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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불출마와 집단지도체제 회귀 시도. 26일 새누리당 동향 관련해서 주목할 만한 뉴스들이다.

모두 차기 대선까지 당을 이끌 차기 지도부를 가늠할 수 있는 이슈로 볼 수 있었다. 일단, 친박(친박근혜)계 좌장인 최경환 의원이 8.9 전당대회 불출마 의사를 굳혔다는 얘기는 향후 당대표 경선에서 단일화 가능성이 큰 비박(비박근혜)계의 승리 가능성을 점칠 수 있었다. 반면, 일부 친박 의원들이 앞서 혁신비상대책위원회에서 결정한 지도체제 개편을 원점으로 되돌리려 한다는 소식은 이 같은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꼼수'로 해석됐다.

그러나 이 사안들은 곧장 '사실무근'으로 반박됐다. 최 의원 측은 "조만간 입장을 정리해 발표할 것"이라며 전대 출마 여부를 놓고 아직까지 고심 중이라고 밝혔다. 지도체제 개편 가능성에 대해선 친박 내부에서조차 "있을 수 없는 일"로 못 박았다.

즉, 해프닝인 셈이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이를 차기 당권을 둘러싼 물밑 신경전의 결과물로 보고 있다.

최경환 측 "아직 룰도 결정 안 됐는데, 입장 곧 정리한다"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오른쪽)과 최경환 의원이 10일 오전 과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열린 2016 정책워크숍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오른쪽)과 최경환 의원이 10일 오전 과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열린 2016 정책워크숍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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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한테는 얘기를 안 듣고..."

친박(친박근혜) 핵심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 측 관계자의 말이다. 세계일보가 이날 복수의 친박 측 의원들의 발언을 인용해 '최 의원이 8.9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에 불출마할 것'이라고 보도한 것을 정면으로 부인한 것이었다.

이 관계자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최 의원은) 총선 전부터 다른 의원들과 기자들을 만나 '전당대회에 나가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말했는데 이를 들은 누군가가 대단한 얘기를 들은 것처럼 기자에게 전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아직 전대 출마 여부를 놓고 최종 결정을 못 내린 최 의원이 기존의 입장과 별반 다르지 않는 입장을 밝힌 것을 두고 누군가가 성급하게 '불출마'라고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전대 출마를 기정사실화 한 것은 아니었다. 이 관계자는 "조만간 입장을 정리해 발표할 것"이라며 "아직 전대 룰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고 누군가 공식 출마선언을 한 상태도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다른 친박 중진 의원도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최 의원이 전대에 불출마한다는 얘기는 전혀 들은 적 없다"며 관련 보도를 부인했다.

결국, 출마 당사자의 입장은 변한 게 없는데 이를 둘러싼 주변 인사의 '해석'을 놓고 설왕설래가 오간 셈이다. 그러나 이는 역설적으로 현재 최 의원이 차지하는 무게감을 실감케 하는 일이기도 했다.

현재 친박계에서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힌 이는 원유철·이정현·이주영·홍문종 의원 등 총 4명이다. 지도체제를 바꾸면서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 선출하게 됐는데도 '1위만이 살아남는' 당대표 경선에 같은 계파에서 4명이나 나선 것이다. 현재 비박계 후보로 정병국, 김용태 의원 정도가 거론되는 것과 비교되는 상황이다.

후보 단일화 가능성도 낮다. 이정현·이주영 의원 등은 이미 레이스를 완주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당내에서는 홍문종 의원이 친박계 맏형으로 꼽히는 서청원 의원을 찾아가 '단일화 중재'를 요청했다는 말도 나돌았다.

최 의원은 이 같은 계파 상황을 정리할 '독보적인 후보'로 꼽혔다. 이 때문에 최 의원도 전대 출마 가능성을 닫지 않았다. 오히려 최근 현역 의원 등 당내 인사들과 자주 모임을 하면서 당권 도전을 위한 바닥을 다지는 중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최경환 불출마'가 기정사실로 보도된 것 자체가 '견제구'라는 얘기도 나온다. 비박뿐만 아니라 이미 당권 도전을 선언한 친박 주자에게도 그는 달갑지 않은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또 최 의원의 출마 여부와 관계 없이 친박 주자 간 교통정리가 쉽지 않은 것임을 시사한 것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전대 출마 의사를 밝힌 한 중진 의원 측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최 의원이 전대에 나오지 않을 것이란 얘기는 오래된 것"이라며 "아무래도 밑바닥 당원들이나 지방에서는 총선 책임론에 대한 얘기가 많다"고 말했다.

"친박이 지도체제 개편 백지화 시도? 누군가 플레이 하는 것"

새누리당 김희옥 비상대책위원장과 정진석 원내대표, 비대위원들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혁신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희옥 비상대책위원장과 정진석 원내대표, 비대위원들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혁신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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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불출마'보다 앞서 불거진 '집단지도체제 회귀' 논란도 계파 간 신경전과 당권주자 간 셈법이 교차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4일 의원총회 등을 거쳐 당 지도체제를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로 개편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이번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 선출하기로 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친박계에 불리한 '판'으로 작용했다. 앞서 지적했듯 친박계 당권주자들이 난립하면서 비박계에 반사이익을 줄 가능성이 커진 것. 이에 일부 친박 의원들이 의원총회를 통해 이를 백지화하려 한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하지만 이 역시 해프닝으로 귀결되는 모양새다. 계파를 불문하고 지도체제 회귀에 대한 비토 정서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친박 측이 비박의 '공작'을 의심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친박 성향의 당 관계자는 "(친박 주도로) 의원총회에서 그를 다시 바꾼다면 여론이 뭐라고 그러겠나, 우리 측의 부담만 커질 일"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또 "1부 리그(당대표)에 나서기에는 부담스럽고 2부 리그(최고위원)에 나서자니 부끄러운 사람들이 하는 얘기일 것"이라며 지적했다.

친박 성향의 또 다른 의원도 "누군가 플레이를 하는 것 같다, 친박계에서 뜻을 모아 정했거나 논의된 적도 없는 사안"이라며 잘라 말했다. 특히 그는 8.9 전당대회와 관련해 당내에 친박계를 향한 마타도어가 진행되는 것 같다고도 말했다. 그 예로는 전당대회 날짜를 놓고 벌어졌던 당내 논란을 들었다. 그는 "그건 (비박) 권성동 사무총장이 주도해서 한 일인데 마치 친박 측에서 주도한 일처럼 성토한다, 비신사적인 행동"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은 26일 오후 권성동 사무총장 후임으로 박명재 의원(경북 포항남·울릉) 의원을 내정했다.

2013년 포항 남·울릉 지역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2016년 재선에 성공한 박 의원은 계파색이 비교적 엷은 인물로 평가된다. 8월 9일 전당대회를 관리해야 할 그에게는 총선 백서 발간과 전임 권 총장이 추진하려던 모바일 사전투표 도입 등의 숙제가 있다.


태그:#최경환, #박명재, #새누리당, #친박, #집단지도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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