할 사람이 없다는 생산현장도 너무 많지 않나. 외국인근로자가 지금도 수없이 한국에 와서 일한다. 지금부터의 노인은 고학력 세대다. 창의적인 일을 찾고, 해야 한다."

기초연금을 국민건강수당으로 바꾸라

- 2부가 길지는 않지만, 국가 정책을 다뤘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에 대한 개혁을 말씀하셨다. 문제제기를 하신 배경은?
"현재 국민연금 기초연금 수급자는 441만명이다. 하위 70%가 20만원씩 받고 있다. 시간이 흘러 노령자가 더 늘어나면, 수령액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건강보험료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현재 노령인구 13%가 40% 가까운 건강보험료를 소비한다. 노령인구가 급증하면 건강보험료 역시 감당할 수준을 넘어선다. 젊은 세대의 부담이 더 늘어나면, 세대 갈등도 그만큼 커질 거다."

- 선생이 대안으로 제시한 내용은?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을 연계해 풀어야 한다. 내 주장의 요지는, 현재 기초연금 부분을 '국민건강수당'으로 대체, 신설해야 한다는 거다. 현재 '가난' 중심으로 계층적 분류를 해오던 것을 '건강' 중심으로 다시 기준삼는 것이다. 예로 기준을 다섯 단계로 나누고, 차등해서 건강수당으로 지급할 수 있다.

체력인증을 통해 건강을 유지한 노인에게 더 높은 건강수당을 지급한다. 그런 인센티브를 통해 건강을 증진시키면, 건강보험료가 현재처럼 과다지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 차액을 국민연금 건강수당으로 다시 선순환시키는 구조를 만드는 거다. KBS의 '생로병사'에선 일반인 의료비용이 395만 원대, 마라톤 등 운동을 해서 건강관리를 한 이의 의료비용은 92만 원이라 했다.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개인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길이다.  

우리나라 노인은 가난하다. 아파도 치료를 할 수 없다. 다시 일할 수 없다. 이런 악순환이 반복된다. 국민건강수당은 건강을 유도한다. 건강해진 몸으로 건강수당을 많이 받으며 건강한 몸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한다. 자연히 수입이 생기며 외롭지 않게 되고 삶이 즐거우니 자살자가 줄어드는 등 선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져 노인 행복국가를 이룰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세계가 부러워하는 복지국가 모델이 되어 세계의 부러움을 살 것임을 확신한다."

돈이라는 동기가 노년의 건강이라는 보물을 잡을 수단이 될지(정책으로 실현된다는 전제 아래)는 솔직히 나는 잘 모르겠다. 건강은 개인의 자율 영역처럼 보이지만, 상위계층이 더욱 잘 관리할 수 있는 영역이기도 하지 않을까? 건강은 개인이 가진 자원의 총합에서 도출되거나, 사회적 관계의 최종 결과는 아닐까? 복잡한 생각이 흘러갔다. 회의 가득한 나에 비해 그는 열정과 희망을 갖고 있는, 청춘이다.

집에 돌아가다 오늘과 내일의 정책 수립자들에게 자신의 '책'을 발송하고 있는 이응석씨를 우체국에서 다시 목격했다. 자신은 이미 충만하건만, 동료 노인들에 대한 연민과 아픔이 그를 움직였을 것이다. 진실로 마음을 다한 이의 목소리는 널리 퍼져야 하고, 우리들은 그걸 일독할 의무를 갖는다. 그의 책이 더 많은 우리들 손에 닿기를 기대한다.

정책 입안자들 위주로 책을 발송하고 있다. 그의 제안이 정책에 반영되기를 바라면서.
▲ 책을 발송하는 모습. 정책 입안자들 위주로 책을 발송하고 있다. 그의 제안이 정책에 반영되기를 바라면서.
ⓒ 원동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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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이응석 지음, 북랩(2016)


태그:#이응석, #노인, #국민연금, #건강보험, #은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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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읽고 글 쓰고, 그림 그리고 사진 찍고, 흙길을 걷는다. 글자 없는 책을 읽고, 모양 없는 형상을 보는 꿈을 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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