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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맺게 된 커피와의 인연을 계기로 '바리스타'가 되고 싶다는 꿈이 생겼습니다. 전역하자마자 문화센터에서 주최하는 '홈바리스타 강좌'를 신청해 열심히 커피공부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커피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던 한 남학생이, 난생 처음 커피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재밌게 풀어내보고자 합니다. - 기자 말

사실 나는 커피보다는 녹차, 홍차, 보이차와 같은 차(茶)에 관심이 많았다. 커피맛을 잘 모르기도 했거니와, 커피와 차에 대해 갖고 있는 선입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게 커피란 밥 먹고 입가심용으로 먹는다는 가벼운 느낌의 음료였다면, 동양의 차(茶)는 자기수양, 건강유지와 같은 보다 묵직한 느낌으로 내게 다가왔던 것이다. 뜨거운 물을 찻잎에 부어, 찻물을 우려내는 과정부터, 향을 맡으며 한 모금 음미하면 온 몸에 퍼져나가는 차의 향기. 그런 다도(茶道)의 과정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지난 10일 열린 제14회 국제차문화대전 당시 촬영했던 차(茶)의 모습이다.
▲ 차(茶) 지난 10일 열린 제14회 국제차문화대전 당시 촬영했던 차(茶)의 모습이다.
ⓒ 김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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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일상을 위로해주던 커피 한잔의 추억

하지만 그런 선입견을 깨고, 커피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 계기는 바로 군대에서 비롯됐다. 군필자라면 공감할 수 있겠지만, 군대에서 가장 힘든 시기는 바로 이등병-일병 시절이다. 나같은 경우 일병 5호봉 때까지도 팀내 서열이 막내여서 더욱 힘들었는데, 그때마다 날 위로해 준 것이 바로 커피였다.

사람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단 것이 당긴다고, 사회 있을 때는 그닥 즐기지 않았던 막대 인스턴트 커피를 PX에서 한 봉지(100개들이)나 사다가 관물대에 쟁여두고 매일 커피 브레이크를 즐겼더랬다. 처음에는 살찔 것 같아서 점심 먹고 한 잔씩만 먹다가, 나중에는 너무 당겨서 하루에 2~3잔까지도 마셨던 것 같다. 점심시간에 막대 인스턴트 커피 한 잔 타서, 막사 옥상에 올라가 남산타워, 63빌딩, 한강, 현충원 일대를 바라보며 홀짝홀짝 커피를 마시는 게, 그 시절의 유일한 낙이었다

커피를 배우기 시작한 후, 처음으로 내가 내린 커피다.
▲ 핸드드립으로 내린 커피 커피를 배우기 시작한 후, 처음으로 내가 내린 커피다.
ⓒ 김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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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후에는 막대 인스턴트 커피를 꾸준히 마시진 않았다. 사회 있을 때도 그닥 좋아하지 않았던 데다가, 막대 인스턴트 커피의 인위적인 달달함이 나중엔 거북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마시면 마실수록 입 안이 텁텁해지고, 살이 찌는 것 같아 어느 순간 막대 인스턴트 커피를 끊어버렸다.

인스턴트 커피를 벗어나... 아메리카노를 맛보다

그러다 2015년 3월의 일이었다. 당시 경북 영천으로 파견 나가있던 나는, 부대 PX에 인스턴트 아메리카노 커피가 있는 것을 보고 망설임없이 집어들었다. 인스턴트이긴 하지만 군대 안에서도 아메리카노 커피를 즐길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커피 마니아들은 알 것이다.

그때부터 선임들로부터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생길 때면 혹은 일과를 마치고 여유가 생길 때면 이렇게 종종 인스턴트 아메리카노 커피를 즐기곤 했다. 인위적인 단맛이 첨가되지 않은 아메리카노는 깔끔해서 좋았다.

에스프레소 및 아메리카노의 원료가 되는 원두
▲ 커피 원두 에스프레소 및 아메리카노의 원료가 되는 원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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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다시 한 번 커피의 신세계를 접할 일이 생겼다. 외박을 나와 들른 백화점에서 우연히 집어든 '아몬드 커피'가 그것이었다. 인스턴트 원두에 아몬드향을 블렌딩한 커피였는데, 막대 인스턴트 커피와 같은 인위적인 단맛은 나지 않으면서도, 기존의 커피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새로운 향에 금세 매료되고 말았다.

이때 당시의 나는, 한창 분대장 역할을 수행하며 마음 고생이 심했던 시기인데, 매일 하루 일과를 끝마치고 텀블러에 한 스푼씩 타서 마시곤 했다. 그럴 때면 지친 몸과 마음이 조금은 달래지는 것 같았다.

50g에 1만5000원이나 하는 커피였지만, 휴가 나오면 일부러 그 백화점에 들러 얼마 되지도 않는 병사 월급을 쪼개가면서까지 똑같은 커피를 사서 복귀했다. 그 커피를 맛본 뒤로는 도저히 다른 커피를 입에 댈 수가 없었다. 그후로 당직 근무를 설 때마다 당직사령에게 타주면 다들 "오, 맛있다"를 연발하는 것이 아닌가. 이 커피 덕분에 가끔은 간부들 비위를 맞춰주면서 내 군 생활도 순탄하게 해올 수 있었던 것 같다.

마침 내 맞후임도 커피를 무척이나 즐기는 친구여서, 모 유명브랜드의 인스턴트 커피를 하루에 4~5잔 이상 마시곤 했다. 그래서 그 친구와 함께 커피를 나눠 마시며 군 생활의 고됨을 나누곤 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커피 마시는 시간은 내 일상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시간이 돼버렸다. 또 가끔은 내 관물대에 있는 다양한 커피 브랜드들을 보고 간부가 커피를 타달라고 한 적도 종종 있었는데, 그때마다 커피를 타주면 "김 바리스타, 커피 맛 좋은데"라는 칭찬도 듣곤 했다. 그때부터였다. '바리스타'라는 단어가 내 가슴에 와닿기 시작한 것이.

군대에서 시작한 커피 공부

진짜로 커피를 제대로 배워보고 싶었다. 지금까지 내가 마신 커피는 사실 인스턴트 커피에 불과했기에, 직접 좋은 원두를 구별하는 법도 배워보고 싶었다. 원두를 갈아, 핸드드립으로 내가 내린 커피를 마셔보고 싶은 욕망이 솟구쳤다.

그래서 휴가 나가서 커피 관련 서적까지 사들고 와 열심히 읽었다. 하지만 역시 책만 읽어서는 그 욕구를 해소할 수가 없었다. 직접 손으로 만지고, 내리고 해봐야 알텐데…. 군대라는 곳이 신체적 자유가 워낙 제한되는 곳이다보니, 별 도리가 없었다. '나중에 전역하면 본격적으로 커피 공부해야지'라는 생각으로 인스턴트 커피에 만족하면서도, 메모장에 '바리스타 자격증 따기'를 버킷리스트에 적어뒀다.

군대에서 커피를 공부하기 위해 열심히 읽었던 책이다.
▲ 커피의 모든 것 군대에서 커피를 공부하기 위해 열심히 읽었던 책이다.
ⓒ 김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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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정식으로 커피를 배우기 시작하다

2016년 4월 13일, 국방부 시계는 뒤집어놔도 돌아간다더니….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내 군생활도 끝났다.

전역하자마자 바로 커피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카페 알바를 하면서 배워야 할까, 커피학원을 다녀야 할까…. 고민하고 있던 차에 동네 문화센터에서 '홈바리스타' 강좌 수강생을 모집한다는 것이 아닌가. 일주일에 한 차례씩, 총 3개월 동안 진행되는 과정이었다. 자세히 알아보니 자격증반은 아니고 취미반이란다. 처음에는 자격증반과 취미반의 차이조차 몰랐다.

'커피가 다같은 커피지, 자격증을 따기 위한 커피공부가 따로 있고, 취미로 즐기는 커피공부가 따로 있나?'

아무래도 취미반은 커피공부의 수준이 얕고, 자격증반은 깊을 거 같긴 한데…. 당장 열리고 있는 자격증반이 없었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 목적은 자격증이 아니었다. 나는 다만 커피에 대해 알고 싶었을 뿐이고, 내 손으로 직접 내린 커피를 맛보고 싶었을 뿐이다.

자격증은 커피 공부를 하다보면 실력이 생겼을 때 자연스레 취득할 수 있는 것. 지금은 자격증에 목매달 것이 아니라, 아주 기초적인 지식부터 차근차근 공부하면서, 커피에 재미를 붙여야 할 때가 아닐까. 그런 판단으로 홈바리스타 강좌를 수강신청했다.

(* 다음 글에 계속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에 올린 글을 바탕으로 재구성하였습니다 (http://gabeci.tistory.com/135)



태그:#커피, #바리스타, #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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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사학과 박사과정 (한국사 전공) / 독립로드 대표 / 서울강서구궁도협회 공항정 홍보이사 / <어느 대학생의 일본 내 독립운동사적지 탐방기>, <다시 걷는 임정로드>, <무강 문일민 평전>, <활 배웁니다> 등 연재 / 기사 제보는 heigun@naver.com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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