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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국립박물관 정면과 뒤뜰입니다.
 도쿄국립박물관 정면과 뒤뜰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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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낮 일본 도쿄시 우에노(上野)에 있는 도쿄국립박물관을 찾았습니다. 이곳에서는 상설 전으로 열리는 동양관과 일본관을 비롯하여 고대 그리스 유물 특별전(시간과 공간을 넘어선 여행, 9월 19일까지, 이후 나가사키, 10.14-12.11, 고베시립미술관, 12.23-2017.4.2)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일본에는 국립 박물관이 도쿄, 나라, 교토, 규슈 따위 네 곳에만 있습니다. 그렇다고 다른 곳에 박물관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시립이나 현립이라는 이름이 붙어있습니다. 국립이라는 이름을 단 박물관이 네 곳 밖에 없다는 말입니다. 국립과학박물관, 국립서양미술관, 국립국제미술관 따위도 있습니다.

우에노(上野) 공원 동쪽 구석에 있는 도쿄 국립박물관은 입장권을 사서 안으로 들어서자 대문에서 가까운 쪽에 동양관이 있었습니다. 동양관에는 한국을 비롯한 중국, 인도, 태국 따위 동양권 유물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입구를 들어서자 중국의 불상이 맞이해주었습니다.

    동양관 1층 정면에 전시중인 중국 북위 때 불상과 동남아시아 캄보디아 불상(사진 가운데)입니다. 나가 뱀 신을 부처가 깔고 앉았습니다.
 동양관 1층 정면에 전시중인 중국 북위 때 불상과 동남아시아 캄보디아 불상(사진 가운데)입니다. 나가 뱀 신을 부처가 깔고 앉았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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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크고 작은 여러 불상은 북위 때를 비롯하여 시대별로 잘 갖추어져 있었습니다. 일본 사람들 역시 불교에는 관심이 깊어서인지 불상의 전시나 배치 따위도 관람객이 감상하는데 편하도록 꾸며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동양관에는 안내판도 한국말, 일본어, 중국어 따위가 모두 갖추어져 있었습니다. 본관 일본 전시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1층 중국 불상을 보고 아래 지하 1층으로 내려갔습니다. 이곳에는 가운데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의 청동 북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청동 북은 청동기 유물 가운데 가장 드뭅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여러 나라에서 만든 청동 북을 보니 놀랍고 반가웠습니다.

청동 북은 다른 청동 유물처럼 큰제사나 축제 때 사용되었으며 소리를 내는 특별한 기능이 있기 때문에 만들기 어려웠고, 만들었다고 해도 오랫동안 남아있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동양관 지하 가운데 전시된 중국과 베트남 태국의 청동 북입니다. 큰 쪽이 중국 청동 북입니다. 북 바깥쪽에 개구리 모양이 붙어 있습니다.
 동양관 지하 가운데 전시된 중국과 베트남 태국의 청동 북입니다. 큰 쪽이 중국 청동 북입니다. 북 바깥쪽에 개구리 모양이 붙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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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일층에는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의 불상이나 조각상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중국의 자수 유물이나 인도의 세밀화 따위도 구색에 맞게 여러 점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이곳 동양관엔 지하 1층에서 5층까지 중국이나 한반도, 기타 동남아시아의 그림, 청도기 유물, 도자기, 글씨 따위 여러 유물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5층에는 한국 전시실도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전시실 입구에는 한반도에서 출토된 금관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전시실에는 한반도에서 만들어진 신석기와 구석기 유물들, 도자기, 종, 금 귀걸이 따위도 여러 점 전시되어 있었고, 일부 전시물에는 중요문화재라는 딱지가 붙여있는 것도 있었습니다.    

    한국관 입구에 놓인 가야 지역에서 나온 금관입니다.
 한국관 입구에 놓인 가야 지역에서 나온 금관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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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관을 나와 가운데 있는 본관으로 향했습니다. 본관 첫 방에는 일본의 불상이나 천수관음상 따위 불교 유물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이 불상들은 하나같이 크기도 크고, 예술적인 완성도가 높은 것으로 박물관이 아니고 마치 절에 들어온 듯한 인상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어서 일본이 자랑하는 공예품으로 옻칠 유물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옻칠은 일찍이 중국에서 시작되어 한반도를 거쳐 일본에 전해졌습니다. 일본의 습하고, 따뜻한 기후 덕분에 옻나무나 옻칠 공예에 필요한 나무의 성장이나 가공에 적합하여 자리 잡았습니다.

특히 일본 사람들이 귀하게 여기는 금색과 옻칠이 만나 마키에(蒔絵)라는 것을 새롭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마키에는 마지막 옻칠을 한 다음 그 위에 금가루를 뿌려서 여러 가지 금색 무늬를 내는 것입니다.

            일본관에 전시된 하니와(埴輪)입니다. 하니와는 흙으로 구워서 만든 것으로 무덤에서 나왔습니다. 오른쪽은 석인으로 후쿠오카 지역에서 나온 무덤 부장품입니다.
 일본관에 전시된 하니와(埴輪)입니다. 하니와는 흙으로 구워서 만든 것으로 무덤에서 나왔습니다. 오른쪽은 석인으로 후쿠오카 지역에서 나온 무덤 부장품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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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일본 전시실에는 역사나 지역, 재료나 기술에 따라서 여러 가지 유물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대략 본관 전시실은 ㅁ 자 형으로 되어 있습니다. 입구에서 시작하여 한 바퀴를 돌면서 자연스럽게 전시물을 감상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뒤이어 오키나와와 홋카이도 아이누 유물을 전시한 방이 있고, 특별전 전시장으로 움직이게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특별전시장은 다시 에스컬레이터나 계단을 이용해서 이층에 오르면 이곳에서 다시 ㅁ 자 형태로 전시실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입구로 들어가 벽면을 따라서 유물이 전시되어 있고, 사진이나 장식물 따위를 통해서 현지 사정이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도쿄국립박물관 특별전 포스터입니다. 사진 맨 왼쪽은 크레타 섬 궁전 터에서 나온 뿔잔(각배)의 아래 부분 황소머리 장식이고, 가운데는 프레스코 벽화로 생선들 든 남자입니다. 사진 맨 오른쪽은 아르테미스상입니다.
 도쿄국립박물관 특별전 포스터입니다. 사진 맨 왼쪽은 크레타 섬 궁전 터에서 나온 뿔잔(각배)의 아래 부분 황소머리 장식이고, 가운데는 프레스코 벽화로 생선들 든 남자입니다. 사진 맨 오른쪽은 아르테미스상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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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고대 그리스 유물 특별전에서는 고대 그리스 때부터 헬레니즘 로마에 이르기까지 8 시대로 나누어 각 때와 지역에 따라서 발굴된 유물 325점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사람보다 더 큰 조각상에서 반지 도장과 같은 작은 세공품까지 수많은 작품을 친절하고 자세하게 전시하고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 문화는 지중해와 에게 해를 중심으로 많은 물자와 사람이 오고 가면서 생겨났습니다. 시대에 따라 민중들이 섬기는 여신에서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여러 신들 뿐만 아니라 신과 인간의 교류의 역사가 있습니다. 시대에 따라서 영웅이 등장하여 지배하기도 했지만 칼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그리스 문명이 자랑스러워하는 것은 지금의 서양 문명이 그리스문명을 바탕으로 세워졌다는 점입니다. 그리스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소크라테스와 같은 철학가들이 나와서 인간은 무엇이며, 왜 살아야 하고, 어떻게 살아야 가치가 있는지 늘 의견을 나누고 토론을 이어갔습니다. 이들의 토론은 인간 지식의 너비와 깊이를 더해 주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자유롭고 활발한 토론 속에서 민주주의 싹이 자라났고, 민주주의 토대가 마련되었습니다. 참주정을 버리고, 민주정이라는 새로운 제도를 마련했고, 이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서 오스트라콘(ostrakon)이란 제도를 만들었습니다.

오스트라콘은 광장에서 참주의 싹이 보이는 사람의 이름을 사금파리에 적어서 그 이름이 많이 나오는 사람을 도시에서 10년 동안 살지 못하게 추방했습니다. 이 사금파리는 지금으로 말하면 투표용지였습니다. 이번 전시회에 발굴된 사금파리 조각도 전시되었습니다.

          크로스상(kouros)이 있는 전시실과 은매화(Myrtus communis)장식 관, 오이노코에(oinochoe) 주전자입니다.
 크로스상(kouros)이 있는 전시실과 은매화(Myrtus communis)장식 관, 오이노코에(oinochoe) 주전자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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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문화와 철학, 학문은 로마 때로 이어졌습니다. 비록 로마가 군사적으로 그리스를 정복했지만 그리스의 문명은 그대로 로마로 이어져 꽃을 피웠습니다. 오히려 로마의 세력과 위세를 이용하여 더 널리 퍼졌습니다. 로마시대 공화정이나 서양의 학문, 예술은 그리스 문명을 받아들여 로마에서 확산시킨 것들입니다.

지금도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 역시 그리스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처음 신전에서 남자들이 힘을 겨루며 신에게 행복과 풍요를 기원하던 의식이 확대되어 그리스 전체로 확대되었고, 지금은 세계적인 행사가 되었습니다.

신전에서 열리던 스포츠 행사에서 이긴 사람은 최고의 명예로 월계수관을 쓰고, 그의 모습은 청동상으로 만들어져 신전에 제물로 바쳤습니다. 일본에서는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준비하기 때문인지 올림픽 관련 유물을 자세하게 강조하여  전시했습니다.

사람이 살면서 문화를 이루고 그 문화가 수 천 년 이어져 온 것은 간단하지 않습니다. 역사적인 변화 뿐만 아니라 자연 환경 속에서 파괴되고 새로 만들어지면서 역사와 사람과 자연이 더불어 갈등하며 견디어 온 것입니다.

이번 도쿄국립박물관을 방문하여 쉽게 갈 수 없는 여러 곳 유물을 보았습니다. 현실적으로 그런 곳에 쉽게 갈 수는 없고, 시간을 되돌릴 수 없지만 고대 그리스를 비롯하여 아시아 여러 곳의 수많은 유물을 통해서 문화의 한 쪽을 엿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전시장 가운데 여덟 번째 헬레니즘과 로마 시대 조각품이 전시된 곳입니다. 입구와 출구에서 찍은 사진을 이어 붙였습니다.
 전시장 가운데 여덟 번째 헬레니즘과 로마 시대 조각품이 전시된 곳입니다. 입구와 출구에서 찍은 사진을 이어 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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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누리집> 도쿄국립박물관, http://www.tnm.jp/modules/r_free_page/index.php?id=1787#1, 2016.8.2

첨부 자료> 도쿄국립박물관에서 열리는 고대그리스 특별전에 소개된 유물 30여 점을 소개했습니다. 인터넷이나 신문(아사히신문, 고대 그리스전 기념 호외) 따위에 나온 기사를 참고하였습니다.

가는 법> JR도쿄역에서 우에노행 전차를 타고 다섯 번째 우에노역에 내리면 바로 우에노 공원이 있고, 공원 안에 국립도쿄박물관, 근대미술관, 과학박물관 따위가 여러 개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태그:#도쿄국립박물관, #그리스 유물, #청동 북, #가야 금관, #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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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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