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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시계 없이도 살 수 있는 삶을 살고 있어요. 정신적으로 풍요로워졌고요. 경제적으로는 궁핍해졌지만요."(웃음)

2013년 4월, 서울 관악구 낙성대역길 골목에 작은 카페가 문을 열었다. 30대 주부와 직장인의 독서모임 공간 카페몽실. MBC 예능프로그램 <능력자> 추리 능력자 편에도 등장한 이 카페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처음엔 그저 책이 좋아 책을 읽다, 누군가와 함께 읽고 싶어 집 서재를 통째로 옮겨 북카페를 만들었어요."

카페를 계약하고 문을 열기까지 한 달이면 충분했다. 10년 이상 일한 법률사무소도 나왔다. 올해는 1인 출판사 몽실북스까지 차린 그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그의 명함에 새겨진 직함은 대장이었다. 듬직한 대원들이 뒤에서 그를 받쳐주고 있는 모습이 떠올랐다. 지난 11일 주연지 대장을 카페몽실에서 만났다.

카페몽실. 낙성대역 5분 거리에 위치.
 카페몽실. 낙성대역 5분 거리에 위치.
ⓒ 김광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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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3역으로 살아가기

그는 법률사무소에서 초 단위 삶을 살면서도 한 달에 책을 10권 이상 읽었다. 그런 그가 지금은 한 달에 네 권밖에 읽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직장 생활하던 때 이상으로 손이 많이 가는 일들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작은 가게 '카페몽실', 독서모임 '몽실북클럽', 출판사 '몽실북스'까지 운영하며 1인 3역 이상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북카페를 차릴 때, 지금의 모습을 모두 계획한 것은 아니었다.

"추진력이라고 해야 하나? 말로 내뱉으면 바로 실천하는 사람이에요. 북카페는 쉰 살이 넘어서 할 것이라 생각했었어요. 북카페를 시작할 때, 책 10권 살 돈은 벌자 했는데, 안 되는 거예요.(웃음) 1인 출판사를 시작할 때는 그동안 친분을 쌓은 출판사 사장님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주셨어요. '통장에 10억 원은 있어야 할 수 있는데….' 그러시는 거예요. 용감하다고 하시더라고요."

북카페는 곧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 장소가 됐다. 경영난이 있어도 가게를 닫을 수 없는 공간이 된 것이다. 지금은 남편의 도움으로 운영하고 있다.

첫 책은 카페몽실을 소개하는 책을 만들려고 했지만 독자층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그래서 눈을 돌린 것이 일본 외서였다.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았다. 1인 출판사에게 외서 판권을 주려는 에이전시가 없었다. 일본 소설에서 중국 소설로 눈을 돌렸다. 마옌난의 추리소설 <사신의 술래잡기>다.

"번역자도 한국인이 아니고 중국인이에요. 대학원생인데 옆집에 살거든요. 어느 날 갑자기 진행되는 거예요. 류정정 친구가 번역 봉사를 한 거죠. 자기 돈으로 책을 사서 선물도 해요. 마케팅은 카페 회원들이 알아서 해줘요. 직접 책을 사서 리뷰 이벤트도 진행하고요. 카페 스태프들도 도움을 주고요. '손안의책' 사장님에게는 지류부터 인쇄까지 도움을 받았고요. 저는 말 그대로 책만 만들었어요. 다 갚아야죠. 돈이 아닌 다른 것으로."(웃음)

계속 도움을 받아서 1인 출판사를 운영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지 않으냐는 물음에 그는 답했다.

"처음 터를 잡아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추리소설 읽는 사람들은 카페몽실을 알거든요. 이 정도인데 못하면 안 되겠죠."

몽실북스 주연지 대장
 몽실북스 주연지 대장
ⓒ 김광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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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가 같이 읽는 책 만들기

그는 두 번째 책을 준비하고 있다. 하버트 조지 웰스의 <마술가게>, <눈먼 자들의 나라>, <초록문>과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목소리 섬>, 나다니엘 호손의 <패더탑>, 로드 던세이니의 <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 총 6편이 실린 단편집 <마술 가게>다.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텀블벅에서 7월 28일까지 진행되는 '3대 같이 읽는 책 만들기' 프로젝트다.

"사신의 술래잡기에는 살인 등의 표현이 나와요. 어린 아이들은 읽을 수가 없어요. 그런데 손자가 읽고 싶어 하는 거예요. 할머니가 만든 책인데, 왜 못 읽게 하냐면서요."

그래서 그는 초등학생이 읽어도 공감이 되는 선물하고 싶은 책을 만들기로 했다. 최주원 번역자와 함께 진행하고 있다. 소소하지만 도서 정가의 1%는 어려운 환경에 처한 이들을 돕는 데 쓰인다.

"저작권이 만료된 책이라서 작가 인세가 없어요. 조금만 빼서 기부하면 좋겠다 했는데, 수익의 몇 %는 수익이 정확히 얼마인지 모르잖아요. 수익의 10%보다 정가의 1%로가 멋있을 것 같았어요."

야(夜)한밤독서모임

카페몽실에는 날밤을 까고 책을 읽는 '야(夜)한밤독서모임'도 있다. 네이버 몽실북클럽이나 카페몽실 블로그에서 신청하면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다.

"매월 첫째 토요일에 카페몽실에서 밤새워서 책을 읽는 거죠. 서로 책도 선물하고, 책에 대한 숙제도 내주죠. 책 하나로 소통이 되는 거예요. 책이란 게 그래요. 똑같은 책을 읽어도 나는 슬프지만 다른 사람은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어요. 그러면 그 부분을 다시 읽게 되는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의 다른 느낌을 듣는다는 게 아주 중요한 것 같아요. 사람이 편협해지지 않고, 편독하는 습관을 고칠 수가 있고요."

카페몽실 사용설명서, 夜한밤독서모임 소개서
 카페몽실 사용설명서, 夜한밤독서모임 소개서
ⓒ 김광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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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몽실
 카페몽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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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카페몽실을 '개미지옥'이라고 표현했다. 이 카페에 들어오면 시간 가는 것을 잊는다는 것.

"책따가 있어요. 책을 읽는다고 하면 동네 아줌마들이 '너 책 읽어?' 이렇게 약간 비꼬는 식으로 말하죠. 엄마들끼리 만나면 막걸리도 먹고 해야 하는데 집에서 매일 책만 읽는다는 식으로 따돌리는 경우가 있는 거죠. 그래서 책을 읽는다고 함부로 말을 못하는 거예요. 자녀가 책을 읽는 것만 소중하게 생각하는 거죠. 여기서는 책 이야기를 할 수 있어요. 책 읽기로 스트레스를 푸는 거죠."

7월에 읽으면 좋은 소설은 무엇일까? 미스터리 작가 미쓰다 신조의 <흉가>를 추천했다.

"제목부터 섬뜩하잖아요. 읽으면 시원할 거예요."

그는 북카페를 콘셉트로만 운영하면 망한다고 단언했다.

"진짜 책이 좋아서, 내가 읽고 싶은 책을 남에게 권하고 싶어서 하면 괜찮아요. 그리고 돈을 생각하고 해선 안 돼요. 시간적, 정신적 여유를 즐기고 싶으면 북카페를 해도 돼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월간 <세상사는 아름다운 이야기>에 7월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몽실북클럽(cafe.naver.com/mongsilbook)에서 독서모임 신청할 수 있으며, 텀블벅 크라우드펀딩(tumblbug.com/mongsil)에서는
3대가 책 같이 읽는 책 만들기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태그:#카페몽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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