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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빌어먹을 직업을 그만두고픈 이유

대박이 나야 하는 까닭
16.06.26 13:05l

검토 완료

이 글은 생나무글(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나는 50대 후반의 경비원이다. 올해로 5년째 근무하고 있다. 주근보다 야근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박봉이다. 휴가와 연차는 그림의 떡이다. 이런 까닭에 투잡의 개념으로 글을 쓰고 있다.

글쓰기를 오랫동안 연마한 덕분에 언론과 기관의 시민기자와 리포터 등을 병행한다. 그러면 원고료와 취재비가 주어지는 때문이다. 작년에 뜻한 바 있어 책을 냈다. '경비원 홍키호테'라는 책인데 경비원으로 일하면서 느끼는 애환 따위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홍키호테'가 제목이 된 연유는 내가 평소 '돈키호테'처럼 엉뚱한 일을 잘 해서 붙여진 것이다. 그럼 어떤 엉뚱한 짓(?)을 했는지부터 밝히고 볼 일이다. 우선 나는 초등학교조차 겨우 졸업한 무지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폐지된 <퀴즈 대한민국>과 <우리말 겨루기>라는 퀴즈 프로그램에 도 출전한 바 있다. 이는 치열한 공부 끝의 덕분이었음은 물론이다. 다음으론 각종의 문학공모전에서 받은 상과 상장이 자그마치 100개도 넘는다.

이 또한 30년 이상의 독학과 독서를 멈추지 않은 때문에 가능했다. 아무튼 책을 발간한 뒤 행운이 이어졌다. 50년 전통의 모 언론사 취재본부장으로 낙점이 되었다. 비록 프리랜서라고 하지만 그 기쁨은 딸이 서울대에 합격한 만큼의 보람으로 느껴졌다.

최근엔 지역의 언론사 객원 논설위원으로도 위촉을 받는 보람이 있었다. 나는 정년퇴직이 3년 남았다. 그러나 그 안에라도 기회가 된다면 지금의 경비원직을 '훌훌 벗고' 나갈 작정이다, 같이 일하고 있는 동료 경비원들 중 상당수가 마음에 거미줄과 아울러 온통 부정적이고 이기주의적인 잡초들로만 무성한 때문이다.

주지하듯 경비원은 감정노동자 겸 육체노동(자)까지를 병행하는 직업이다. 그러나 그런 건 모두 감내할 수 있다. 하지만 견딜 수 없는 고충은 개개인의 지독한 에고이즘이다. 에고이즘(egoism)은 이기주의와 함께 자기중심주의 적인 성향의 사람을 뜻한다.

과도한 자만심 외에도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 또한 '에고이즘'의 영역에 포함된다고 본다. 따라서 남을 존중하는 사고방식을 일컫는 '애타주의' 내지 '이타주의'가 타는 목마름 이상의 해갈 성 비(雨)로 그리운 즈음이고 나날이다.

나는 경비원이란 직업을 시작할 때부터 지금껏 역시도 남들보다 최소 1시간 일찍 출근하는 걸 어떤 원칙으로 세웠다. 지금도 이를 적극 실천하고 있는데 그러나 다른 경비원들은 다르다. "나는 죽어도 시간에 딱 맞춰 출근하겠다."(A) "나는 비교적 일찍 바꿔주는데 그(근무 교대자)는 안 그래서 나쁜 X이다. 고로 하루빨리 해고시켜야 한다!"(B)

"나는 대근(代勤)하는 걸 도무지 용납할 수 없다."(C) ...... 이런 식이다. 그제 개인적 인터뷰 관계로 평소보다 10분 정도 늦게 교대를 하는 '참극'이 벌어졌다. 그러자 욕지거리를 퍼부으며 퇴근하는 동료 경비원이었다.

자신은 내가 심지어 3시간이나 일찍 교대를 하여 퇴근시킨 적도 있었거늘! 아무리 사람은 고마운 건 생각 못하고 안 좋은 것만 기억하는 동물이라지만 해도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에 얼마나 서운하고 또한 분개했는지 모른다!

더욱이 그는 나보다도 입사 일자가 한참이나 아래인 사람이다. 딱히 휴가조차 전무하기에 사람구실을 하자면 대근(代勤)은 필수다. 예컨대 절친한 친구가 부모상을 당했다고 가정할 때, 장지까지 따라가자면 나의 근무를 대근 형태로 바꿔야만 가능한 까닭이다.

이는 다음에 내가 똑같은 형태로 그의 근무를 대신 하면서 '갚는' 방식이다. 문득 사람의 마음속에는 과연 무엇이 담겨 있을까를 생각해본다. 사람은 누구라도 기쁨과 슬픔, 희망과 공포가 때때로 밀려오고 밀려가는 강물의 인생이랄 수 있다.

내 맘 같지 않은 게 다른 사람의 마음이라지만 그제 받은 마음의 상처가 여전하다. 가을에 2집을 출간하면 반드시 대박이 나길 소망한다. 그러면 이 '빌어먹을' 경비원 직업을 미련 없이 그만두리라!

덧붙이는 글 | 없음



태그:#경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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