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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의 노잼시기'라는 글이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많은 여성들에게 큰 공감을 불러왔다. '노잼'이란 영어 NO와 '재미'의 줄임말 '잼'을 합친 말로 '재미가 없다'는 뜻이다.

<불륜>(지은이 파울로 코엘료/ 펴낸곳 문학동네 /2014년 07월 25일/13,800원)
 <불륜>(지은이 파울로 코엘료/ 펴낸곳 문학동네 /2014년 07월 25일/13,800원)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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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의 노잼시기'를 간추려보면 1. 뭘 해도 재미없음 2. 자신의 꿈에 대한 회의감 3. 인간관계 다 거기서 거기로 보임 4. 죽지 못해 사는 느낌 5. 과거에 좋았던 순간 회상하다가 더 우울해짐 6. 여행, 산책 등 좋은 경험을 해도 그 순간만 좋음 7. 앞으로의 좋은 나날들이 안 보임 등이 이에 해당한다.

파울로 코엘료의 <불륜> 주인공 린다 역시 '노잼시기'를 그 누구보다 극심하게 겪고 있는 여성이다. 린다는 번듯한 직장에 남부럽지 않은 남편과 사랑스러운 두 아이가 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이런 요소들이 그녀에게 더 이상 행복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누군가는 '삶이 편해서 드는 생각이다'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경제적인 안정성과 단란한 가정만이 유일무이한 행복의 척도는 될 수 없다. 개인 스스로가 행복함을 느끼지 못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누구나 린다같이 살면서 한 번쯤 삶에 대한 진지한 의문을 품곤 한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하루. 모닝커피를 마시다 문득 생각난 삶에 대한 의문은 하루 종일 머릿속을 맴돈다. '과연 나는 행복한가? 나는 잘 살고 있는가?' 의문은 날이 지나도 계속되고 해답을 찾지 못한 채 우울함에 빠지게 된다. 이렇게 '노잼시기'는 도래한다.

"밤이 찾아와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을 때면 나는 모든 것이 두렵다. 삶, 죽음, 사랑 혹은 사랑의 결핍. 새로운 모든 것이 단숨에 습관이 되어버린다는 사실. 죽는 날까지 끊임없이 반복될 판에 박힌 일상에 내 인생 최고의 시절을 낭비하고 있다는 느낌. 그리고 아무리 흥미진진하고 흥분되는 것일지라도, 미지의 것을 대면해야 한다고 생각할 때 찾아드는 순전한 공포까지."


'노잼시기'. 여자라면, 아니 성별을 떠나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며 누구든지 공감할 만한 내용이다. 매일같이 뻔하디 뻔한 삶을 살아가다 보면 오히려 이런 감정이 생기지 않는 것이 이상해 보일 정도다. 누구나 지루하고 반복적인 일상을 그만두고 뛰쳐나가고 싶어 한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이 도사리고 있는 현실에서 그런 선택을 하기란 어렵다. 한 편으로는 평생을 고요함 속에서 사는 것이 죽는 것보다 끔찍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누구나 파도가 치는 바닷가에서 서핑을 즐기는 삶을 한 번쯤은 꿈꿔 볼 테니까. 많은 사람들이 겉으로는 멀쩡하게 보여도 이런 딜레마에 휩싸여 고통을 겪고 있을지도 모른다.

제목에서부터 직접적으로 드러나듯이 린다는 불륜을 한다. '노잼시기'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불륜을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불륜 상대인 야코프와의 만남은 그 순간만 기쁨을 줄 뿐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린다는 관계가 드러날까 불안하고 신경질적으로 변한다.

린다가 불륜을 택한 이유는 그것이 평범하고 반복적인 일상과 전혀 반대의 속성을 가졌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불륜은 '노잼시기'의 근본적이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그녀가 '노잼시기'를 겪게 된 이유는 남편에 대한 사랑이 식어서도 아니고, 사랑하고 싶은 새로운 대상이 생겼기 때문도 아니었다. 이를 반증하듯 린다는 계속해서 '노잼시기'에서 탈출하지 못한다.

불륜을 끝낸 린다는 남편과 함께 여행을 떠난다. 여행 속에서도 린다는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 이런 린다에게 남편은 패러글라이딩을 추천한다. 린다는 공중에 떠있게 되자 알 수 없는 영원과 온전함을 느끼게 된다. 하늘에서 만난 독수리에게 린다는 묻는다. 어떻게 이 세상에서 살 수 있는지. 독수리는 말한다. '길을 찾아'라고.

린다가 다시 땅을 밟는 순간, 주체할 수 없는 울음과 함께 지난날의 두려움을 씻어낸다. 그리고 깨닫는다. 오직 진정한 사랑만이 두려움과 질투, 무료함과 틀에 박힌 일상을 해결 할 수 있다는 것을.

사실 '노잼시기' 해결책으로 소설 <불륜>은 그다지 명쾌하지 않다. 진정한 사랑이란 굉장히 모호하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뜬구름 잡는 소리로 들릴 수도 있다. 린다가 '노잼시기'의 원인에 대해 깨닫게 되는 과정도 그다지 설득력이 있지는 않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급작스럽게 '노잼시기'에 휘말리듯 '노잼시기'를 탈피하는 순간도 갑작스레 오는 것은 아닐까.

또한 실제로 진정한 사랑의 부재가 많은 이들의 '노잼시기'의 근본적 원인일 수도 있다. 실제로 자신의 삶을 진정으로 사랑하지 못할 때, 혹은 사랑하는 상대나 없거나 누군가에게 사랑 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있을 때 쉽게 '노잼시기'에 빠지곤 한다.

지금 '노잼시기' 한가운데에 놓인 당신. 무엇을 진정으로 사랑하지 못하고 있는가? 이것이 당신의 '노잼시기'의 답이 될 수 있다.


불륜

파울로 코엘료 지음, 민은영 옮김, 문학동네(2014)


태그:#파울로코엘료, #불륜, #노잼, #노잼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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