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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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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피는 꽃 중 향기가 나는 꽃은 뭘까요? 많은 사람들은 요즘 피는 백합을 많이 생각할 겁니다. 백합꽃 향기도 좋지만, 잉글리시라벤더 꽃향기도 둘째라면 서러울 겁니다. 허브향에다 꽃에서 뿜어내는 향기까지 더하니, 가히 최고입니다.

우리 집은 열 개 남짓 화분에 잉글리시라벤더를 키웁니다. 손으로 잎사귀를 흔들어주고, 손끝을 코끝에 갖다 대면 허브향이 기분을 좋게 합니다. 아프던 머리도 맑게 합니다. 요즘은 보라색 꽃을 피워 향기가 더합니다.

며칠 전, 아내와 딸내미랑 근사한 호텔 레스토랑에 갔어요. 집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 가끔 들르곤 합니다. 그곳은 음식도 음식이지만, 허브로 꾸민 정원이 볼만합니다. 화단이 온통 잉글리시라벤더로 장식됐습니다. 양옆 길과 언덕, 그리고 언덕 아래 길에까지 심을 만한 곳은 죄다 잉글리시라벤더로 동산을 이뤘습니다. 처음 이곳을 찾은 딸내미는 만개한 보라색 꽃과 향에 취해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합니다.

"엄마, 이게 다 허브야? 우리 집에 있는 거랑 똑같네!"
"잉글리시라벤더라 해!"
"세상에! 이렇게 무더기로 꽃이 피니까 장관이에요!"
"꽃세상은 이런 걸 두고 하는 말 아니겠어?"

가느다란 꽃대가 살랑살랑 흔들립니다. 보라색 꽃무리가 초록초록 물결을 이루며 바람에 출렁입니다. 꽃물결에 흔들린 향긋한 꽃냄새는 코끝을 간질입니다. 꽃향기에 취한 꿀벌들이 사족을 못쓰는 것 같습니다. 이 꽃에서 저 꽃으로 연신 옮겨 다니며 고개를 처박습니다.

잉글리시라벤더는 '허브의 여왕', 또 '향의 여왕'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라벤더를 대표합니다. 라벤더는 라틴어 'Lavare'로 '씻는다'는 뜻이랍니다. 말 그대로 라벤더는 샴푸나 입욕제 등의 주성분으로 쓰인다고 합니다. 라벤더 잎과 꽃은 식용이 가능합니다. 특히, 뜨거운 물에 꽃을 우려내 몸을 씻으면 불면증과 두통 해소에 도움이 되고, 또한 스트레스도 풀린다고 합니다. 꽃향기는 꿀벌과 나비들을 불러들여 생태계에도 매우 이로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잉글리시라벤더는 빛이 바랜 초록 상태로 겨울을 견뎌냅니다. 봄에는 서서히 초록을 되찾아 생명의 신비를 느끼게 합니다. 봄 끝 무렵, 가느다란 꽃대가 쑤욱 올라와 꽃봉오리가 맺힙니다. 6월 초부터 꽃봉오리에 연보라색의 아주 작은 꽃이 피기 시작하면서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습니다.

잉글리시라벤더는 7월 초에 꽃을 수확합니다. 그러고 한 달 뒤에 꽃봉오리가 다시 올라오고, 두 번째 꽃을 피워주는 참 신비한 작물입니다. 우리는 라벤더 꽃화단을 바쁠 것도 없이 서서히 걷습니다. 마음의 여유가 이런 게 아닌가 싶습니다. 딸내미는 핸드폰을 꺼냅니다.

"엄마 여기가 좋겠어. 미소와 함께 멋지게! 우리 엄만 꽃보다 더 이쁘다니까!"

딸의 넉살에 아내는 기분이 좋은 모양입니다. 세상의 모든 꽃은 아름답습니다. 하찮은 잡초에서 올라온 꽃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름다운 세계가 펼쳐집니다. 꽃은 홀로 피는 곳보다 함께 어울려 피워야 아름다움을 더합니다.

우리는 흔히 꽃보다 사람이 아름답다고 합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도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모여 꽃보다 더 아름다운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어울려 보랏빛 향기를 내뿜는 잉글리시라벤더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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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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