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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찾아 오른 지리산 노고단에서는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비가 그치고 바람이 알맞게 불기 시작했다.
▲ 지리산 노고단에서 촬영중인 임동창 선생님. 바람을 찾아 오른 지리산 노고단에서는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비가 그치고 바람이 알맞게 불기 시작했다.
ⓒ 정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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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인연이란 무거우며 동시에 가볍기도 하다. 이 말은 무겁게 생각해야 할 사람인데 가벼이 여겨, 자신에게 당장 득이 되지 않으면 경솔히 처신한다는 이야기다.

점쟁이들이 하는 말 중에 "동쪽에서 귀인이 나타나 당신의 운명이 바뀐다"가 있다. 여기서 동쪽은 서쪽일 수도 있고 북이나 남일 경우도 있다. 귀인이 나타나 내 운명을 좋은 방향으로 바뀌기를 바랄 것인지, 아니면 내가 누군가의 귀인이 될 것인지는 스스로 판단에 달렸다.

어떻게 할 것인가?

스스로 누군가의 귀인(貴人)이 되는 것이 삶의 변화를 만들고 좋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게 한다면 누군들 행동하지 않겠는가. 의존적이기보다 능동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운명이란 언제나 극복할 수 있지 이끌려 가는 것은 아니다.

지리산 달궁계곡에서 촬영을 할 때는 비가 제법 내려 또 다른 영상을 담을 수 있었다.
▲ 지리산 달궁에서 대화중인 임동창 선생님과 레지스 게젤바시 감독 지리산 달궁계곡에서 촬영을 할 때는 비가 제법 내려 또 다른 영상을 담을 수 있었다.
ⓒ 정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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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인가, 임동창 선생을 한남동에서 뵈었다. 이 기억도 15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 땐 되살려 내기 쉽지 않았다.

2012년 바람이 한결 서늘해진 여름 끝자락, 메일 한 통으로 다시 인연이 되는데 이때는 송도영이라고 자신을 밝히고 임동창 선생의 피앗고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렇게 이어진 인연의 끈이 어느덧 4년이란 시간을 채워간다.

물과 바람, 그리고 철 따라 피어나는 온갖 꽃들은 모두 창작의 대상이고, 임동창 선생께는 누구보다 더 중요하게 쓰여지고 있음을 몇 번의 만남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몸으로 느껴지는 자연의 운행 그 자체를 온전히 연주로 전달하고자 함을 말이다.

여울지며 흐르는 물의 심미적 감성을 만나면 여울처럼 연주가 흐르고, 숲의 이야기를 속살거리는 그 바람이 전한 숲과 산, 그리고 들과 하늘의 연주가 임동창 선생의 연주라 생각한다. 억지로 꾸며내는 음악이 아니라 우리의 얼과 혼이 살아 숨 쉬고, 표현되고 행동되는 문화적 요소들을 오롯이 살려낼 때 가능한 우리의 음악, 그게 바로 임동창 선생의 음악이고 인생이다.

그런 임동창 선생에 대한 이야기가 TV로 방송된 것은 많다. 다큐형식부터 실황중계와 같은 것이나 현장취재와 같은 방식 등 다양하다.

이런 부분은 아주 유명하달 수 없는 입장인 나도 1부 1시간 분량으로 2부작도 방송이 되었으니, 명성이 높은 임동창 선생으로서야 속 시원하게 삶과 음악에 대하여 풀어놓거나 정리했다고는 말할 수 없다.

몇 년 전 남원에 풍류학교가 있을 때는 수시로 이곳을 찾아 자연을 느꼈다고 하며, 더운 여름엔 수박과 참외 등을 준비하여 전체 단원들이 피서를 나오던 곳이라 이곳을 촬영장소로 선택했단다.
▲ 달궁계곡의 물에 대하여 이야기 하는 임동창 선생님 몇 년 전 남원에 풍류학교가 있을 때는 수시로 이곳을 찾아 자연을 느꼈다고 하며, 더운 여름엔 수박과 참외 등을 준비하여 전체 단원들이 피서를 나오던 곳이라 이곳을 촬영장소로 선택했단다.
ⓒ 정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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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조금 경우가 다른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어울림의 음악, 흥의 음악을 추구하는 풍류 피아니스트로 널리 알려진 작곡가 임동창 선생의 음악과 삶이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 중이니 말이다. 프랑스의 다큐멘터리 거장 '레지스 게젤바시'가 메가폰을 잡았다.

또한 '러브스토리', '남과 여'의 주제가를 만든 프란시스 레이와의 인터뷰가 포함된 프랑스 로케이션 분량은 3월에 이미 촬영 완료되었다고 하며, 6월 13일부터 한국에서 촬영을 재개한다는 소식을 듣고 완주군 소양면 해월리에 있는 임동창 풍류학교 생활관을 찾아 이틀간 동행하며 촬영현장을 담았다.

오랜 지인이기도 한 프로듀서 존 김으로부터 처음 임동창의 피앗고 연주영상을 접한 레지스 게젤바시 감독은 "음악이 굉장히 훌륭하고 독특하다, 이 예술가의 음악은 방송으로 만들어질 가치가 충분하다"라 생각하고 한국을 방문해 임동창 선생을 직접 만나 작업이 진행하게 됐다.

임동창 선생의 모습을 어떻게 담을지 의논하는 레지스 감독과 존킴 프로듀서.
▲ 지리산 달궁계곡의 레지스 게젤바시 감독과 존 킴 프로듀서 임동창 선생의 모습을 어떻게 담을지 의논하는 레지스 감독과 존킴 프로듀서.
ⓒ 정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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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문화란 무엇일까?

외피적인 현상이 아니라 마음을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것이라야 진정성이 있는 문화라 생각한다. 생활이 윤택하다고 모두 문화적이지도 않고 문화인도 아니다. 더러 '문화'란 말을 '문학'과 혼동하는 경우들이 있다. 문학은 문화를 이루는 하나의 골격이다.

편하면서 귀하고, 귀하되 어렵지 않게 사람과 사람의 사이를 연결하며 그 속에서 성숙한 발전을 이루어 낼 수 있는 것이라야 진정한 문화가 아닐까.

임동창 선생의 삶을 바라보면 상당히 자유분방하면서도 질서가 있다. 또한 엄격하게 지켜지는 예의범절이 바탕에 자리하고 있으며, 사람과 자연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함께 함으로써 비로소 임동창 선생의 음악 세계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하였음을 알 수 있다.

자연스럽게 현재의 모습으로 나타나기 위해 어떤 치열한 과정을 거쳤을지 생각하게 된다.

멀리 중산리 방향의 산자락들이 펼쳐진 지리산의 운해
▲ 지리산 멀리 중산리 방향의 산자락들이 펼쳐진 지리산의 운해
ⓒ 정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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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촬영은 남해군과 지리산 자락 등 한국의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임동창 선생의 삶과 음악의 여정을 그리고 있다. 또한 6월 25, 26일 이틀간 전주시에 있는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모악당에서 펼쳐지는 '임동창 풍류축제'의 메인공연도 담는다.

이 공연은 토요일인 25일은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세계 음악 전문가들이 '천상의 음악'이라 격찬하는 <수제천>을 테마로 임동창이 새롭게 작곡한 58인 스트링 오케스트라&피아노 협주곡이 1, 2부로 펼쳐지고, 이어 '피앗고'(피아노를 국악에 어울리게 개발한 악기), EDM(electronic dance music), 상모놀이가 어우러지는 파격적인 무대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일요일인 26일엔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2시간 동안 펼쳐진다.

좌로부터 존 킴 프로듀서, 임동창 선생님, 레지스 게젤바시 감독, 신지TA대표.
▲ 지리산 달궁계곡에서 좌로부터 존 킴 프로듀서, 임동창 선생님, 레지스 게젤바시 감독, 신지TA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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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궁계곡에서 촬영중인 세계적 다큐 거장인 레지스 게젤바시 감독
▲ 레지스 게젤바시 감독 달궁계곡에서 촬영중인 세계적 다큐 거장인 레지스 게젤바시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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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임동창, #다큐멘터리영화, #레지스 게젤바시, #지리산, #풍류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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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보고, 많이 듣고, 더 많이 느끼고, 그보다 더 많이 생각한 다음 이제 행동하라. 시인은 진실을 말하고 실천할 때 명예로운 것이다. 진실이 아닌 꾸며진 말과 진실로 향한 행동이 아니라면 시인이란 이름은 부끄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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