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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일어나 마을 산책을 나섰다. 새벽 매직아워 시간이어서 흐린날임에도 사진을 찍으니 하늘이 파랗게 나온다. 성당을 돌아서는데 5명의 젊은이들이 골목길을 달리고 있다. 아침 운동을 하는가 보다. 친구와 같이 마을을 한 바퀴 돌았다. 아직 지지 않은 달이 파란 하늘에 빛나고 있다. 오래된 건물과 새벽 분위기가 묘하게 어울린다.

알베르게에 들어가니 식탁에 아침이 준비되어 있다. 바게트빵과 잼, 버터, 커피와 우유가 있어 맛있게 아침을 먹고 출발한다. 마을을 벗어나니 급수대가 있고 오늘 걸을 길이 한눈에 들어온다. 푸른 밀밭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보는데도 실증이 나기 보다 볼수록 기분이 좋아진다.

일찍 출발한 순례자들이 길을 걷고 있다. 밀밭길을 걸으며 왼쪽을 바라 보니 멀리 피코스데 에로우파산에는 흰눈이 남아 있다. 밀밭 옆에는 유채꽃이 피어 있고 포장되지 않은 순례길은 걷기에 좋다. 언덕을 올라서니 벨로라도 마을이 보인다. 마을 입구의 바에는 많은 순례자들이 음료와 빵을 먹고 있다. 지금 시간이 오전 11시, 우리는 맥주 한잔을 먹으며 이른 점심을 먹었다.

우리가 묵었던 알베르게
 우리가 묵었던 알베르게
ⓒ 이홍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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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데시야 델 카미노의 새벽 풍경
 레데시야 델 카미노의 새벽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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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데시야 델 카미노의 새벽 풍경
 레데시야 델 카미노의 새벽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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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데시야 델 카미노를 벗어나면 바로 밀밭길이다.
 레데시야 델 카미노를 벗어나면 바로 밀밭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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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길에서 보이는 마을이 평화롭다.
 순례길에서 보이는 마을이 평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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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밭길을 걷고 있는 순례자들
 밀밭길을 걷고 있는 순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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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채꽃이 핀 순례길
 유채꽃이 핀 순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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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 대신 손수레를 가지고 순례길을...

벨로라도 성당 뒤에는 무너진 성 같은 곳이 보이고 바위에는 동굴이 보이기도 한다. 이곳은 수도자들이 기도를 하던 곳이라고 한다. 2시간 정도 걸으니 에스피노사 델 카미노 마을이 나왔다.

아주머니와 아저씨가 마을 일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우리 곁으로 온다. "올라" 인사하며 오늘의 목표 지점인 비야프랑카 몬테스 데 오카까지 얼마나 더 가야 되는지 물었다. 1시간 더 걸으면 된다고 한다. 오후의 뜨거운 햇살 아래 1시간 걷는 것도 힘들다. 우리 앞에는 프랑스 아저씨 둘이서 걷고 있다. 두 분 다 65세라고 하는데 지친 기색없이 잘도 걸으신다.

뒤에 따라 오던 미국인 부부도 우리를 앞서 간다. 얼마를 걷다가 배낭을 지지 않고 손수레에 짐을 싣고 걷는 독일인을 만났다. 순례길을 걸으며 10Kg 넘는 배낭이 큰 부담이다. 그런데 이 독일인은 수레에 짐을 싣고 편하게 길을 걷는다. 친구가 관심을 보이며 사진도 찍고 이곳 저곳을 만져 본다. 친구도 다음에 다시 순례길을 걷게 된다면 이런 수레를 만들어야 되겠다고 한다.

언덕을 힘들게 올라 서니 멀리 비야프랑카 몬테스 데 오카 마을이 보인다. 마을 가까이 가니 도로 위로 화물차들이 빠른 속도로 달린다. 마을 입구에 화물차 휴게소가 있어 화물차들이 더 많이 눈에 띄는 것 같다. 여기서 조금 더 오르막길을 걸으니 왼쪽 도로 옆에 알베르게가 보인다.

오늘은 여기에서 하룻밤을 묵어 간다. 침대를 배정 받고 샤워를 한뒤 침대에 누워 쉬었다. 알베르게를 선택할 때 주의할 점은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 옆에 있는 알베르게는 선택하지 않는 게 좋다. 밤새 자동차 소리 때문에 잠을 설친다. 식당에 내려가 취사 시설을 돌아 보니 취사 시설이 다 구비 되어 있다. 우린 오후 5시에 문을 여는 마트에 가서 쌀, 돼지고기, 감자, 양파 등을 구입하였다.

마을마다 성당이 제일 먼저 눈에 띈다.
 마을마다 성당이 제일 먼저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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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과 켐핑카
 성당과 켐핑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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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로라도 마을
 벨로라도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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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밀밭
 푸른 밀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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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아저씨의 손수레
 독일 아저씨의 손수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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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야프랑카 몬테스 데 오카 마을의 성당
 비야프랑카 몬테스 데 오카 마을의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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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서 필요한 재료를 사 가지고 식당으로 갔다. 쌀을 씻어 가스렌지에 냄비를 올려 놓고 가스렌지를 켜려고 하는데 불이 붙지 않는다. 독일 청년들에게 도움을 청하니 그들도 여러 방법을 사용해 보는데도 불이 붙지 않는다. 호스 연결을 확인하기 위해 호스를 당겨 보니 호스가 그냥 딸려 나온다. 가스 연결이 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접수를 하고 있는 곳에 가서 알아 보니 3개월 전부터 전자렌지만 사용하고 다른 것은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였다고 한다. 얼마 전에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하였는데, 다음부터는 불이 켜지는지 확인하고 재료를 구입해야 되겠다. 구입한 재료를 버릴 수도 없어 돼지고기와 감자, 양파, 계란을 접시에 넣고 전자렌지에 10분 정도 돌리니 그럴듯한 음식이 만들어졌다. 국적 없는 음식으로 저녁을 먹고 쉬었다.

어제 같은 알베르게에서 묵었던 브라질 아저씨와 다시 만났다. 나를 보자 내가 어제 불었던 하모니카 흉내를 내며 엄지 손가락을 세운다. 식당에 내려가 일기를 쓰고 있는데 독일 청년들이 스마트폰으로 TV를 보며 노래를 따라 부른다. 젊은 청년들은 어느 나라 사람이든 활기가 넘친다.


태그:#산티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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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취미가 있는데 주변의 아름다운 이야기나 산행기록 등을 기사화 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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