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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은 작은 것들은 사소하게 여기거나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

중국 북송(北宋) 시대에 장과이야(張乖崖)가 숭양(崇陽) 지방 현령으로 있었을 때의 일이다. 어느날 그가 관아를 순찰하고 있었는데 한 관원이 황급히 뛰어 나오는 걸 보게 되었다. 이를 수상쩍게 여겨 그를 잡아 조사하니 상투 속에서 엽전 한 닢이 나왔다. 그 엽전은 창고에서 훔친 것이었다.

장과이야는 판결문에 이렇게 적었다.

"하루에 1전이면 천일에 천전이요(一日一錢 千日千錢), 먹줄에 쓸려 나무가 잘라지고 뚝뚝 떨어지는 물방울이 돌에 구멍을 뚫는다(繩鋸木斷 水滴穿石)."

그러자 그 관원이 엽전 한 닢 훔친 게 뭐 그렇게 잘못된 일이냐고 항변하였다. 장과이야는 바로 그의 목을 베어버렸다고 한다.

이 이야기가 우리에게 전하는 교훈은 '아무리 사소한 잘못이라 할지라도 그런 것들이 모이면 큰 재앙을 부르게 되며, 그러한 나쁜 결과를 초래하지 않기 위해서는 애초에 악습의 근원을 없애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 제63장에서는 "아무리 복잡한 일이라도 사소한 것에서 비롯되고 그지없이 큰일도 지극히 작은 일로 말미암아 일어난다(天下難事必作於易 天下大事必作於細)"고 했다. 그리고 제64장에는 "아름드리 큰 나무도 터럭 끝만 한 씨앗에서 싹이 트고 아홉 층 높은 집도 낮은 바탕이 있은 다음에 세워지며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合抱之木生於毫末 九層之臺起於累土 千里之行始於足下"라고 했다.

그 비슷한 의미로 쓰이는 표현들이 바로, 작은 물방울이라도 끊임없이 떨어지면 결국엔 돌에 구멍을 뚫는다는 점적천석(點積穿石), 흙이 쌓여 산이 된다는 적토성산(積土成山)이나 한 방울 한 방울의 물이 쌓여 연못이 된다는 적수성연(積水成淵), 그리고 산에서 졸졸 흐르는 물이 바위를 뚫는다는 산류천석(山溜穿石)이 그렇다.

약속 시간에 조금 늦는다든지, 작은 것이라고 아끼지 않고 함부로 쓰거나 낭비해버린다든지,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 끝까지 진지하게 최선을 다하지 않고 적당하게 마무리 한다든지, 마감 시간이나 약속 시간이 다가오는 데 '아직은 괜찮겠지' 라며 여유를 부린다든지 하는 태도나 행위들은 사회 전반에 걸쳐 흔하게 그리고 광범하게 목격할 수 있다. '이 정도만 해도 되겠지?' 라는 적당주의나 대충주의가 그렇고, '이렇게 또는 이 정도한다고 무슨 별 일이야 있을라고?' 생각하는 무사안일주의나 무사태평주의 경향이 그러하다.

'티끌 같은 먼지가 모여 태산이 된다(塵積爲山)'는 말은 들어서 잘 이해하고 있지만 그 작은 티끌에 대하여 의미를 부여하거나 가치를 두려하지는 않는 편이다.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미리 미리 준비하고 열심히 하지 않으면서 여유를 부리는 사람들이 그렇고, '이 정도는 마셔도 괜찮겠지'라며 음주운전을 하는 사람들이 그러하다. '이 정도만 해둬도 괜찮겠지?', '아직은 괜찮겠지?' '이 쯤 해도 되겠지?' '설마 무슨 일이 있으랴?'라는 안이한 객기랄까 괜한 여유를 부린다. 설마가 사람 잡는 경우가 있다. 매사 조심하지 않으면 큰 화를 불러올 수 있다.

필자는 이러한 심리적 증후군을 '마티즈 증후군'이라고 명명하기로 하였다. 마티즈는 우리나라 최초의 경자동차였던 티코의 후속 모델로 출시되어 꾸준히 많이 팔리고 있는 경자동차의 대명사라 할만하다. 마티즈와 같은 경자동차는 크기가 작다보니 운전자가 후진을 할 때에 아직은 여유가 많다고 생각하고 계속 후진을 하다가 결국 뒤에 있는 장애물에 부딪히고 만다.

뒷부분이 찌그러진 마티즈와 같은 경차가 많다.
 뒷부분이 찌그러진 마티즈와 같은 경차가 많다.
ⓒ 김흥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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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언제부터인가 운전 중에 유난히 마티즈와 같은 경차들의 뒷부분이 찌그러진 경우들을 적잖게 목격하게 되었다. 그래서 눈에 띄는 대로 사진을 찍어두기 시작했다. 어떤 경우에는 일부러 시간을 내서 작심하고 주차장이나 길거리를 돌아다니면서 뒷부분이 찌그러진 경차들을 찾아 사진을 찍기도 했다. 요즘은 경자동차라 할지라도 옵션에 따라 후방 센서가 부착되어 출시되다보니 뒷부분이 찌그러진 차들이 현저히 줄어들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물론 경차 운전자들 가운데는 공간지각 능력이 남성에 비해 떨어진다는 여성 운전자들이 있을 수 있고 초보 운전자들도 있을 수 있어서 뒷부분을 부딪히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찌그러지거나 망가진 차들이 그냥 돌아다니는 이유는 뒤에서 다른 차가 추돌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잘못으로 후진하는 과정에서 부딪힌 경우여서 수리비가 자기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동료 교수는 나의 가설에 대해 조언하기를 '큰 차의 경우에는 그때그때 바로 수리해버리기 때문에 뒷부분이 찌그러진 차를 보기 힘든 것이 아닐까?'라는 지적을 해주기도 하였다. 그래서 그런 지적에 대한 반증으로 큰 차들의 경우에도 뒤가 망가진 채 돌아다니는 차들의 사진을 찍어둔 것들이 있다. 물론 사진 자료가 웬만큼 수집되면 찌그러진 경차를 몰고 다니는 운전자들에게 인터뷰 요청을 하여 그 이유들을 밝혀보고자 한다.

뒷부분이 찌그러진 경차들
 뒷부분이 찌그러진 경차들
ⓒ 김흥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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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마티즈 신드롬이 보편화되고 만연하게 되면 사회적으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큰 것이나 대단한 것들만 소중하게 여기거나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작은 것들은 사소하게 여기고 소홀히 다루는 심리적 증후군이 만연하게 된다면 미세한 작은 구멍이 큰 둑을 무너뜨리듯이 사회가 결국은 심각한 상황이나 사태에 직면할 수도 있는 것이다.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다음다음 날인 4월 18일자 한겨레신문에 "범인은 적당주의와 무책임이었다"는 제목의 사설이 실렸다. 엄청난 사고나 참사도 따지고 보면 사소한 부주의에서 비롯되는 적당주의나 대충주의가 빚어낸 산물임을 알 수 있다. 

대체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처음부터 끝까지 방침(方針)을 바꾸지 않고, 생각을 철저(徹底)히 관철(貫徹)한다"는 의미로 쓰는 표현인 철두철미(徹頭徹尾)함이 결여되어 있는 편이다. 우리가 흔히 지적하는 대충주의와 적당주의가 널리 퍼져있는 것이다. 그래서 각 분야별로 전문가나 프로페셔널, 명장이나 장인의 경지에 오르는 이들이 적은지도 모른다.

적당주의가 만연한 사회에는 사고의 가능성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독일의 경우 대형 안전사고가 발생한 경우가 별로 없음은 우연이 아니다. 독일 국민들에게서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라면 그들의 철저함과 철두철미함이다. 그들은 근면 성실할 뿐만 아니라, 매사에 주도면밀하고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 독일을 두고 그들의 강점을 얘기할 때에 자주 쓰는 단어가 바로 기본 원칙이라든가 구조물의 토대나 기초를 의미하는 튼실한 펀더멘털(fundamental)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쓰는 표현이 기초를 튼실하여 정성스레 쌓아올린 이른바 '공든 탑'은 쉽사리 무너져 내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서 '사소한 것'이라는 말의 표현에 대하여 부연적인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리처드 칼슨(Richard Carlson)이 쓴 책이 국내에서 번역출간 된 제목이 "우리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원제는 Don't sweat the small stuff... and it's all small stuff)이다. 그가 말하는 사소한 것이란 지나고 보면 정말 사소하고 별 의미도 없는 것들에 지나치게 연연하거나 머리를 싸매고 고민스러워하고 고통스러워 한다는 것이다. 그의 충고는 "사소한 것에 연연해하지 말라!"이다.

조금만 더 자세히 들여다본다면 실제로는 대단치 않은 일인데도 우리는 곧잘 흥분하곤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사소한 일에 끙끙대느라 정력을 낭비하고 인생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완전히 잃어버린 채 살아간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대개 자신이 가진 것에 대해 만족하고 감사하기보다 잘못된 점과 그것을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에 집착한다. 항상 무언가 잘못되고 부족하다는 생각에 시달린다. 현재의 자신에 만족하지 못하다보니 더 조바심을 내고 남과의 경쟁에서 이기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그의 말대로 사람들은 완벽에 대한 욕구와 내적 평화에 대한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게 되는 데 결국 어느 한쪽을 선택하고 만다.

뒷부분이 찌그러진 경차들
 뒷부분이 찌그러진 경차들
ⓒ 김흥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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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쓸 데 없는 걱정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옛날 중국 기(杞)나라에 살던 한 사람이 '만일 하늘이 무너지면 어디로 피해야 좋을 것인가?' 하고 침식을 잊고 걱정하였다는 데서 유래한 기우(杞憂)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불완전한 상태에 만족하라는 것은 어떤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을 그만 두라는 말이 아니다"라고 지적한다.  단지 삶의 잘못된 점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그것에만 초점을 맞추는 데 있다는 것이다. 잘못된 점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매달리는 것은 결국 강박관념에 빠지게 만들어 정신건강을 해치게 되고 결국 불행을 느끼도록 만든다. 그래서 그의 결론은 "사소한 것들로 인해 골치를 썩이지 말아야 한다"이다.

그런데 조나단 티슈(Jonathan M. Tisch)는 리차드 칼슨의 주장과는 달리 그의 저서 "우리의 힘(The Power of We)"에서 "사소한 것은 결코 사소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어떤 일이든 실패는 사소한 것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눈썹 한 가닥은 아주 작고 미세해서 어디에 떨어지면 찾을 수도 없는 것이지만 만약 고급 호텔의 객실 탁자 위나 고급 레스토랑 식탁 위의 유리잔에 붙어있다면 소중한 고객을 영원히 잃어버릴 수 있고 그 호텔이나 레스토랑의 이미지 실추에 결정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든 또 다른 예들로는 이력서에서 발견되는 한 글자의 오타, 블라우스나 넥타이의 작은 얼룩, 면접 시에 얘기한 부적절한 한 마디, 잘못 부른 상대방의 이름 등은 생각보다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자신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들까지 피곤하게 만들 정도로 사소한 일에까지 관심을 가지고 모든 것을 완벽하게 처리하기 위해 노력한다. 또 어떤 이는 사소한 일에 관심을 갖는 것은 따분하고 삶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라는 태도를 취한다. 그러나 후자의 태도나 삶의 방식은 결국 자신에게 커다란 손실을 입히게 된다. 그래서 그의 결론은 "작은 일에도 신경을 쓰도록 하라. 사소한 것 하나가 여러분에 대한 평판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때로는 사소한 것이 소중한 경우가 있다. 사소한 것을 놓치면 큰 것도 놓칠 수가 있다. 작은 불씨 하나가 큰 산을 태워버릴 수 있고, 항공기의 작은 나사못 하나가 잘못되면 대형 참사를 불러올 수 있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사소한 것'과 마티즈 신드롬에서 지적하고자 하는 사소한 것은 그 의미가 다른 것임을 분명히 구별하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작은 것이나 사소한 것도 모이면 커지고 그것이 큰 의미를 지닌다는 것을 강조하는 긍정적인 표현이 바로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속담이고 사소한 것이나 작은 것을 소홀히 하다가 아주 심각한 사태나 좋지 못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부정적인 표현은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속담일 것이다.

'사소한 것'에 대한 양극단의 상반된 가치 즉, '완벽에 대한 욕구'와 '내적 평화에 대한 욕망'에 대하여는 경제적 계산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사소한 것에 대하여 지나치게 집착하느라 전전긍긍하며 스트레스를 받거나 정력을 낭비함으로써 정신건강을 해치기도 하고 그로 인해 육체적 질병에 시달리는 개인적 대가를 치를 수도 있겠으나 대충주의나 적당주의가 사회적으로 만연하게 되면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세월호 참사나 대구 지하철 참사와 같은 더욱 심각하고도 엄청난 사회적 대가를 지불해야하는 것이다.

따라서 긍정적인 의미에서든 부정적인 의미에서든 간에 사소한 것, 작은 것을 경시하거나 소홀히 하다 보면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하는 좋지 않은 결과가 초래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조심은 아무리 해도 지나침이 없다'는 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사소한 부주의가 대형 참사나 큰 재앙을 부르기 때문이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속담에서의 '한 걸음'이나, 최종 목표치에 1%가 모자라도 완전한 성공이 아니듯 그리고 물이 100도가 아닌 99도에서는 끓지 않듯이 '1도'의 의미는 결코 사소한 것이 아니다.

중국의 경영 컨설턴트 왕중추(汪中求)는 그의 책 '디테일의 힘(Power of detail)'에서 백 가지를 다 잘했어도 한 가지를 잘못하면 허사라고 지적한다. 그의 주장은 '100-1=0'이 될 수 있을 만큼 1처럼 사소한 것이 치명적 비중을 차지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The devil is in the details)"는 서양의 관용구는 디테일, 그 사소함이 치명적일 수 있음을 우리를 일깨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경상대 경영학과 교수입니다.



태그:#마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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