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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단면과 바람벽에 나붙은 메모지들은 저마다의 사연들을 담고 있다.
 나무의 단면과 바람벽에 나붙은 메모지들은 저마다의 사연들을 담고 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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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섬마을 들녘에도 우리들 마음에도 바람이 인다. 우리 일행은 그 바람을 따라갔다. 여름날의 갯바람 따라 찾아간 곳은 거제도 바람의 언덕이 아니다. 여수 돌산도의 멋진 카페 '언덕에 바람'이다.

일정에 없이 이렇게 문득 떠나는 여행도 즐겁다. 부담 없이 그냥 편하기 때문이다. 생각지 않았던 큰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이유도 있다. 눈앞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들, 스쳐가는 바람과 구름, 초여름 풍경들이 차창으로 시시각각 다가오는 섬마을은 퍽 인상적이다. 굽이굽이 돌아 돌고 돌아가는 길은 드라이브 코스로도 인기다.

눈앞에 나타난 카페가 진짜 멋지다. 예쁜 황토 집 두 채와 예스런 카페가 잘 어우러졌다. 카페 건물을 온통 뒤덮고 있는 담쟁이덩굴의 푸른 이파리도 싱그럽다. 빛바랜 창문과 담쟁이 이파리가 썩 잘 어울린다. 창문 너머로 끝없이 펼쳐진 망망대해도 멋지다. 눈길 닿는 곳마다 다 새롭다.

찻잔에 띄운 꽃잎... 구절초는 향기롭게 행복은 새록새록

잔디밭 파라솔 아래에는 중년 부부가 앉아있다.
 잔디밭 파라솔 아래에는 중년 부부가 앉아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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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멀리 자그마한 섬 횡간도가 보인다.
 저 멀리 자그마한 섬 횡간도가 보인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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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밭 파라솔 아래에는 중년 부부가 앉아있다. 해변 가장자리 나무 꼭대기에는 나무로 조각해 매달아 놓은 비행기 한대가 제자리 비행 중이다. 푸른 바다에는 간간이 어선이 물살을 가른다. 저 멀리 자그마한 섬 횡간도가 보인다. 작은 섬마을에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완도군 소안면에 딸린 섬 횡간도는 77가구에 120명(2010년)이 산다.

찻잔에 구절초 꽃잎을 띄웠다. 구절초가 향기롭게 피어난다. 찻잔에서 행복이 새록새록 피어난다. 이곳에 앉아 차 향기를 맡고 있노라니 참 편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게 힐링이 아닐까 싶다. 가끔은 전망 좋은 카페나 찻집에서 이렇듯 자연의 향기를 느껴보는 것도 좋을듯하다. 여름날에 마시는 따뜻한 차 한 잔이 정말 감미롭다.

빛바랜 사연들을 읽어보는 재미도 제법 쏠쏠하다.
 빛바랜 사연들을 읽어보는 재미도 제법 쏠쏠하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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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 이파리가 있는 창가 풍경이 이토록 아름답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담쟁이 이파리가 있는 창가 풍경이 이토록 아름답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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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잔에 구절초 꽃잎을 띄웠다. 구절초가 향기롭게 피어난다.
 찻잔에 구절초 꽃잎을 띄웠다. 구절초가 향기롭게 피어난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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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집은 세월의 더께처럼 소품도 하나 둘 늘어나 아기자기하다. 다녀간 이들이 빼곡하게 적어놓은 빛바랜 사연들을 읽어보는 재미도 제법 쏠쏠하다. 나무의 단면과 바람벽에 나붙은 메모지들은 저마다의 사연들을 담고 있다.

따스한 구절초 차 한 잔이 목젖을 따고 넘을 때면 여름과 가을 향기가 동시에 느껴진다. 창가의 담쟁이는 무심한 듯 갯바람에 흔들린다. 담쟁이 이파리가 있는 창가 풍경이 이토록 아름답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카페 주인장 "그냥 세월 가는지 모르고 살았습니다"

한때 음악을 하기도 했다는 이곳 주인장이다.
 한때 음악을 하기도 했다는 이곳 주인장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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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음악을 하기도 했다는 이곳 주인장은 어떻게 이곳에 정착하게 되었을까. 그저 먹고 살기 위해 카페 문을 열었다는 노부부가 참 멋스럽게 보인다. 먹고 살만큼 손님들이 찾아준다는 이곳, 언덕에 바람은 주인 부부가 처음 이곳에 왔을 당시 언덕에 부는 바람이 너무 좋았다고 한다. 그래서 카페 이름은 '언덕에 바람'이 되었다.

"처음 저희 부부가 여기 왔을 때 이 언덕에 바람이 많이 불었어요. 20년 전 초봄이었지요."

마음이 착잡할 때면 한번쯤 찾아가 볼만한 멋진 곳이다. 힐링이 필요할 때도 좋다. 어느 날 갑자기 구절초 차 한 잔이 생각날 때면 나 역시 이곳을 다시 찾아갈 것이다.

그들 부부(71, 이충신)는 말한다. 그냥 세월 가는지 모르고 살았노라고, 그의 아내는 그냥 자연에 빠져서 살았노라고... 추임새를 넣었다.

"그냥 세월 가는지 모르고 살았습니다."
"그냥 자연에 빠져서 살았습니다."

카페 입구에 있는 예쁜 황토집이다.
 카페 입구에 있는 예쁜 황토집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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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절초 차 한 잔이 생각날 때면 다시 찾아가고픈 곳이다.
 구절초 차 한 잔이 생각날 때면 다시 찾아가고픈 곳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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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블로그 '맛돌이의 오지고 푸진 맛'에도 실을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여수 돌산도, #언덕에 바람, #구절초 차, #맛돌이, #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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