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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천상륙작전>에 출연한 리엄 니슨.
 영화 <인천상륙작전>에 출연한 리엄 니슨.
ⓒ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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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상륙작전을 관람했습니다.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이 영화는 6.25참상을 리얼하게 그린 보기드문 수작이였습니다.이정재씨의 압도하는 연기도 일품이였고 긴박감 넘치는 스피디한 흐름도 근래 보기드문 압권이였습니다.그런데 일부평론가들은 이를 10점만점에 3점을 주었다고 합니다.3점이라면 영화도 아니라는 겁니다.

노무현 정권이후 우리 영화계 일부가 좌편향성향이 짙어진지 오래되지만 이런 영화까지 이념적잣대로 혹평을 해야 하는지 유감입니다. 국민들은 그들보다 훨씬 똑똑하다는 것을 그들만 모르는 것일수도 있지요 .한번가 보시지요.명량보다 훨씬 잘만든 작품입니다."

지난 28일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적은 글이다. 띄어쓰기 때문에 보기 불편하더라도 도지사님이 직접 적은 글 그대로니 참고 한 번 봐 주시라.(심지어 페이스북은 트위터와 달리 글자 수 제한도 없다) "이었습니다"와 "이였습니다"도 구분하지 못하는 분이 평론가들의 글을 두고 "국민들은 그들보다 훨씬 똑똑하다"며 훈수를 두고 있는 셈이다.  

이 글을 두고 일부 영화인들은 자신의 SNS에 "제발 자기 일이나 잘 하시라"고 개탄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막말' 정치인이자 도민들로부터 주민소환까지 받은 정치인이며 심심하면 '포퓰리즘' 운운하는 분이 개봉영화를 두고 평론가들의 평점에 대해 "이념 편향성" 운운하는 꼴이야말로 대중추수주의가 아닐 수 없다. 웃지 못 할 포인트는 <인천상륙작전>의 평점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홍준표 지사가 직접 평론가연 나섰다는 점이다. 이어진 글이 그러하다.

'평론가 홍준표'가 말하는 수작 <인천상륙작전>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페이스북.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페이스북.
ⓒ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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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적 민족주의의 시각으로 남북관계를 바라보면 JSA,고지전,웰컴투 동막골같은 영화가 그럴듯하게 보일수도 있습니다.그러나 냉엄한 현실적시각에서 남북관계를 바라보면 연평해전,인천상륙작전같은 영화가 역사적 사실에 근거를둔 리얼리티가 있는 수작들이지요.

반미영화로 재미를 본 괴물,계급투쟁을 그린 설국열차,등 어느듯 한국영화도 특정계층을 향한 메세지를 담는 형태로 바뀌었습니다.좌파코드가 대세가 되어가고 있는 요즘 영화계에서 최근 개봉된 인천상륙작전같은 영화는 참 용기있는 시도로 보입니다."

세계적으로 작품 세계를 인정받고 있는 봉준호 감독의 <괴물>과 <설국열차>를 '반미영화', '계급투쟁'으로 단정하며 '좌파코드' 운운을 서슴지 않았다. 반면 <연평해전>과 <인천상륙작전>은 "역사적 사실에 근거를 둔 리얼리티가 있는 수작들"이라 평하는 용기(?)도 보였다. 이쯤 되면 '홍준표 도지사'가 아닌 '홍준표 평론가'라 불러드려야 할 것 같다. 홍 지사의 월권(?)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어진 글에서 그는 "예술은 예술 그자체로 가치가 있는 것인데 예술에 이념을 덧씌우니 문화예술이 마치 좌파들의 선전,선동의 도구로 전락해 버렸지요"라며, 본래의 자리로 돌아간다는 뜻의 '환지본처'(還至本處)란 사자성어를 인용해 "늦었지만 문화예술이 모두 제자리를 찾았으면 합니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그가 말하는 제자리란 과연 어디일까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하지만 풀이해 보면 답은 쉽다. "문화예술계가 좌파들의 선전, 선동의 도구로 전락"했으니 우파들이 그 자리를 점령해야 한다는 선전·선동과 다를 바 없다. 더욱이 이러한 주장은 <다이빙벨> 상영으로 촉발된 부산국제영화제 사태를 비롯해 문화예술계에서 '좌파 척결'을 실행한 것으로 비판을 받아 왔던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행태의 기저에 깔린 논리와도 같다.

문제는 '홍 평론가'의 이러한 선전·선동에 동참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리라. 그 면면이 꽤나 다채롭고 화려하다. 공영방송 MBC부터 전 조선일보 주필, 그리고 '일베'까지 동참했다. 영화 한 편으로 자신의 '애국지심'(?)을 만천하에 알리려는 이들의 충심이 애처롭기 그지없다.

누가누가 <인천상륙작전>을 응원하나

MBC <뉴스데스크>의 한 장면.
 MBC <뉴스데스크>의 한 장면.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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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MBC <뉴스데스크>는 "영화 관객 vs 평론가 '정반대'의 평점·시각, 왜?"을 통해 <인천상륙작전>을 응원(?)하고 나섰다. 전문가들 평은 박한데 관객들이 흥행 1위를 만들어 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MBC는 홍준표 지사와 똑같은 잣대를 끄집어 냈다.

"우파 영화라는 꼬리표를 달았던 영화 연평해전과 국제시장은 비교적 낮은 평론가 점수를 받은 반면 제주 4.3을 다룬 영화 지슬과 화려한 휴가, 변호인은 상당히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국제시장'이나 '연평해전'은 평론가들의 혹평과는 반대로 성공을 거뒀습니다. 따라서 인천상륙작전이 대중의 마음속에 상륙할지 여부는 평론가가 아닌 영화를 보는 관객에 달려 있습니다."

그러면서 평론가도, 기자도, 해당 감독도 아닌 최공재라는 한 영화감독의 "이념에 빠진 영화 평론가들이 실수한 게 반공영화라는 자체를 놓고 역사적으로 쭉 뒤져 보면 반공영화는 나쁜 영화는 아니에요"라는 인터뷰까지 리포트에 포함시켰다. 딱히 내놓을 만한 영화 한 편 만들지 못하고, '우파' 영화인을 자처하며 '독립영화 감독'이란 타이틀을 내밀고 있는 그가 왜 이 리포트에 등장했는지 리포트를 한 기자에게 꼭 한 번 물어 보고 싶은 심정이다.

"영화판이 만약 '빼앗긴 들판'이라면 국민 관객들이 '국제시장'이나 '인천상륙작전' 같은 영화를 대히트 작이 되게 만들어주어야 한다. 재미도 없고 흥행성도 없는 타작을 억지로 그렇게 히트 시켜 주자는 게 아니라 '감동'과 '연출력'과 '재미'로서도 분명한 수작(秀作))이기에 그렇게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전 <조선일보> 주필이자 현 류근열 <뉴데일리> 고문이 지난 29일 올린 <인천상륙작전> 관련 칼럼 중 일부다. 역시나 홍 지사의 논리와 다를 바 없다. 오히려 "대히트작이 되게 만들어 주어야한다"는 주장이라 더 솔직해 보일 지경이다. 반면 <조선일보>는 지난 22일자 "반세기 건너 상륙한 진실, 감동적일 줄 알았는데…"라는 제목의 문화면 기사에서 "퇴보에 가깝다"며 혹평이 난무하는 기사를 게재한 바 있다.

<중앙일보> 역시 22일자 "너무 완벽한 맥아더, 괴물같은 북한군…147억짜리 반공영화?"라는 기사를 통해 영화의 완성도를 지적한 뒤 "낡은 반공주의나 단순한 애국주의를 자극하는 것 이상 무엇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비판한 바 있다.

그러니까 '영화' 전문가들이 10점 중 3점을 준 평점은 일부 관객들이나 홍 지사가 불평하는 대로 어떤 의도나 편협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영화의 완성도 측면에서 함께 거론되는 <국제시장>이나 <연평해전>보다 함량미달이라고 느낀 평론가나 기자가 다수이기 때문이다. 이념이나 어떤 진영 논리를 떠나서 말이다. 하지만 그런 '상식'이 먹히지 않는 이들이 존재한다. <인천상륙작전>을 '우리 영화'로 인식하는 '일베' 사용자들 말이다.

KBS와 인천시가 영화 홍보에 나선 이유 

20일 오후 서울 성동구 왕십리CGV에서 열린 이재한 감독의 영화 <인천상륙작전> 시사회에서 출연한 배우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배우 박철민, 이정재, 이범수, 감독 이재현, 배우 진세연, 정준호, 제작자 정태원.
 20일 오후 서울 성동구 왕십리CGV에서 열린 이재한 감독의 영화 <인천상륙작전> 시사회에서 출연한 배우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배우 박철민, 이정재, 이범수, 감독 이재현, 배우 진세연, 정준호, 제작자 정태원.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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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12시까지, '일베'에 올라오는 <인천상륙작전> 관련 글들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되고 있다. 대부분 홍 지사나 류 고문의 글과 대동소이한 논리요, 이와 비슷하게 흥행을 위해 "우리 영화를 응원해야 한다"는 글들도 다수를 이룬다. "<인천상륙작전>을 천만영화로 만들어야 한다"는 글들도 적지 않게 눈에 띈다. 영화의 완성도나 미학과는 별개로 진영과 이데올로기가 넘실대는 이러한 '묻지마 지지'는 사실 이미 예견된 바 있다.

<인천상륙작전>의 크레딧에는 KBS와 KBS미디어가 올라와 있다. KBS는 <인천상륙작전>에 30억 가량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의 전체 제작비는 170억으로 알려져 있다. 제작자인 태원엔터테인먼트 정태원 대표는 "김인규 KBS 전 사장과 영화화를 논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 KBS는 영화의 개봉 하루 전인 26일 주연배우 이정재가 내레이션으로 참여한 정전 63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인천상륙작전의 숨겨진 이야기, 첩보전>을 방송했다. 관련 다큐멘터리라고 하지만, 영화의 화면과 제작발표회 장면이 심심치 않게 등장했다. 배우 이정재는 KBS1 <뉴스라인>에 출연하기도 했다. 영화에 투자한 방송사가 홍보에 동참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들뜬 곳은 KBS 뿐만이 아니다. 1억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인천광역시 역시 영화의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인천보훈지청은 <인천상륙작전>의 배급사인 CJ 엔터테인먼트와 같은 CJ 계열사인 인천 지역 6개 CJ CGV와 함께 '<인천상륙작전> 감상문 쓰기 대회'를 진행 중이다. "인천시민과 학생들의 호국안보 의식"을 높이기 위한 취지로 설명하고 있다.

관광 마케팅 관련 홍보도 적극적이다. 이미 인천시는 개봉 2주 전부터 "관광코스 홍보, 특별전시회, 기념행사 등을 담은 '영화 인천상륙작전 마케팅 계획'을 수립했다"며 대대적인 언론플레이를 펼친 바 있다. 보훈단체 관계자 등을 초청한 특별시사회를 진행한 것은 물론 인천시 연수구 옥련동 인천상륙작전기념관에서 8월 10일까지 '인천상륙작전 특별전시회'도 개최 중이다.

인천시와 공영방송 KBS, 일부 정치인과 '일베'까지 <인천상륙작전>을 띄우기 위해 안달이라도 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KBS와 인천시는 영화에 자본을 투자한 만큼, 홍보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것은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하지만 이 영화를 둘러싼 찬반이 과연 진영논리에 의한 것인지, 과연 선전·선동의 주체가 누구인지는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어 보인다.

영화관 밖 시계까지 뒤로 돌린 <인천상륙작전>

특히 박근혜 정부 들어 홍 지사와 같은 주장들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이른바 "우파 진영에서도 우리 영화가 흥행에 성공해야 한다"는 일방적인 주장들 말이다. <화려한 휴가>를 시작으로 2000년대 들어 민주화 운동을 다루거나 사회비판적인 영화들이 흥행에 성공하는 것을 두고 그 반대급부로 '우파' 영화도 존재해야 한다는 논리가 그것이었다. 급기야 "반공영화도 나쁘지 않다"는 해괴한 논리까지 지상파 뉴스에 등장했다.

반면 '평점 3점' 논쟁은 <디워>로부터 촉발된 평론가 집단의 권위에 대한 관객들의 반발도 아니다. 일부에서 "왜 '우파' 영화엔 평이 박한가"를 두고 그 이유를 집중적으로 파고들고 있을 뿐이다. 그런 논리 안에서 평론가나 기자들, 영화잡지가 '좌파'가 되기도 하고, 봉준호 감독이나 영화계 전반이 '좌파코드'에 물든 집단으로 매도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천상륙작전>은 지난 27일 개봉 후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1위 자리를 이어가고 있다. 흥행 요소를 꼽자면, 지난해 <연평해전>에 이어 전쟁영화에 대한 수요를 확인한 것이기도 하고, 리엄 니슨 캐스팅의 덕이 꼽히기도 한다.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의 배급력은 업계 1위다.

더불어 KBS나 인천시와 같이 대대적인 홍보도 무시 못 할 뿐 더러, 무엇보다 일주일 전 개봉한 <부산행>이나 할리우드 영화 <제이슨 본>의 화력이 줄었거나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만큼 170억짜리 대작의 흥행은 어느 한 요소로 정의될 수 없을 만큼 복잡다단하다고 볼 수 있다. 

전문가 집단이나 적지 않은 관객들이 완성도에 혹평을 내리고 있는 <인천상륙작전>의 흥행을 둘러싼 갑론을박은 적지 않은 물음들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작품성이나 완성도와 관계 없이 기대 반응과 (호평을 내릴) 예상 관객을 미리 점친 뒤, 공영방송이 제작비의 1/6에 가까운 자본을 투입하고, 광역시가 홍보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이런 행태들 말이다.

이른바 '텐트폴'이라 불리는 거대 배급사의 주력 상업영화에까지 지극히 '관'스러운 행태들이 '애국'을 내세우고 싶은 일부 관객들과 결합하고 있는 2016년의 현실. 한국 전쟁영화의 세계관을 퇴행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인천상륙작전>은 어쩌면 영화보다 영화관 밖 현실의 시계를 되돌려 놓은 것에 더 큰 의의를 둬야 할지 모르겠다.  


태그:#인천상륙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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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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