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2일 오전, 남동구 논현동에 있는 소래습지생태공원을 찾았다. 소나기가 내렸지만 고온다습한 날씨에 불쾌지수는 높았다. 생태공원 전시관을 가기 위해 소염교를 지나자 소금을 먹고 자라는 염생식물 칠면초가 군락을 이룬 모습이 장관이었다. 이내 불쾌지수는 내려가고 호기심이 발동했다.

전국 최대 천일염 생산지였던 소래염전

염전학습장에서는 매일 400~600kg의 소금을 생산하고 있다. 멀리 소금창고 두 개가 보인다.
 염전학습장에서는 매일 400~600kg의 소금을 생산하고 있다. 멀리 소금창고 두 개가 보인다.
ⓒ 김영숙

관련사진보기


소래습지생태공원은 소래포구와 이어져있다. 수도권 유일의 해양생태공원인 이곳은 해양생태자연학습장으로써 역할도 하고 있어, 매해 20만명 이상이 찾고 있다. 면적은 약 350만㎡로, 이중 폐염전을 중심으로 한 66만㎡를 1999년 6월에 개장했다.

일제강점기인 1934년, 일제는 소금을 수탈할 목적으로 소래염전을 만들었다. 여기서 생산한 소금을 배로, 또는 수원과 인천을 잇는 수인선이 1937년에 개통된 후에는 협궤열차로 인천항으로 옮긴 뒤 일본으로 보냈다. 여기서 생산한 소금은 식용뿐만이 아니라 일제의 전쟁을 위한 화약 제조용으로도 쓰였다.

소래염전은 1970년대엔 전국 최대 천일염 생산지였다. 1995년 12월에 수인선이 폐선되고 나서 1996년까지 소금을 생산하다가 1997년에 생산을 중단하고 폐염전으로 남았다. 그리고 지금은 소래습지생태공원으로 조성돼있다.

염전과 염전저수지 등, 폐염전을 복구한 염전학습장은 천일염을 생산하는 현장을 고스란히 재현했다. 인부들이 수차(=물레방아)를 이용해 바닷물을 길어 올리며 매일 소금 400~600kg을 생산하고 있다.

오후 4시께에는 인부들이 소금을 채취하는 과정을 관람할 수 있다. 예전에는 관람객이 직접 채취해보기도 했으나, 관람객이 가래질을 하는 게 쉽지 않아 지금은 관람만 가능하다. 소금 생산이 불가능한 동절기(11월~3월)에는 운영하지 않는다.

체험학습을 사전에 신청한 사람에 한해 소금 500g을 주기도 하고, 나머지 소금은 공익 차원에서 인천지역에 있는 양로원이나 어린이집 등에 나눠준다.

공원 안에는 소래염전이 생긴 1934년부터 폐업한 1996년까지 소금을 저장했던 소금창고가 있다. 낡아서 사용하지 않는 소금창고 서너 개와 새로 지어 사용하는 소금창고 두 개가 있다.

갯골은 생태계의 보고(寶庫)

 갯벌에 게가 꽤 많다.
 갯벌에 게가 꽤 많다.
ⓒ 김영숙

관련사진보기


염전학습장과 인접한 갯벌체험장의 면적은 1만 3200㎡다. 맨발로 갯벌에 뛰어들어 조개나 게 등, 각종 해양생물을 관찰하거나 캐갈 수도 있다. 기자가 방문한 날, 무더운 날씨에도 두세 가족이 갯벌에 빠져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었다.

갯벌이란 조수가 드나드는 바닷가의 모래 또는 개흙으로 된 넓고 평평하게 생긴 땅을 말한다. 소래갯벌은 8000년 이상의 형성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아주 미세한 입자의 퇴적물이 쌓여 이뤄졌다.

소래갯벌의 바닷물 길 입구인 소래포구 주변이 개발과정에서 매립되면서 수로 폭이 좁아져 바닷물이 갯골까지는 하루 두 차례 드나들지만 갯벌 위에는 매일 들어오지 못한다. 만조 수위가 약 9m 이상일 때만 바닷물이 갯벌까지 올라와, 갯벌이 바닷물에 잠기는 건 한 달에 두세 번이다.

전시관에서 만난 해설사는 "소래갯벌은 퇴행성이라 언젠가는 육지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바닷물이 하루에 몇 차례 들어와야 진짜 갯벌인데 한 달에 두세 번 들어오니까 염생식물이 자라고 갯벌이 딱딱해진다. 공원 주변이 아파트단지라 엄청 덥다. 일반 갯벌은 시원한 바닷바람을 느낄 수 있는데 이곳은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바닷물이 드나드는 골짜기를 갯골이라고 하는데, 갯골이 생태계의 보고다. 갯골과 습지에 사는 갯지렁이나 게, 망둥어 등을 먹으려고 철새들이 온다. 천연기념물인 저어새를 포함해 도요새가 많이 온다. 염생식물인 퉁퉁마디·해홍나물·나문재·칠면초 등이 있는데 간이 돼있어 새싹을 뜯어 살짝 데쳐 무쳐 먹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염생식물이란 주로 해변이나 해안의 모래언덕과 내륙의 염지 등에 서식하는 육상 고등식물로 우리나라에는 16과 40여종이 있다.

'소래생태공원'이라 해도 공원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명칭에 '습지'를 붙였다. 해설사에게 그 이유를 물으니,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갯벌은 당연히 습지다. 공원에는 염생습지·기수습지·담수습지가 있다. 소래포구에서 바닷물이 들어오는 습지가 염생습지고, 바닷물과 담수가 섞인 곳이 기수습지, 담수만 있는 곳이 담수습지다. 수문 두 개가 있는데 만조일 때 염생습지로 바닷물이 들어온다."

알아야 사랑하고 보호해야겠다고 생각해

생산한 소금을 보관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생산한 소금을 보관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 김영숙

관련사진보기


하루 평균 다섯 팀이 방문을 예약하는 이 공원에는 해설사 세 명이 근무하고 있다. 모두 바다 또는 숲 해설사 자격증을 갖고 있다. 주로 유치원생들이 단체관람을 오고, 가끔 초등학생이나 중·고등학생들도 단체관람을 온다.

"탐조 수업을 할 계획을 갖고 있다. 공원에는 많은 새가 찾아든다. 우리(=해설사들)만 보기 아깝다. 장다리새가 멋있고, 도요새도 멋지게 생겼다. 오늘도 청다리도요 10여 마리를 봤는데 보기만 해도 신기하다. 아이들이 본다면 새를 좋아하게 될 거다. 알아야 좋아하고 사랑한다. 아이들이 새를 보고 신기해하면서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을 저절로 할 거다. 새들이 새끼를 키우는 걸 보면, 정말 예쁘다. 텃새인 방울새와 붉은 머리 오목눈이(=뱁새) 등이 이곳에서 새끼를 키운다. 아마 인천에서 이곳이 새가 가장 많지 않을까, 생각한다."

특히 이곳에는 '모새달'이라는 여러해살이풀인 염생식물이 자란다. 천연기념물은 아니지만 정부에서 '국외 반출 금지'종으로 지정할 만큼 귀하다고 한다.

"갈대처럼 생겼는데 갈대보다는 조금 작다. 갈대는 보통 9~10월께 꽃을 피우고, 모새달은 지금 꽃을 활짝 피웠다. 기수습지에서 자라는 모새달을 나도 여기 와서 처음 봤다."

소래습지생태공원의 정기 휴관일은 매주 월요일과 법정 공휴일 다음날, 그리고 1월 1일과 명절 연휴기간이다. 공원 관람에 소요되는 시간은 대략 3~4시간이고,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장한다. 이용료는 없고, 단체의 경우 예약이 필수다.

날씨에 따라 관람객 수가 크게 차이 나는데, 날씨가 좋은 5월이나 10월, 쾌청한 날의 주말에는 관객이 엄청 많이 몰린다. 관람시간은 오후 6시까지이지만 전시관을 제외한 공원 산책로를 모두 개방해, 해가 진 시간에 오히려 관람객이 많다.
 염생식물인 빨간 칠면초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염생식물인 빨간 칠면초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 김영숙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시사인천>에 실림



태그:#소래습지생태공원, #소금창고, #칠면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