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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엄니시닷!"

내가 마을회관 앞에 나타난 마을엄니를 보고 순간 소리를 쳤다. 그도 그럴 것이 저분은 집에서 요양하며 누워 있을 분이었다.

엄니는 마을회관으로 오랜만에 귀환하시면서 거의 대통령 당선자급 포스로 손을 흔드셨고 마을 주민들은 새로운 대통령을 맞이하듯 엄니를 맞이했다.
▲ 엄니의 귀환 엄니는 마을회관으로 오랜만에 귀환하시면서 거의 대통령 당선자급 포스로 손을 흔드셨고 마을 주민들은 새로운 대통령을 맞이하듯 엄니를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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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놀기도 좋아하시고, 항상 웃으시던 마을엄니였다. 팔순이 다 돼가는 나이에도 정정하셔서 지난해까지만 해도 밭일과 논일을 거뜬히 해내셨다. 항상 농사 지으시느라 바쁘셨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그 엄니가 마을회관에서, 마을에서 보이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었다. 급기야 마을에서 보이질 않게 되었다. 사실은 우리 집 옆집이라 그것을 누구보다 빨리 알아챘다.

알고 보니 큰 병원으로, 요양원으로 돌아다니시느라 보이질 않았던 게다. 중간에도 집에는 오셨지만, 밖으로 나오시질 않았다. 한 번은 아내랑 영양보충을 하시도록 조치를 하기도 했다.

사실 바로 옆집이라 우리 부부가 어딜 가면 "엄니 아부지 다녀오겠습니다"라 하고, 어딜 갔다 오면 "엄니 아부지 다녀왔습니다"라고 인사했다. 나는 마을 어르신들을 "엄니와 아부지"로 부르곤 한다.

울 마을은 말로만 '아부지 엄니, 형님과 형수님'이 아니다. 진짜로 그렇다. 우리 마을은 각 집마다 대문과 담이 없다. 낮에 외출할 때도 현관문을 잠그지 않는 게 마을전통이자 지금의 현실이다. 그만큼 모두가 가족같이 지낸다.

오늘 마을엄니를 마을회관으로 오게 한 건 마을잔치 덕분이었다. 새로 이사온 사람이 한턱을 냈다
▲ 마을잔치 오늘 마을엄니를 마을회관으로 오게 한 건 마을잔치 덕분이었다. 새로 이사온 사람이 한턱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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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지경인데, 옆집 엄니의 병환과 부재는 마을사람들의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모두 다 엄니의 쾌유를 빌며, 궁금해 하고 애타 했다.

이런 상황에서 엄니의 마을회관 귀환은 기쁜 소식 중에 기쁜 소식이다. 교회 말로 복음이다. 그것도 꽃단장하시고 나타나시니 내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우리 집 옆집이라 집에만 누워 계시지 않고, 낮에도 집 앞엔 살살 나오신다는 걸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오늘처럼 꽃단장하고 화사하게 마을회관으로 오시리라곤 꿈도 못 꿨다.

사실 엄니에겐 안 된 이야기지만, '이번에 아프시면, 영영 회복 못하시려나'는 생각도 들었기에 더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었던 거다.

오늘(28일) 엄니가 나오신 건 마을에 잔치가 있어서였다. 마을에 이사 오신 분이 마을에 한턱을 냈다. 덕분에 마을 분들 모두 마을회관에서 삼계탕을 푸짐하게 먹었다. 덕분에 옆집 엄니를 마을회관으로 귀환하게 했다. 삼계탕의 힘이 이리 위대하던가 하하하하. 고맙다, 삼계탕아.

엄니는 마을 공동식사도 하시고, 사랑방에 모여 한창을 이야기 하시고는 저녁 쯤에 집으로 돌아가셨다. 사진 속에는 음료수 종이컵을 입에 대고 있는 엄니다.
▲ 한참을 이야기하시다 엄니는 마을 공동식사도 하시고, 사랑방에 모여 한창을 이야기 하시고는 저녁 쯤에 집으로 돌아가셨다. 사진 속에는 음료수 종이컵을 입에 대고 있는 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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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만에 오신 엄니는 마치 대통령 당선자가 사례 인사하듯 손을 흔들었고, 마을 주민들은 새로운 대통령을 맞이하듯 열렬히 환영했다. 그리고는 식사도 잘하시고, 한참동안 마을 분들과 담소를 나누다가 저녁 무렵에 집으로 돌아가셨다. 가히 기적 같은 일이었다. 울 엄니가 속히 완전 쾌유하시도록 이 글을 읽는 당신이 기도해주시길 바란다.

암튼 울 마을 여성 대통령님! 내내 건강 장수하소서. 하하하하.


태그:#마을, #공동체, #마을회관, #엄니, #경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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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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