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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장맛비가 내립니다. 세찬 빗줄기가 아니어서 다행입니다. 비가 내리니 한결 시원합니다.

장마는 언제나 끝나려나? 가뭄이 심하면 단비가 내렸으면 하고, 또 장마가 길어지면 제발 비 멈추길 바라고. 그러고 보면 자연은 사람 비위 맞추기도 힘들 것 같아요. 한참 비가 내리다가 잠깐 뜸합니다. 남도 사투리로 이럴 때 비가 '느끔하다'라고 표현합니다.

비오는 날 빈대떡이나

비가 느끔해서 텃밭에 나왔습니다. 장마통에 텃밭 작물들은 아주 무성하게 자라났습니다. 특히, 호박밭은 풀밭인지 호박밭인지 분간이 어렵게 되었습니다. 이곳저곳 풀숲을 들추자 애호박 하나가 눈에 띕니다. 무성한 풀숲에서 찾아낸 애호박이 반갑습니다. '이걸로 부침개나 부쳐 먹어?' 비오는 날에는 부침개가 제격입니다. 딱히 할 일이 없어 심심하던 차에 부침개 생각에 침이 고입니다.

출근해 근무하는 아내에게 전화를 합니다. 무슨 일인지 통화가 어렵습니다. 하는 수 없이 함께 성당에 나가는 아주머니께 전화를 겁니다.

"자매님, 애호박으로 빈대떡 하려고 하는데요? 좀..."
"빈대떡하시게?! 그거 남자가 어떻게? 비오니까 막걸리 생각나서 그렇죠?"
"네에! 입이 심심하네요!"

아주머니께서 어떻게 빠르게 설명하는지 못 알아들을 정도입니다. 대충 집에 있는 야채 이것저것 죄다 넣고, 밀가루에 달걀을 풀어 반죽하여 부치라는 것이었습니다. 전화 통화를 마치려는데 하나 더 덧붙입니다.

"감자 있죠? 그걸 껍질 벗겨 믹서에 갈고 밀가루 반죽에 섞으면 아주 부드러워요!"

그럼 호박감자부침개가 되는 건가? 만만치 않을 테지만, 인터넷을 뒤져보니 부침개 부치는 거, 번거롭기는 해도 해볼만 한 것 같습니다. 호박도 땄겠다, 이젠 다른 재료를 준비할 참입니다. 다시 밭에 나와 깻잎 몇 장과 대파도 뽑고, 풋고추, 빨간 청양고추도 땄습니다.

부침개에 들어갈 재료입니다. 애호박, 감자, 고추, 깻잎 등입니다.
 부침개에 들어갈 재료입니다. 애호박, 감자, 고추, 깻잎 등입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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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있는 야채를 죄다 동원할 참입니다. 직접 가꾼 것으로 재료 준비가 끝났습니다. 농사지어 자급자족하는 재미가 이런 게 아닌가 싶습니다.

입에서 저절로 '굿' 소리가

각종 야채와 달걀을 함께 넣어 준비합니다.
 각종 야채와 달걀을 함께 넣어 준비합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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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작입니다. 우선 감자를 깎고, 애호박은 반으로 가릅니다. 씨앗이 여물지 않은 애호박 속살이 부드러워 보입니다. 아내가 예전 하던 대로 얇게 채를 썹니다. 양파는 같은 크기로 썰고, 깻잎은 듬성듬성 썰어 준비합니다. 풋고추, 청양고추는 어슷어슷 썰어 매콤한 맛을 가미할 생각입니다. 야채 손질은 끝입니다.

감자를 곱게 갈고, 밀가루를 넣고 반죽을 합니다.
 감자를 곱게 갈고, 밀가루를 넣고 반죽을 합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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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저로 저어 반죽을 완성하면 부침개 준비는 끝.
 수저로 저어 반죽을 완성하면 부침개 준비는 끝.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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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죽할 차례입니다. 감자를 갈아야 합니다. 도깨비방망이를 꺼냈습니다. 감자를 쪼개고 마늘과 함께 넣어 기계의 힘으로 곱게 반죽을 만듭니다. 양푼에 준비한 재료를 죄다 넣고, 계란 세 개를 풀었습니다. 아주머니가 일러 준대로 밀가루도 조금 넣습니다. 간은 굵은 소금으로 합니다.

"이렇게 하면 맛이 있으려나?" 뭔가 부족한 듯합니다. 해물이 들어가면 좋을 것 같은데, 냉장고를 뒤져도 마땅한 게 없습니다. 야채부침개라 이름을 지었으니 이걸로 만족합니다.

이제 부침개를 부칠 차례. 달군 후라이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릅니다. 반죽을 떠올려서 넓게 펴줍니다. 창밖에 내리는 빗소리가 지지직 부침개 지져지는 소리에 장단을 맞추는 것 같습니다.

후라이팬을 달군 후, 기름을 넉넉히 둘러 지져내면 맛난 부침개가 완성됩니다.
 후라이팬을 달군 후, 기름을 넉넉히 둘러 지져내면 맛난 부침개가 완성됩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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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한 냄새에 주방이 진동합니다. 그런데, 뒤집기가 참 어렵습니다. 그런대로 부침개가 노릇노릇하게 잘 부쳐졌습니다. 내 입에서 "굿!"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혼자 먹기 아깝습니다. 늘 도움을 주시는 옆집아저씨께 전화를 합니다.

"아저씨, 지금 뭐하셔?"
"지금 술집에서 막걸리 타령하네요! 별일 없으면 일로 와요?"
"아뇨! 난 부침개해서 막걸리나 같이 하자고 전화했는데, 맛있게 드셔요."
"부침개를 했어요? 어쩌죠? 우린 잔뜩 먹어서 지금은..."

비오는 날 부침개와 막걸리는 찰떡 궁합입니다.
 비오는 날 부침개와 막걸리는 찰떡 궁합입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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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같은 날, 혼자 막걸리라니! 나는 한 잔 가득 따라 내가 만든 부침개 안주로 쭈욱 들이킵니다. 그래도 막걸리 한 잔이 술술 넘어갑니다. 뜨끈한 부침개 맛이 기가 막히구요. 

비오는 날, 막걸리 기운에 낮잠 한숨이 늘어집니다. 잠에서 일어나니 몸이 가푼합니다. 그동안의 피로도 풀리는 것 같습니다.


태그:#부침개, #야채부침개, #부침개 막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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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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