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주식뇌물'로 126억 원의 차익을 얻은 진경준 검사장 사건이 보도될 때마다 거의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인사가 있다. 지난 2012년 12월 총 10억367만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가 징역 7년을 선고받은 김광준 전 서울고등검찰청 부장검사다. 다단계 사기업체로부터 거액을 받았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10억367만 원'이라는 검찰 역사상 가장 많은 뇌물 액수를 기록해 검찰 조직을 큰 충격에 빠뜨렸다. 당시 검찰이 지청장 2명을 포함해 총 13명의 검사로 특임검사팀을 꾸린 사실은 그 충격의 강도를 짐작케 한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10억367만 원 가운데 3억8078만 원, 2심 재판부는 4억5147만여 원만 뇌물로 인정했고, 대법원도 이를 확정했다. 그러니까 검찰이 기소한 뇌물액수 가운데 약 45%만 뇌물로 최종 인정한 것이다. 그런데도 '징역 7년'이라는 무거운 형량에는 변함이 없었다. 게다가 김 전 부장검사는 아직까지도 '조희팔 뇌물검사', '10억 뇌물검사'로 불리는 치욕을 겪고 있다. 김 전 부장검사는 최근 <오마이뉴스>에 보낸 편지에서 "저의 부적절한 처신에 비해 징역 7년은 너무 가혹한 처벌이었고, 그로 인해 저는 모든 것을 잃었다"라고 토로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이렇게 언론사에 편지를 보내는 이유를 "현직 차장검사급이었던 저에게도 이와 같이 검찰이 수사권과 공소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해 인생을 파멸시키는데 일반 국민들에게는 그동안 얼마나 불법.부당 검찰권력이 행사되었을 것인지 되돌아 보고 반성하며 그 방지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나 하는 충정"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곧 재심을 청구할 계획이다.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씨의 최측근이자 자신의 중.고교 동창인 강태용씨가 지난해 12월 국내로 송환된 뒤 "김광준에게 준 2억 원은 내연녀 협박문제를 해결하라고 빌려준 돈이었다"라고 진술한 것이 결정적 계기였다. <오마이뉴스>는 재심청구를 앞둔 김 전 부장검사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오마이뉴스>는 김 전 부장검사의 지인을 통해 77개의 질문을 건넸고, 김 전 부장검사는 몇 개의 질문을 빼고는 모두 답변에 응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현재 의정부교도소에서 3년 9개월째 수감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관련기사]

"김광준 검사에게 준 2억, 여자문제 풀라고 꿔준 돈"
"나는 이렇게 '10억 뇌물수수 검사'로 찍혔다"
[옥중편지 전문] "MB정부 법무비서관 제안 거절해 정권에 찍혀"
"검찰, '김광준 부장 뇌물사건' 가로챘다"

김광준 전 부장검사는 <오마이뉴스>의 77개 질문에 거의 다 답변했다.
 김광준 전 부장검사는 <오마이뉴스>의 77개 질문에 거의 다 답변했다.
ⓒ 구영식

관련사진보기


"검찰 수사와 법원 판결 모두 잘못됐다"

- 교도소에서는 생활할 만한가?
"잘 적응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우울증, 공황장애, 협심증 등이 있어 처음부터 병동에서 치료받고 있다."

- 무엇을 생각하며 수감생활을 견디고 있나?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지리라 확신하며 견디고 있다."

- 뇌물수수 사건 재심을 청구한다고 하는데 이유가 뭔가?
"강태용(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의 최측근)이 (2015년 12월) 국내에 송환되어 (들어)와서 진실을 얘기함으로써 새로운 증거가 발견되었고, 기타 새로운 증거가 다수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 검찰 수사와 법원 판결이 모두 잘못됐다는 것인가?
"그렇다."

- 지난 2012년 11월 19일 구속됐을 때 어떤 심경이었나?
"당시 '지금은 마녀사냥의 시기이고, 조만간 진실이 다 밝혀져서 석방될 것'이라 믿었다."

- 당시 한상대 검찰총장까지 대국민사과에 나설 정도로 검찰에 미친 영향이 컸는데.
"(무응답)"

"유진그룹 5억여 원, 전세보증금 내려고 빌렸다"

유진그룹으로 부터 6억여원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는 김광준 전 부장검사가 지난 2012년 11월 13일 오후 특임검사팀의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검에 피의자신분으로 출두하고 있다.
 유진그룹으로 부터 6억여원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는 김광준 전 부장검사가 지난 2012년 11월 13일 오후 특임검사팀의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검에 피의자신분으로 출두하고 있다.
ⓒ 조재현

관련사진보기


- 크게 보면 유진그룹과 조희팔 최측근에게 수사 무마 등의 대가로 수억 원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아 구속됐고 징역 7년형을 선고받았는데 먼저 유진그룹건부터 묻겠다.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의 지시로 동생인 유순태 EM미디어 대표를 통해 지난 2010년 1월 14일 5억4000만 원을 받았다고 알려졌는데 맞나?
"받은 것이 아니고 차용한 것이다. 처가 2009년 10월 말기암 판정을 받고 대수술을 한 뒤 거동이 불가능해 입주 도우미가 필요했다. 그런데 방이 모자라 이사를 가야 했는데 전세보증금이 필요했다."

- 5억4000만 원은 어떤 명목으로 받은 돈인가?
"유경선 회장은 20여년 전부터 저와 의형제처럼 지내면서 우리 가족들하고 친하고 지내고 있었기 때문에 (유 회장이) '돈 걱정하지 말고 치료에 전념하라'고 빌려준 돈이다."

- 전세보증금을 내기 위해 5억4000만 원을 빌렸다는 주장인데, 검찰과 법원은 5억4000만 원을 유진투자증권과 유진그룹 검찰수사 무마 대가였다고 판단했다.
"5억4000만 원을 수표 9장으로 받았고, 수표를 전부 폰으로 찍어서 증거로 남겼기 때문에 차용증을 쓸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친하게 지내고 믿는 사이여서 제 곤궁한 처지를 도와주려고 돈을 차용해 준 것이다."

- 5억4000만 원이라는 거액을 빌려놓고 차용증(이자 변제와 시기 등이 포함된)을 쓰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제 곤궁한 처지를 도와주려고 돈을 차용해준 것인데) 차용증을 쓰고, 이자까지 달라고 하는 것이 (오히려) 비정상이라고 생각한다."

- 결국 5억4000만 원 차용과 관련된 이자를 변제하지 않음으로써 금융이자에 해당하는 7680만 원을 '뇌물'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나?
"친한 친구를 도와주기 위해 돈을 빌려주면서 이자를 달라고 하지 않는 것처럼 20여년 간 의형제 같이 지냈고 위기에 처한 동생을 도와주기 위해 돈을 빌려주면서 서로 이자를 염두에 둘 수는 없었다."

"유진그룹 5000만 원, 주식투자 손실 만회하라고 빌려준 돈"

- 전세보증금을 내기 위해 5억4000만 원을 차용했다고 주장하는데 왜 그 돈의 일부를 주식에 투자한 것인가?
"5억4000만 원은 전액 전세보증금으로 사용했고, 나중에 우리가 살던 집의 전세보증금을 받아서 일부 빚을 갚고 일부 주식을 투자했다."

- 검찰과 법원은 당시 주식과 현금을 포함해 4억여 원의 유동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유경선 회장 등으로부터 수억 원을 차용할 필요가 없었다고 봤다.  
"1.2심 법원 공히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보아 제가 돈을 빌릴 필요성을 인정했다. 또한 유순태 회장 역시 자기 모친이 저의 처와 같은 부인암으로 항암치료를 받다가 사망해서 우리 애들에게 동병상련을 느껴서 돈을 차용해줄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보고 5억4000만 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즉 친한 사이에서 충분히 돈을 차용해줄 상황이었다고 인정하면서 무이자로 빌려주는 것이 상식에 맞다고 보여지는데도 이자를 뇌물로 본 것은 잘못이다."

- 유순태 대표가 주식투자 손실을 만회하라며 5000만 원을 빌려줬다(2008년 9월)고 주장하는데 사실인가?
"2008년 7월 제가 유진기업 주식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으며 손실을 보고 있었는데 유진기업이 고려시멘트 등 계열회사를 합병하려고 하면서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에게는 주당 8800원에 주식을 팔 수 있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통지했다. 저는 주식을 전부 팔아서 조금 손해보더라도 강태용 차용금 등을 변제하려고 하다가 유경선 회장에게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하려고 한다고 했더니 유 회장이 합병되면 시너지 효과가 생겨 8800원보다는 훨씬 주가가 오를 것이니 팔지 말라고 권유해 매도하지 않았다.

그 말을 듣고 유진기업 주식을 계속 보유하고 있었는데 그 후 계속 주가가 내려 2008년 9월에는 주가가 6000원대에 도달해 제가 걱정하면서 언제 회복될 것인지 유순태 대표에게 물었더니 유 대표가 5000만 원을 빌려줄테니 추가로 구입하고 기다리면 회복될 거라고 해서 주식을 더 매수해 기다렸으나 지금까지 그 가격을 회복한 적이 없다."

- 하지만 유순태 대표는 검찰에서 "주식투자 이야기를 들은 바 없다"라며 "전세계약금 명목의 돈을 빌려준 것"이라고 진술했다. 왜 그렇게 진술한 것인가?
"유순태 대표가 검찰에서 5000만 원을 전세계약금 명목으로 차용해주었다고 말한 이유는 유경선 회장을 개입시키지 않으려 한 것이다. 또한 자기 회사 주식 관련 얘기를 했다고 하면 회사의 신뢰도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그렇게 진술했다."

- 유순태 대표가 법정에서 "주식투자 손실을 회복시키기 위해 빌려준 돈"이라며 검찰에서 한 진술을 뒤집은 이유는 무엇인가? 
"제가 진실을 밝혀 달라고 요청해서 사실대로 진술했다."

- 유순태 대표가 준 5000만 원을 가지고 주식투자해 '이익'을 얻었다면 그것도 '뇌물'(대가성이 없다고 하더라)로 봐야 하는 것 아닌가?
"이익을 얻었더라도 내부 정보를 알려준 것도 아니고 순수 차용금이기 때문에 뇌물은 아니다."

"변철형 검사 녹취록에 진실이 다 담겨 있다"

- 최근 검찰과 법원의 판단을 반박할 새로운 증거로 변철형 검사(2008년 대한석탄공사 임직원 배임사건 주임검사)와 통화한 내용을 제시했는데, 어떤 점에서 '새로운 증거'인가?
"2008년 4월 감사원이 대한석탄공사 임직원 배임사건 수사를 의뢰해서 변철형 검사가 수사했다. 그때 석탄공사와 명지건설의 기업어음 거래를 유진투자증권이 중재했다. 그래서 (유진투자)증권사 직원을 참고인으로 조사하고 증권사로부터 금융자료를 받아야 했다. 그런데 (금융자료를) 임의제출하지 않으면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 금융자료를 입수해야 한다고 해서 (압수수색을) 검토하다가 임의로 금융자료를 제출받아 석탄공사 직원들을 배임혐의로 처벌했다. 그런데 검찰과 법원은 제가 유진투자증권을 수사하다가 수사를 무마해 주고 뇌물을 받았다고 봤다. 그런데 (당시) 저와 변철형 검사가 전화통화한 녹취록에 진실이 다 담겨 있다."

- 1심 재판 때 변철형 검사를 증인으로 신청해 채택됐지만 변 검사가 출석하지 않았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저와 변철형 검사가 전화통화한 녹취록에 진실이 다 담겨 있어서 검찰이 변철형 검사의 증언을 극구 말렸다."

- 당시 유진투자증권이나 유진그룹은 검찰수사 대상이 아니었나?
"제가 근무하던 부서의 수사대상은 아니었다."

- 그렇다면 2008년도 업무일지에 적힌 '서울증권 압수, 수색 검토'라는 메모는 무엇인가?
"증권사에서 임의로 (금융자료 제출을) 협조하지 않을 때 금융실명제법상 금융자료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압수수색 영장 청구를 검토한다는 뜻이다."

- 그런데도 검찰과 재판부는 그 메모를 유진투자증권 수사 마무 대가로 수억 원을 받았다는 가장 강력한 증거로 들고 있다.
"그 메모는 변철형 검사의 녹취록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제 사무실 압수수색을 이원석 검사(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가 했는데 그 압수수색이 피의자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는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불법 압수수색이었다. 그래서 업무수첩 등을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나는 '주식대박' 진경준 검사장과는 다른 경우다"

진경준 검사장이 '주식 대박'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7월 14일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진경준 검사장이 '주식 대박'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7월 14일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 돈을 주라고 지시했다는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과는 어떤 사이인가?
"20여년 전부터 친형 같이 둘이서만 자주 만났고, 가족간에도 서로 친한 사이였다."

- 유경선 회장이 '스폰서'는 아니었나?
"그렇게 친밀한 사이였기 때문에 일반적 의미에서 얘기하는 스폰서라고 볼 수 없다."

- 어떻게 유진그룹 주식을 보유하게 되었나?
"10여년 전부터 유진기업 주식이 유망하고 (기업이) 망하지 않을 것 같아 계속 투자했다."

- 처음에 매입한 주식은 1만4000주에 불과했는데 나중에는 6만주까지 늘었다. 어떻게 주식투자를 늘렸나?
"검찰에서도 유진기업 주식을 내부정보를 이용해 매매하여 이득을 얻지 않았냐 해서 집중 수사를 벌였다. 하지만 전 손해만 보았고, 내부정보를 이용한 흔적이 없어 수사를 종결했다."

- 심지어 조희팔 최측근 강태용씨로부터 받은(또는 빌린) 2억 원으로 유진그룹 주식을 추가로 매수했지 않나?
"(무응답)"

- 누구로부터 유진그룹 주식투자를 권유받았나?
"권유받은 적 없고, 그 주식에 투자한 지가 10년이 넘었다. 그 전에는 유경선 회장도 내가 유진기업 주식을 가지고 있었는지 모르다가 2008년 7월에서야 알았다."

- 유경선 회장, 유순태 대표 등 유진그룹 고위 임원들로부터 주식투자를 권유받았다면 사실상 '내부정보를 이용한 주식투자'여서 불법행위 아닌가? 
"권유받은 적 없다."

- 검사가 재임 중에 거액을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나?
"직무와 관련되지 않는 주식 매매는 위법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게 부적절하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 진경준 검사장은 넥슨코리아로부터 사실상 주식을 공짜로 받아 126억 원의 시세차익을 얻었다가 최근 구속됐는데, 진 검사장의 경우와 본인은 다르다고 생각하나?
"제 경우는 제 돈으로 제 판단으로 유진기업 주식에 투자했으니 진 검사장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태그:#김광준, #유진그룹, #조희팔, #진경준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