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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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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닐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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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작품을 만나면 팬들은 작가에게도 애정을 갖게 된다. 그리고 궁금증을 품는다. 이 작가는 어떻게 생겼을까? 그림에서 나오는 분위기를 상상하며 작가의 용모도 얼추 그려본다. 기자 개인적으로 오랫동안 꼬닐리오 그림을 좋아했던 터라 그의 모습이 굉장히 궁금했다. 인터뷰하기로 한 장소에 당도하자 돌아서 있는 그녀를 발견했다.

"안녕하세요."

먼저 인사를 건네자 그가 돌아봤다. 순간, 기자도 모르게 움찔했다. 항상 봐오던 꼬닐리오 그림 속 소녀가 그 자리에 서있었다.

"소녀랑 너무 닮았어요"란 말에 그는 소리 없이 웃는다. 그는 심심할 때 그렸던 그림에 우연하게 자신의 모습을 투영시켰던 것 같다고 말한다. 이렇듯 예술가들은 개인의 삶과 작품을 분리하지 않는다. 그들의 삶이 팬들에게 좋은 추억이 된다.

꼬닐리오는 이태리어로 '토끼'라는 뜻

- 작가님과 소녀의 외모가 굉장히 흡사해요
"어렸을 때 머리가 긴 편이었는데 엄마가 늘 양 갈래로 따주셨거든요. 처음에는 별 생각 없이 뒷모습의 여자아이를 그렸어요. 여기서 뭘 부각시킬까 하다가 속눈썹이랑 볼살을 강조하게 됐는데 그것 때문에 닮았다고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제 추억을 많이 그리다 보니까 제 모습이 많이 투영된 것 같아요."

- 그림에서 소녀의 얼굴을 안 보여주는 이유가 뭔가요?
"처음엔 그냥 그리기 싫어서 안 그렸는데 나중엔 일부러 보여주기가 싫더라고요. 모든 사람이 소녀를 뒤에서 지켜보는 입장이 되잖아요. 궁금함을 유발할 수도 있고, 상상의 여지를 남길 수도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초기에는 얼굴 그린 게 몇 개 있어요. 그걸 연재하면서 다 뺐죠. 상상 많이 하시라고…."

- 많은 동물 중 토끼가 등장하는 이유는요?
"'꼬닐리오'라는 뜻도 이태리어로 '토끼'라는 뜻이에요. 제가 좋아하는 동물이 토끼이기도 하고 소녀한테 친구를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어릴 때 항상 상상했던 게 그림이 된 것 같아요."

쇼핑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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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 사이에서 불리는 이름, '통실이' '통통이'

- 올해 3월에 파리도서전에도 참가하셨는데 감회가 어땠나요?
"전 마침 이탈리아에 있어서 직접 전시회에 갔었어요. 누군가 제 그림을 보고, 좋아해주는 걸 처음 제 눈으로 본 거거든요. 너무 신기했어요. 확실히 외국팬이 한국 팬과 다른 게 손으로 직접 그리는 걸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라폴리오에서 그림 샘플도 만들어서 갔었는데 첫날 분량이 두 시간 만에 다 빠졌다고 하더라고요. 인기가 많았어요."

- 현재 이탈리아에서 생활하고 계시는데 그곳 생활은 어떤가요?
"이탈리아에서 살 게 된지 벌써 햇수로 4년차가 되었네요. 처음에는 인턴 할 기회가 있어서 가게 됐고, 심심할 때 그림 그려서 올리던 게 결국엔 연재를 하게 됐어요. 둘을 같이 병행하다 보니까 시간이 아쉽기도 해서 일을 그만 두고 지금은 그림만 그리고 있어요. 지금은 밀라노 브레라 국립미술원의 그래픽과를 들어가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타국생활이 힘들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이탈리아 사람들이 정이 많아서 나름대로 잘 적응하며 지내고 있어요."

- 이탈리아어 잘하세요?
"그래도 의사소통할 때 지장은 없을 정도로 하는 것 같아요."

- 주인공 소녀와 토끼에게 이름을 지어줄 계획은 없으세요?
"사실 처음엔 붙이고 싶었는데 뭘 붙여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얼굴도 없는 아이한테 "네 이름은 이제부터 뭐야"라고 하는 것도 의미가 없을 것 같았어요. 이 아이는 어차피 뒷모습만 보여주는 건데…. 근데 재밌는 건 어떤 팬분들은 벌써 소녀한테 통실이, 통통이라고 이름을 지어주셨어요. 이것도 재미있는 여지를 주는 것 같아서 이름을 붙이지 않기로 했어요."

공포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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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각도 통해서 주인공 감정 표현 하려고 해

- 작가님은 왜 언론에 얼굴을 공개하지 않으세요?
"제가 쌍둥이라서 동생이랑 닮았기 때문에 올리고 싶지 않은 이유도 있었어요. 동생을 위한 배려라고 할까요? 유명하진 않지만, 아직까진 그런 이유가 있어요."

- 동생과 함께 한 추억을 그림으로 많이 그리는데 동생은 어떤 분인가요?
"동생과 저는 일란성 쌍둥이이고, 동생 역시 미대를 졸업하고 지금은 자동차 컬러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어요. 어릴 때 같이 그림 그리는 것을 참 좋아했었는데, 결과적으로 비슷한 분야에서 일하게 됐네요. 동생은 친구처럼 느껴질 때가 많아요. 아무래도 쌍둥이다 보니 친밀함을 크게 느끼기도 하지요. 동생이 어릴 적 이야기를 많이 해주고 같이 경험했던 추억을 떠올리면서 그림에 대한 아이디어를 줄 때가 종종 있어요. 동생도 토끼와 소녀를 그려봤지만 아직은 제가 더 잘 그리는 것 같아요.(웃음)"

- 그림 곳곳에 웃음 포인트를 많이 숨겨놓으셨어요.
"제 성격은 조용한 편이지만 재밌는 편이기도 해요. 항상 제 그림을 보는 분들에게 수수께끼처럼 재밌는 것들을 많이 숨겨놓고 싶더라고요. 그림을 보고 '아 예쁘네'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한참 동안 제 그림을 봐주셨으면 좋겠어서요. 작은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되는 것 같아요. 토끼가, 인형이 뭘하고 있네? 숨은그림찾기처럼 제 그림을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에 세세하게 신경을 써요."

- 소녀의 뒷모습이 슬퍼 보일 때가 많이 있는 것 같아요.
"뒷모습이어서 더 그런 것일 수도 있어요. 사실 눈치 못 챘을 수도 있지만, 얼굴 각도를 숙였다 올렸다 하면서 감정표현을 나름대로 하려고 하거든요. 그게 뭐랄까 그림에 설명을 많이 안 넣잖아요. 그러면 유독 "소녀가 슬퍼 보여요"라고 많이 반응하시더라고요. 전 슬픈 의도가 없는데, 그림을 보는 사람들의 마음에 따라서도 소녀가 그렇게 보이나 봐요." 

- 자신의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요?
"저는 '우울한 날'이라고 의자에 소녀가 앉아 있는 그림을 가장 좋아해요. 그게 초반에 그린 것이기도 하고 사람들이 가장 좋아해준 것이기도 하고요. 저도 그 그림을 그릴 때 딱 그런 기분이었거든요. 그 그림으로 인해 꼬닐리오 작가로 데뷔를 한 거기 때문에 저에게 의미가 커요."

- 곧 책을 출판하시는데 책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책 제목은 그라폴리오에 연재하는 스토리픽 이름과 같은 '그래도 너를 사랑한단다'로 정해질 듯합니다. 연재 초기부터 해서 100개의 작품들로 구성된 그림 에세이집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림 뿐만 아니라 글도 함께 연재해왔기 때문에 글, 그림을 함께 보실 수 있는 동화 같은 책이 될 것 같아요."

- 그림에 달린 댓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댓글은 뭐가 있을까요?
"어떤 분이 어릴 적 학교를 다닐 적에 그림 속의 소녀들처럼 양 갈래 머리를 똑같이 하고 다니던 같은 반의 쌍둥이 친구들이 생각난다고 댓글을 남겨주신 적이 있어요. 어릴 때 정말 그림처럼 동생과 함께 머리를 따고 다녔었거든요. 혹시 정말 내 친구가 아닐까? 누구일까? 하는 생각에 괜히 신기하고 궁금했었어요."

- 그림을 통해서 팬들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나요?
"뛰어난 스킬과 멋진 표현들로 가득한 일러스트레이션의 세계에서 저의 그림은 어쩌면 조금 소박하고 미숙한 스타일의 그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해요. 하지만 제가 그리는 그림들을 단순하게 '예쁘다' 하는 생각보다는 '나도 이랬어', '내 기분도 저럴 때가 있었어'하며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제 그림을 봐주는 분들과 공감하고 싶기 때문이니까요. 말하고 나니까 거창하네요.(웃음)"

작가 홈페이지 : blog.naver.com/tokkiinmilano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월간 <세상사는 아름다운 이야기(http://snsmedia.wixsite.com/snsmedia)> 8월호에 먼저 실린 기사입니다.



태그:#꼬닐리오, #그라폴리오, #추억, #공감, #통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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