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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적인 폭염 속에 고생이 많으시지요? 저는 금융정의연대라는 시민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20대 청년입니다. 2016 총선시민네트워크(아래 총선넷)의 든든한 '배후세력'인 유권자 시민여러분께 보고 드리려고 키보드를 두드리게 되었습니다. 4.13 총선이 끝난 지 어느덧 4개월이 지났는데, 아직도 총선 얘기냐며 뜬금 없다고 하실 분들도 많으실 것 같습니다.

저도 다 끝난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총선넷에 대한 부당한 표적수사는 이제 시작이더군요. 6월부터 전격적인 압수수색이 들어왔습니다. 7월에는 첫 번째로 4명을 소환했고, 8월 초에 추가로 3명을 불렀습니다. 그러더니 어제는 무려 9명에게 출석 요구서를 보냈고, 그 중 하나가 제게 날아왔습니다.

출석요구서 봉투 봉투부터 포스가 느껴지는 출석요구서
▲ 출석요구서 봉투 봉투부터 포스가 느껴지는 출석요구서
ⓒ 강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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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태어난 지 28년 만에 처음으로 출석요구서라는 것을 받았습니다. 제가 외출 중이어서 대신 받은 가족에게 사진을 보내달라고 부탁했죠. 서울청 지능범죄수사대라는 글자가 뭐 이리 크게 박혀있던지, 우편봉투부터 포스가 남달랐습니다. 지능범죄수사대라니? 내가 무슨 큰 죄라도 저질렀나? 심장이 쿵쾅거리던 찰나 출석 요구서를 보니, 2016 총선넷 활동관련 선거법 위반혐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솔직히 찔렸습니다. 저는 총선넷 활동을 그리 열심히 하지 않았거든요. 맡은 직책도 없었고요. 수사 담당자로부터 들은 바로는 선관위가 고발하며 첨부한 기자회견 영상에 제가 6번 정도 나온답니다. 그래서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겠다. 이게 지금까지 제가 아는 전부네요.

이런 저를 중요인물로 보고 출석요구서까지 보내준 경찰의 마음 씀씀이에는 일단 감사드립니다. 제가 이렇게 황송한 대접을 받다니, 시민들의 참정권 보장과 표현의 자유를 위해 밤낮으로 애쓴 분들에 비하면 세발의 피인데 부끄러울 다름입니다.

출석요구서 빽빽한 출석요구서
▲ 출석요구서 빽빽한 출석요구서
ⓒ 강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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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궁금합니다. 공개적이고 합법적으로 진행된 총선시민네트워크 활동을 엄청난 불법행위 취급하고, 배후세력 운운하며 이 잡듯이 탈탈 털어대는 저의가 무엇일까요?

조직적으로 치밀하게 공천과정에 개입한 의혹이 짙은, 정부여당 인사들은 정작 수사도 못하고 있으면서 말입니다. 설마 여당의 총선패배에 대한 보복 겸 내년 대선을 앞두고 시민사회활동을 위축시키려는 불순한 의도를 갖고 계실 리는 없겠지요?

우리 헌법상 권리인 참정권과 표현의 자유가 이렇게 퇴보하다니 참으로 씁쓸합니다. 왜 낙선운동 기자회견이 불법집회로 간주되어 탄압받고, 단순히 구멍 뚫린 피켓을 들었던 사람들까지 무더기로 조사를 받아야 합니까? 납득이 안 됩니다. 선거에 영향을 끼칠 목적으로 시민들의 안녕을 위협하고, 선거의 자유를 침해한 불법행위라도 된다는 건가요?

우리 헌법이 선출직 공직자들에게 자유위임에 따라 소신대로 의정을 펴줄 수 있게 해준 것처럼, 자질이 없거나 책임을 다하지 않는 후보들을 투표로 심판하는 것 또한 주권자인 시민들의 권리입니다. 책임정치와 대의제의 본질이기도 하지요.

총선넷은 실질적인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해 공약에 관한 정보를 제공했고, 유권자들 의사를 수렴해 부적격 후보들을 추려 발표했을 뿐입니다. 이는 절대 권력이 절대 부패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우리 헌법정신을 지키기 위해 내린 불가피한 선택이었습니다. 이것이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하는 조직적 지능범죄입니까?

수시기관이 배후를 캐고 사건을 만들어보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총선넷의 활동이 합법적이었고 정당했다는 사실까지 바꿀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큰 권력을 가졌더라도 한시적으로 위임받은 대리인일 뿐입니다.

그러므로 일시적인 압박을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실체적 진실마저 영원히 가두어 둘 수는 없습니다.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참정권과 표현의 자유를 위해 싸울 수 있게 되어 영광스럽습니다. 당당히 맞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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