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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20대 국회의 첫 대정부질문이 있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황교안 국무총리와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모두 법인세 인상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GDP 대비 세목별 부담률과 근로소득 면제자 비율 등을 언급하면서 소득세 인상이 시급하지 법인세 증세는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GDP와 비교한 소득세와 법인세 부담률은 아래와 같습니다. 2014년 기준으로 한국의 소득세 부담률은 4.0%, 법인세 부담률은 3.2%입니다. 잠정 집계된 2015년 기준으로 추정해 보면 소득세 부담률이 4.3%, 법인세 부담률은 3.2% 정도로 소득세 부담률 상승이 두드러지긴 하나, OECD 평균과 비교하면 소득세 부담률이 한참 낮고 법인세 부담률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옵니다.

조세부담률 비교. (자료 : 2016 조세의 이해와 쟁점 통계편, 국회예산정책처)
 조세부담률 비교. (자료 : 2016 조세의 이해와 쟁점 통계편, 국회예산정책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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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와 소득세 부담률 비교 시 고려해야 할 것은?

한편,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설립한 한국경제연구원은 '주요 세목별 정상 세부담 추정과 개편 방향'이라는 보고서에서 한 국가의 조세 부담수준을 단순히 조세부담률(조세징수액/GDP)로 비교하는 것은 오류를 범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각 국가별로 직면한 경제적 여건이나 정치사회적 상황 그리고 관련 제도에 따라 전체 조세 또는 각 세목별 부담수준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타당한 지적입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고령화 정도, 재정지출 규모, 국가채무 수준, 장기 이자율, 국가규모, 개방도, 경제활동 참가율 등 여러 변수를 고려했습니다. 그런데, 한국경제연구원에서는 주목하지 않았지만 법인세와 소득세 부담률의 적정 여부를 판단할 때 고려해야 하는 중요한 요소는 따로 있는 것 같습니다.

첫 번째는 법인세와 소득세 구분 기준입니다. 어떤 세금이 법인세로 또는 소득세로 분류될지와 관련하여 한국은 법적인 형태가 기준이 됩니다. 법인이 부담하는 세금은 법인세, 개인이 부담하는 세금은 소득세입니다.

하지만, OECD 회원국 중 일부 국가는 좀 다릅니다. 형태는 법인이지만 주주 수가 적으면 법인세가 아니라 소득세로 분류합니다. 즉, 그 기업이 한국에 있었으면 법인세로 분류될 세금이 소득세로 집계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분류 기준의 차이 때문에 OECD 국가와 비교하여 한국의 법인세 부담률이 높아 보이고 소득세 부담률은 낮아 보이는 착시 효과가 있습니다.

두 번째는 기업소득과 가계소득 비중 문제입니다. 법인세와 소득세는 둘 다 소득에 부과되는 세금입니다. 법인세는 기업소득에, 소득세는 가계소득에 부과됩니다. 기업소득과 가계소득 비중이 다르다면 역시 비교하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한국은 OECD 평균보다 기업소득 비중이 매우 높습니다. 이런 차이 역시 한국의 법인세 부담률이 높아 보이고 소득세 부담률이 낮아 보이는 착시 효과를 만들어 냅니다.

법인세와 소득세의 분류기준의 차이 그리고 과세 대상이 되는 소득 비중의 차이가 있다면 OECD 평균과 단순히 비교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같은 시점에서 다른 나라와 비교하는 방법에 한계가 있다면 과거 추이를 분석하는 접근이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국민들이 체감하는 세부담 정도를 고려하기 위해서도 과거 추이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급격히 증가한 소득세와 제자리 걸음인 법인세

아래 그래프는 최근 5년간 법인세와 소득세 징수액입니다. 2011년에는 법인세가 소득세보다 많았습니다. 2012년에 두 세금이 거의 비슷해졌고, 2013년에 소득세가 법인세를 역전합니다. 2014년, 2015년에 차이가 점점 벌어져 2015년 기준으로는 소득세와 법인세 차이가 상당히 많이 납니다.

[그래프 1 : 최근 5년간 소득세와 법인세 징수액]
소득세vs법인세 그래프
 소득세vs법인세 그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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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법인세는 전년도와 비교하여 2013년과 2014년에 감소했다가 2015년에서야 조금 반등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기간 동안 연평균 증가율이 법인세는 0.1%에 그치고 있습니다. 반면, 소득세의 증가속도는 매우 빠릅니다. 매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특히 2014년과 2015년에는 전년대비 증가율이 10%를 초과하였습니다. 이 기간의 연평균 증가율이 거의 10%에 육박하는 9.5%입니다.

2015년과 2011년을 비교하면 법인세는 누적으로 0.2% 증가했지만 소득세는 43.5% 증가했습니다. 2015년의 소득세와 법인세의 차이는 15.7조원인데, 비율로는 35%의 차이입니다. 짧은 기간 동안 매우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표2 : 최근 5년간 법인세와 소득세 연도별 증가율]
 
5년간 소득세vs법인세. (자료 : 각 연도 국세통계연보, 국세청)
 5년간 소득세vs법인세. (자료 : 각 연도 국세통계연보, 국세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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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박근혜 정부 재임기간으로 좁혀 보아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명박 정부의 마지막 해인 2012년과 2015년을 비교하면 법인세는 오히려 줄었습니다. 반면, 소득세는 3년 동안 평균 10%씩 증가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소득세 증세는 확실하게 했지만, 법인세 증세는 하지 않았다고 평가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이러한 특징은 박근혜 정부시기에 있었던 세제 개편에서도 확인됩니다. 소득세의 경우 최고세율 적용구간을 하향 조정하고 금융소득 종합과세의 합산기준을 4천만 원에서 2천만 원으로 인하하는 등 실질적인 증세 조치가 많이 이루어졌습니다.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의 전환, 자영업자 소득파악률의 개선, 주식양도차익 과세대상 대주주 범위 확대 등도 소득세 증세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소득세 징수액을 세부내역으로 구분해 보면, 원천징수된 근로소득세와 종합소득 신고액의 증가가 가장 두드러집니다. 2015년과 2011년을 비교하면 원천징수된 근로소득세가 8.6조원 증가했고, 종합소득 신고액이 5.1조원 증가했습니다.

지난 5년간 세수 증대에는 유리지갑인 월급쟁이의 역할이 가장 컸다고 봐야 합니다. 이와 함께 최근 소득파악률이 대폭 개선된 자영업자도 상당한 역할을 했습니다. 내수경기 부진으로 많은 영세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에도 세금 납부의 역할은 충실히 이행했다고 봐야 합니다.

[표3 : 소득세 징수액 세부내역]
소득세 세부 내역. (자료 : 각 연도 국세통계연보, 국세청)
 소득세 세부 내역. (자료 : 각 연도 국세통계연보, 국세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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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법인세 쪽은 그리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최저한세율(세금감면 포함 최소 세금부담률)을 인상하고 일부 공제감면을 축소한 것은 사실이지만 소득세와 비교하면 그 효과는 크지 않습니다. 임시투자세액공제가 대폭 축소되었지만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가 신설되면서 그 효과가 일부 상쇄되었습니다. 결정적으로 세율을 변동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증세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기업들이 역할을 해야할 때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확장적인 재정정책이 필요한 시기에 세수 증대의 역할을 근로소득자와 자영업자가 담당해 왔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법인세 증세가 더 시급합니다. 최근의 급격한 증가를 고려할 때 소득세는 세율 인상보다는 그동안 과세하지 않고 있던 소득을 과세하는 정도가 적절합니다.

법인세 증세 방안으로 공제감면의 일부 축소는 금액적 측면에서 그 효과가 매우 제한적입니다. 법인세율 원상회복이 필요합니다. 현재 야당이 발의한 부분적인 원상회복이 아닌 전면적인 원상회복으로 방향을 잡아야 합니다. 법인세 증세냐 소득세 증세냐의 논란. 결론은 명확합니다. 이제는 기업들이 역할을 할 때입니다.

덧붙이는 글 |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의 정책위원으로 활동 중입니다.



태그:#법인세 증세, #법인세 제자리, #소득세 대폭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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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조세재정팀장과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으로 일하는 회계사입니다 '숫자는 힘이 쎄다'라고 생각합니다. 그 힘 쎈 숫자를 권력자들이 복잡하게 포장하여 왜곡하고 악용하는 것을 시민의 편에 서서 하나하나 따져보고 싶습니다.

공연소식, 문화계 동향, 서평, 영화 이야기 등 문화 위주 글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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