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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으로 바꿨다. 더워진 날씨 때문에 때를 피해 갑천 종주를 이어가기로 했다. 15일 이른 아침 7시 불티고개에 모인 7명의 대전환경운동연합 회원과 생태해설가 선생님들은 기대감이 높았다. 피어오르는 물안개와 이슬이 맺힌 강의 아침을 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물안개는 사라지고, 이슬도 말랐을 정도로 해는 중천에 떠 있었다.

생각과는 다르게 아침은 일찍 시작되고 있었다. 덥지 않은 것만으로 충분히 만족했다. 상쾌한 아침공기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이었기에 불평은 없다. 봉곡교에서 마친 종주를 이어간다. 제방을 따라 걷고 또 걷는 일은 산행을 하는 것과는 많이 다르다. 평지이며 안정적이다. 갑천의 물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일이다.(관련기사 : '개'자들어가는 풀이 이렇게 많았어?)

총 5.3km의 코스를 걸었다.
▲ 7번째 종주 코스 총 5.3km의 코스를 걸었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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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곡교 아래 농경지에서 출발했다. 농경지에는 이른 아침 하얗게 보이는 거미줄과 이슬이 깨끗한 풍경을 만들어 주었다. 이렇게 많은 거미를 먹여 살리는 논의 힘을 다시 한 번 느껴본다. 이름조차 잘 모르는 거미들은 벌레로부터 벼를 보호하는 기사가 되니 그 모습에서 서로 공생하고 협력하는 삶을 생각하게 한다.

거미와 거미줄의 새벽풍경이 아름답다.
▲ 모위에 하얗게 펼쳐진 거미줄들 거미와 거미줄의 새벽풍경이 아름답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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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천변에 심어진 옥수수에서 이상한 모습을 발견한다. 먹다 버린 페트병에 구멍을 내어 옥수수에 씌워 놓았다. 정확하게 알 수 없는 특이한 농법이다. 인터넷에 검색해도 나오질 않는다. 추측컨대 벌레로부터 보호하는 장치이거나, 비닐하우스처럼 온도를 높여주기 위한 작업일 것으로 추정만 해볼 뿐이다.

무슨 농법인지 확인할 길은 없었다.
▲ 옥수수에 꽃아 놓은 페트병 무슨 농법인지 확인할 길은 없었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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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경지를 자연스럽게 지나다 보니 메밀꽃을 만난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이라는 소설만 알았지 실제 꽃을 자세히 관찰해본 적이 없었다. 메밀 소바는 참 맛있게 먹었는데 꽃은 처음인 차가운 도시남자의 풍모를 풍기며 생물 무식자의 자태를 뽑낸다. 이런 무식을 생태해설가 선생님들이 기꺼이 즐거워 하며 답해 주신다.

하얀색의 메밀꽃이 참 예쁘다.
▲ 메밀꽃 하얀색의 메밀꽃이 참 예쁘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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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걷다 보며 만난 누리장나무! 갑자기 뜯어서 냄새를 맞아 보라신다. 무슨 이상한 냄새가 난다. 비누에서 나는 계면활성제 냄새가 났다. 기분이 썩 좋지 않은 냄새 주인공이 누린내였다. 누리장나무 이름이 냄새 때문이란다. 아마 천적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자신만의 노하우가 바로 냄새인 것이다.

누린내가 나는 특이한 나무다!
▲ 누리장나무 입과 꽃 누린내가 나는 특이한 나무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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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장맛비가 세게 내리고 지나간 터라 물은 참 맑고 많았다. 여러 곳에 만들어진 여울에서 나는 물소리는 귀를 청아하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장마비에 떠내려온 쓰레기를 청소해보자며 집게와 쓰레기봉투를 꺼내 들었다. 종주하는 겸 같이 청소도 하면 좋지 않겠냐며, 열심히 하천 쓰레기를 주워내신다. 역부족인 손길이지만 그만큼 기분은 좋아진다. 총 40l의 쓰레기를 수거했다.

정화 활동을 하며 갑천을 걷고 있다
▲ 정화활동을 하며 걷고 있는 선생님들 정화 활동을 하며 갑천을 걷고 있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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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천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간으로 알려진 노루벌에 들어선다. 노루벌은 역시 노루벌이다.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냇물에서는 쉬리, 돌고기, 피라미 등 많은 물고기들이 옹기종기 모여 삶의 여유를 즐긴다. 넓게 펼쳐진 자갈밭은 언제라도 나와서 쉬라는 듯한 모양새를 가지고 있다.

평호롭기만한 갑천의 모습 흑석유원지에서
▲ 새벽무렵의 갑천 평호롭기만한 갑천의 모습 흑석유원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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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난리가 끝나고 여기저기 물의 흐름에 누워 있는 버드나무 역시 노루벌에서는 자연의 일부처럼 자연스럽다. 다시 일어서기를 위해 노력하는 시간의 흐름을 담아내고 있기 때문일 게다. 하천에 시설물이 많지 않으니 홍수에 피해복구 할 일도 별로 없다. 다시 자연의 모습으로 평화롭게 갑천의 물은 흘러간다.

커다란 빗물이었지만, 갑천은 다시 평화를 찾았다. 순식간에 말이다. 자연하천이 가지고 있는 복원력을 알 수 있는 구간이었다. 봉곡교에서 출발한지 4시간만에 상보안유원지에 도착했다. 5km의 거리를 완주했다. 완주라는 말이 어색하다. 느린 걸음은 이렇게 하천에서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 주었다. 다음달에는 새벽에 물안개를 만나러 5시에 만나기로 다짐하며 종주를 마무리 한다.


태그:#갑천종주, #일곱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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