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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맺게 된 커피와의 인연을 계기로 '바리스타'가 되고 싶다는 꿈이 생겼습니다. 전역하자마자 문화센터에서 주최하는 '홈바리스타 강좌'를 신청해 열심히 커피공부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커피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던 한 남학생이, 난생 처음 커피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재밌게 풀어내보고자 합니다. - 기자말

첫 시간에 배웠던 핸드드립(손흘림) 커피 추출 방식은, 인류가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 이래 가장 보편적이고 전통적인 방식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유럽 전역에서 커피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기 시작한 커피하우스(오늘날 카페의 원조 격)에서는 손님들에게 좀 더 빠르게 커피를 제공할 수 없을까 하는 고민이 싹트기 시작했다.

그 고민 끝에 탄생한 커피 추출 방식 중 하나가 바로 '에스프레소'다.

에스프레소의 탄생

에스프레소(espresso)는 '빠르다'는 의미의 'Express'와 '압축하다'라는 뜻의 'Press'가 결합되어 탄생한 이탈리어라고 한다. 즉, '빠르게 압축하여 추출하는 커피'라는 뜻이다. 핸드드립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커피의 맛과 향을 추출해내는 것이 특징인데, 그 비결은 '높은 압력'에 있다. 물을 끓일 때 올라오는 수증기의 압력으로 물이 커피가루를 통과하게 하여 빠르게 추출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커피의 맛과 향이 최대한 뽑혀나오게 된다.

현대식 커피머신을 통해 에스프레소가 추출되고 있다. 에스프레소 머신은 기본적으로 에스프레소를 두 잔 뽑아내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한 잔 당 1온스(30ml)가 정량이다.
▲ 커피머신을 통해 추출되는 에스프레소 현대식 커피머신을 통해 에스프레소가 추출되고 있다. 에스프레소 머신은 기본적으로 에스프레소를 두 잔 뽑아내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한 잔 당 1온스(30ml)가 정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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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카페에 가서 에스프레소를 시키면 포장주문(Take-Out)이 불가능한데, 그건 아주 조그마한 잔(1온스=30㎖)에 담겨져 나오기 때문이다. 그것을 '에스프레소 샷'이라고 한다. 그래서 처음 에스프레소를 주문하는 사람들은 작은 잔에 담겨나오는 에스프레소를 보고 '에계?' 하는 반응을 보인다. 아메리카노와 같거나 조금 저렴한 가격인데, 양은 터무니없이 적기 때문이다.

뒤통수 맞은 기분에 찜찜함을 달래려고 한 모금 입에 가져다 대는 순간 2차로 충격을 받는다. 표정이 일그러질 정도로 너무 쓰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호기심에 에스프레소를 주문한 손님들이 쭈뼛쭈뼛 다가와 "물 타서 아메리카노 만들어주세요"라고 재주문을 한다나.

핸드드립과 달리 물의 양을 적게 하여, 증기압으로 빠르고 강하게 추출하는 방식으로 내린 커피이기 때문에, 양은 적지만 그 맛이 매우 강하다. 이로 인해 흔히들 '카페인이 훨씬 많아 건강에 좋지 않은 것 아니냐'는 오해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빠르게 추출하기 때문에 오히려 카페인은 드립커피보다도 함유량이 훨씬 적다고.

이탈리아인의 자존심

에스프레소는 20세기 초반 이탈리아에서 유래된 커피 추출 방식이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이탈리아인들에게 '커피=에스프레소'라는 공식이 진리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한다. 일반 가정집에서도 에스프레소를 내릴 수 있는 가정용 기구를 하나씩 구비해놓고 아침, 점심, 저녁으로 하루에 세 잔씩 꼭 마신단다.

에스프레소는 이탈리아에서 개발되었기에, 그들의 자부심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탈리아에서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면 된서리를 맞는다.
▲ 이탈리아인들의 자존심 '에스프레소' 에스프레소는 이탈리아에서 개발되었기에, 그들의 자부심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탈리아에서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면 된서리를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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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에 대해 강의를 하던 강사 선생님이, 에스프레소에 대한 이탈리아인들의 자존심을 알 수 있는 사례 하나를 들려주었다.

한 한국인이 이탈리아에 가서 에스프레소와 따뜻한 물 한 잔을 주문하자, 종업원이 "설마 에스프레소에 물 타 먹으려는 거냐?"고 물었단다. "그렇다"고 하자, 종업원이 말하기를 "우리 커피는 에스프레소로 먹지 않으면 그 맛과 향을 느낄 수 없다. 고로 따뜻한 물은 줄 수 없다"며 손님의 주문을 거절했단다.

화가 난 그 손님, 결국 에스프레소 한 잔 받아가지고 나와 인근 패스트푸드점에 가서 뜨거운 물을 얻어다가 끝내 '아메리카노'를 만들어 마셨다고 한다. 한국인의 불굴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사례이기도 하지만, 이탈리아인들에게 에스프레소가 차지하는 위상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는 사례이기도 했다.

미국식 '아메리카노'의 탄생

우리가 카페에 가서 흔히 주문하는 '아메리카노' 역시 에스프레소를 기원으로 탄생한 커피다. 처음 에스프레소가 미국에 전해졌을 때, 에스프레소의 진한 맛에 도저히 적응하지 못했던 미국인들은 '어떻게 하면 쓴 맛을 희석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따뜻한 물을 타서 마시게 되었단다. 그런데 그 맛과 향이 기가 막혔다는 것. 바로 여기서 아메리카노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실제로 지금도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만드는 방식은 기본적으로 에스프레소를 추출한 상태에서 추가로 물을 타는 방식으로 제조한다. 만약 좀 진한 아메리카노를 즐기고 싶다면, "에스프레소 샷을 추가해달라"고 하거나, "물을 적게 타달라"고 주문하면 된다.

모든 카페 메뉴의 기본이 되는 에스프레소

에스프레소는 사실 모든 카페 메뉴의 기본이다. 아메리카노도 그렇지만, 달콤한 '카페라떼' 역시 에스프레소에 우유를 부어 만들어진다. 결국 에스프레소를 하나 시킨 다음에 아메리카노로 먹고 싶으면 따뜻한 물을 부으면 되고, 카페라떼를 즐기고 싶으면 우유를 타면 되고, 원액 그대로 즐기고 싶으면 에스프레소 원액 그 상태로 들이키면 되는 것이다.

카페라떼 역시 에스프레소에 우유를 부어 만들어진다. 그 위에 우유거품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을 '라떼아트'라고 한다.
▲ 카페라떼 카페라떼 역시 에스프레소에 우유를 부어 만들어진다. 그 위에 우유거품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을 '라떼아트'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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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한 가지 맛만 즐길 수밖에 없는 핸드드립보다는, 에스프레소야말로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는 경제적인 커피 추출 방식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요즘은 웬만한 카페를 가도 핸드드립을 취급하는 카페를 찾기 드물다.

핸드드립의 경우 전문 바리스타의 섬세하고 노련한 손재주가 요구되는 방식이기도 하거니와, 그 추출 시간도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반면 에스프레소는 현대식 머신을 이용해 빠른 시간 내에 추출할 수 있기 때문에 훨씬 간편하고 경제적이다.

거기에 기계를 이용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요령만 있으면 전문 바리스타가 아니어도 보편적인 맛을 추출해낼 수 있어, 쉽다는 장점도 존재한다.

집에서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모카포트'

그러나 가정에서 수백 만원을 호가하는 에스프레소 머신을 구비해놓고 커피를 마시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사실 카페에서 사용하는 현대식 에스프레소 머신 역시 역사가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다소 불편하긴 하지만 가정에서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전통적 에스프레소 추출 도구를 사용하면 된다. 대표적인 도구가 바로 '모카포트'다.

모카포트는 전통적인 에스프레소 추출도구로, 가정에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만 청소하기에 불편하고, 현대 기계에 비해 압력이 낮아 크레마가 많이 추출되지는 않는다.
▲ 전통적 에스프레소 추출도구 '모카포트' 모카포트는 전통적인 에스프레소 추출도구로, 가정에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만 청소하기에 불편하고, 현대 기계에 비해 압력이 낮아 크레마가 많이 추출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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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카포트는 1933년 이탈리아의 알폰소 비알레티(Alfonso Bialetti)라는 이가 발명한 에스프레소 추출 도구다. 물을 넣는 1층 하부 포트와 커피가 추출되는 2층 상부 포트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층 사이에 커피가루를 넣는 바스켓이 자리잡고 있다. 아래쪽 하부 포트에 물을 넣고 열을 가하면 증기가 위로 올라가면서 커피가루를 통과하여 상부 포트에 에스프레소 원액이 추출되는 방식이다.

[모카포트로 에스프레소 추출하는 법]

1. 모카포트 하부 포트(물탱크)에 물을 채운다(물은 안쪽 표시선까지, 혹은 바깥에 있는 배꼽 밸브 아래까지).
2. 모카포트 중간 바스켓에 원두가루를 수북하게 채운다(원두 굵기는 아주 가늘게).
3. 모카포트 상-하체를 결합시킨 뒤에 가스레인지에 올려놓고 중불로 끓인다.
4. 물이 끓으며 올라오는 압력으로 발생된 수증기가 커피액을 추출하기 시작하면 뚜껑을 닫고 센 불로 올린다.
5. 물이 끓다가 어느 순간 끓는 소리가 바뀌면 불을 끄고 잔에 따른다.

처음에 모카포트를 봤을 때, 녹슨 것마냥 속이 지저분하기에 '이걸 마셔도 되는 건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강사 선생님은 그런 우리의 찝찝한 마음을 눈치챘는지 "이건 커피기름이다. 이게 커피의 풍미를 좋게 하기 때문에, 평소에도 절대 세제로 세척하지 말고 뜨거운 물로 한 번 헹군 뒤에 바짝 말려서 재사용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커피의 황금열쇠, '크레마'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면 '크레마(Crema)'라는 갈색 거품이 뜨는데, 이는 원두에 함유된 커피기름이 증기에 노출되어 표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이 크레마 속에는 커피의 좋은 향과 맛이 온전히 담겨져 있어, 커피의 맛을 여는 '황금열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에스프레소에는 '크레마'라는 황금색 거품이 있다. 원두의 커피기름이 증기로 인해 커피 표면에 드러나는 것으로, 커피의 좋은 맛과 향이 이 크레마에 온전히 담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에스프레소의 황금열쇠 '크레마' 에스프레소에는 '크레마'라는 황금색 거품이 있다. 원두의 커피기름이 증기로 인해 커피 표면에 드러나는 것으로, 커피의 좋은 맛과 향이 이 크레마에 온전히 담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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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마는 신선한 원두일수록 많이 드러난다고 하며, 에스프레소에만 드러나는 것도 특징이다. 만약 에스프레소를 주문했을 때 크레마가 없거나 그 양이 적다면 분명 싸구려 원두를 사용한 것이다.

또한 크레마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므로, 살아있을 때 빨리 마셔야 커피의 좋은 성분을 그대로 섭취할 수 있다고 하며, 좋은 에스프레소를 마시면 1~2시간이 지나도 커피의 여운이 입에 남아 감돈다고 한다.

다양한 메뉴에 도전하고, 적극적으로 주문하자

사실 대다수 손님들이 커피 주문에 있어 수동적인 경향이 많은데, 커피만큼 손님이 적극적으로 주문해야 하는 음료도 없다고 한다. 모든 손님의 기호가 제각각인 탓에, 커피 맛에 정석이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 피자를 주문할 때, 손님이 다양한 토핑을 선택할 수 있듯이 커피 역시 그렇게 주문해야 하는 '요리'에 가깝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시 다양한 커피를 마셔보는 게 좋다. 늘 익숙한 아메리카노에만 도전하지 말고, 오늘은 에스프레소도 마셔보고 다음 번에는 '에스프레소 투 샷'으로도 마셔보고 끊임없이 새로운 메뉴에 도전하자. 그러다보면 결국 자신의 기호에 맞는 커피 맛을 알게 되고, 바리스타에게 적극적으로 카페 메뉴를 주문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Tip] 커피는 어떻게 보관해야 할까?

원두가 온전한 상태인지, 가루 상태인지에 따라 보관기간이 확연히 달라진다. 기본적으로 커피는 무조건 진공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밀폐용기에 담아야 한다. 원두는 밀폐되지 않은 용기에 담았을 경우 1~2일 안에 향이 날아가버리고, 가루의 경우 2시간 이내에 향이 다 날아가버리므로 유의해야 한다.

설사 밀폐용기에 담았다고 하더라도, 가루커피는 이틀 안에 먹어야 한다. 원두는 실온에서 한 달 가까이 보관할 수 있다. 하지만 로스팅(원두를 볶은 것을 의미)한 지 2주 이상 지나면 점점 그 맛과 향이 떨어지므로 온전하게 커피를 즐기려거든 최대한 빨리 마시는 게 정답이다.

냉장/냉동 보관 역시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커피가 가장 싫어하는 게 '열'과 '습'이다. 냉장 보관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냉장 상태에서 커피를 실온에 꺼낼 경우 온도 차로 인해 향이 변해버린다는 것. 그러므로 마실 만큼만 사서 조금씩 냉장 보관을 하던지, 원두를 사서 보관하고 그때 그때 갈아먹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동작문화원에서 열렸던 '동작문화학교 홈바리스타 강좌' 수강후기를 바탕으로 쓴 기사이며, 개인 블로그(http://gabeci.tistory.com/158)에 올린 후기를 재구성하였습니다.



태그:#커피, #바리스타, #동작문화원, #동작문화학교, #멜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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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사학과 박사과정 (한국사 전공) / 독립로드 대표 / 서울강서구궁도협회 공항정 홍보이사 / <어느 대학생의 일본 내 독립운동사적지 탐방기>, <다시 걷는 임정로드>, <무강 문일민 평전>, <활 배웁니다> 등 연재 / 기사 제보는 heigun@naver.com

공연소식, 문화계 동향, 서평, 영화 이야기 등 문화 위주 글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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